경제와 경영

'10년 안에 40% 기업 사라진다' 기업 생존방식 빅뱅 시작

Shawn Chase 2016. 1. 4. 01:14

매일경제 | 김정욱 | 입력 2016.01.03. 17:02

 

 

# 오는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 선시회 CES(소비자가전쇼)의 주인공은 가전제품이 아닌 자동차다. 특히 행사 전날인 5일로 예정된 포드와 구글의 자율주행차 관련 발표에 전 세계 자동차 및 IT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적과의 동침’에 나선 포드는 구글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포드가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지난달 12일 듀폰과 다우케미칼 합병으로 시가총액 1300억달러 세계 2위 화학사가 탄생했다. 각각 1802년과 1897년 설립된 장수기업이 합병을 결정한 것은 ‘중국’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범용 및 고부가제품에서 중국산과의 경쟁으로 수년째 실적 악화를 겪었다. 두 회사는 통합후 2017년 농업·소재·특수제품 등 3개사로 분할된다. 두 회사는 중국 기업과 격차가 큰 농업부문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 두사례는 최근 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3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통합경영학회,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최근 기업 환경을 분석한 결과 IT와 결합한 혁신적인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신흥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업의 생태계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율주행차·전기차·스마트폰·핀테크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사업 모델이 붕괴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카메라·캠코더·MP3플레이어·시계·녹음기 등을 시장에서 퇴출시킨 것은 물론 모든 산업의 표준을 ‘모바일’로 바꿔버렸다. 과거엔 점진적 혁신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플랫폼 기술 등이 바뀌면서 동시다발적인 붕괴와 창조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이다. 미국 경영전략가인 래리 다운스는 이를 ‘빅뱅 디스럽션(big bang disruption·빅뱅 파괴) 시대’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의 하청 수준의 생산을 담당했던 신흥국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빠르게 떠올라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멕킨지에 따르면 포춘500대 기업에서 중국 등 신흥시장 기업의 비중은 지난 1980년엔 5%에 불과했지만 2013년엔 비중이 26%로 늘었다. 신흥국의 비율은 오는 2025년에는 4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힘을 키우는 대신 북미·유럽 기업의 비중은 1980년 76%에서 2013년엔 54%로 쪼그라들었다.

신흥국의 추격은 첨단분야에서 더욱 매섭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선도하는 칭화유니의 지주사인 칭화홀딩수 쉬징훙 회장은 올해 최대 2000억위안(약 36조원)을 들여 M&A에 나설 것이라며 전쟁을 선포했다.

게다가 인구구조 변화·신흥국 확대·제조업 정책 변화 등이 맞물려 밸류체인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중심의 생산공장 건설에서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과 인도 등으로 생산거점이 확대되고 있다. 또 신흥시장의 내수가 성장하면서 ‘신흥국 생산, 선진국 소비’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일례로 1980년에 신흥시장에서 팔리는 가전제품은 전체 매출의 14%에 불과했지만 2013년엔 이 비중이 56%로 늘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상품과 기업의 생애주기가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것을 위협요인으로 꼽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대표 경영학자 50인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기업을 위협하는 환경요인으로 빅뱅디스럽션(빅뱅파괴·32%)과 밸류체인 변화(30%) 그리고 신흥국 기업의 부상(20%)이 1~3위로 꼽혔다.

급격한 기업환경 변화는 기업들의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존 챔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디지털시대의 확산과 함께 10년 안엔 40%의 기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소가 5년 단위로 11개 업종의 글로벌 상위 15개사의 순위를 비교분석한 결과 전체 업종에서 최근 5년새(2009~2014년) 22%의 기업은 순위가 바뀌었다. 직전 5년(2004~2009년)동안 16%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해가 갈수록 기업들이 현재의 위치를 지키는 것 조차 힘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1950년대말에는 S&P500지수 포함 기업들이 리스트에 머무는 평균 기간은 55년이었지만 1970년대에는 30년으로 줄었다. 이 수치가 2020년에는 10년으로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5년 생존률은 30.2%에 불과했다. 다람쥐의 기대 수명(5년)보다 더 짧은 셈이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는 최근 기업의 생존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면서 “빠른 변화의 시대에서 승리하는 실버불릿(묘책)은 아이디어의 속도”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