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내년이면 40살, 태권 V의 기술 얼마나 실현됐나

Shawn Chase 2015. 12. 29. 01:12

지난 1976년 7월 24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넘쳤다.
가슴에 'V'자를 단 거대한 강철 로봇 '태권브이'가 처음으로 한국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었다.
태권브이는 서울에서만 관객 28만명을 모으며, 오늘날 1000만 관객에 비견될 만한 흥행 신화를 썼다. 2016년 새해가 밝으면 태권브이는 마흔이 된다.

  • 편집= 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5.12.28 09:52

    '태권V 키즈' 과학자들이 말하다

    로봇 공학자 키워낸 태권브이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달려라 달려 태권브이…."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주제가와 함께 등장한 태권브이는 당시 한국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언젠가 태권브이 같은 로봇을 만들어 지구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갖게 된 '태권브이 키즈' 중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로봇 공학자로 성장한 사람도 있다. 아직 태권브이는 우리 곁에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 태권브이를 가능하게 했던 기술은 하나씩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관련 기사

      

     

  • "날아라 태권V… 아빠들을 부탁해"


    로보트태권V 테마파크 박물관 '브이센터' 문 여는 민병천 감독

    올림픽대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 구리암사대교 남단을 막 지났을 때였다. 빨갛고 파란 투구를 쓴 로봇이 고덕산 기슭에서 한강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15m 크기의 로보트 태권V였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로 흐르는 주제곡이 조건반사처럼 아득하게 재생됐다.

    1976년 태어난 '로보트 태권V'가 마침내 주소를 찾았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돔은 물론 아니다. 서울시 강동구 아리수로 61길 103번지. 테마파크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이곳에 문을 연다. 13일 만난 민병천(46) 총감독은 "대한극장에서 태권V를 처음 보고 매혹됐던 기억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성인에게는 아련한 추억공간, 아이들에겐 꿈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천 총감독은 “브이센터 옥상에는 다양한 조형물 100여점이 있어 포토존으로 사랑받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지호 기자

    "제가 '태권V 키드'예요. 70년대에 TV 앞에서 일본의 '마징가Z'를 눈 빠지게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태권V가 나왔어요. 이순신 장군을 닮은 그 태권 로봇은 김청기 감독님 말씀처럼 마징가에 빼앗겼던 한국 아이들의 영혼을 되찾아주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원조랄 수 있는 로보트 태권V는 흥행하면서 7탄까지 제작됐다. 브이센터는 '김 박사'와 '훈'이가 살았던 태권브이 기지를 재현하면서 크고 작은 조형물과 피규어 등 3000여점을 총 면적 약 3000㎡(910평)에 전시한다. 격납고에서는 부분적으로 움직이는 2015년형 태권V(13m 크기)를 만날 수 있고 아시아 최대 크기의 4D 영상관에서는 입체영상을 체험하게 된다. 민 감독은 "홀로그램을 통해 태권V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로봇팩토리를 비롯해 10개 섹션에서 브이센터 요원이 가이드 투어(90분)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영화 '유령' '내추럴 시티'를 만들었고 TV 애니메이션 '코코몽'으로 잘 알려진 그는 3년 전부터 브이센터 공간을 설계했다.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부지와 재원을 투자했다. 민 감독은 "아이들 과학교실과 로봇교실을 상설로 진행하는데 태권V에서 주먹이 발사되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관을 앞둔 심정을 물었다.

    13m 크기의 신형 태권V부터
    조형물·피규어 3000점 전시

    "실패를 각오하고 뛰어든 일이라 만감이 교차하네요. 저한테는 인생 후반전을 여는 가장 큰 프로젝트입니다. 변신은 안 되지만 크고 묵직한 태권V의 맛을 요즘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른들에겐 쉴 곳이지요. 아빠와 아들이 두루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브이센터와 고덕역 사이에 왕복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코코몽'은 딸을 위해, 브이센터는 아들을 위해 만든 것 같다"고 민 감독은 덧붙였다. 구상 중인 차기작은 '로보트 태권V' 뉴 버전. 그는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고 '트랜스포머' 같은 실사 영화가 될 수도 있다"며 "브이센터에도 볼거리와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