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및 연예

오승근 "'내 나이가 어때서'는 김자옥의 선물"

Shawn Chase 2015. 12. 21. 22:44

한국갤럽 '한국인 애창곡' 1위 뽑혀…발표 3년 만에 빅히트
"14일 아들 결혼식, 아내가 없다는 게 아직 실감 안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아내가 떠나기 전 선물해준 것 같아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의 남편인 가수 오승근(64)은 '내 나이가 어때서'가 국민 히트곡으로 떠오르자 부인의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2일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에 데모곡을 받았을 때 감이 안 잡혔는데 아내가 노래를 듣고는 '내가 쉽게 부를 정도면 사람들이 많이 따라부를 것 같다'고 얘기해 선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 애창곡' 1위에 뽑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곡으로 선정됐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내 나이가 어때서' 중)

지난 2012년 발표된 이 곡은 오승근이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지만 정감 어린 멜로디에 노랫말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널리 구전됐다.

방송 전파를 탄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배우 나문희가 SBS 주말극 '기분 좋은 날'에서 극 중 결혼식 축가로 부르고,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이 드라마 OST 곡으로 리메이크했다.

또 지난달 종영한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의 마지막회에서도 배우 양희경이 '가족노래자랑'에서 불러 다시 화제가 됐다.

다음은 '꽃 중년'들의 '18번' 곡으로 떠오른 이 곡의 주인공 오승근과의 일문일답이다.

 

-- '내 나이가 어때서'가 '한국인 애창곡' 1위로 뽑혔는데.

▲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2012년 출시 당시 행사장과 방송에서 부르면 50~60대에서 반응이 무척 좋았고 노래교실에서도 100% 불리는 노래였다. 하지만 3년이 흘러 중장년층을 넘어 여러 세대에 불리니 기분이 좋다. 2001년 '있을 때 잘해'가 히트한 후 중간에 신곡 두 곡을 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니 대략 15년 만에 널리 사랑받은 셈이다.

-- 노래의 히트 비결이 뭐라고 여기나.

▲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해 준 건 아무래도 '내 나이가 어때서'란 제목과 노래 가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보통 대화를 하다가도 "나이 들어 뭐 하겠느냐"고 하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말하지 않나. 하하.

--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란 가사가 유행어처럼 퍼져나갔다.

▲ 이 곡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이성적인 사랑만 뜻하는 건 아니다. 부모 자식 간, 친구 간의 사랑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도 젊은이들만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처음엔 이 곡을 녹음할지 고민했다고 들었다.

▲ 가수들이 보통 데모곡을 받고서 '내가 불러야 해'라고 생각하는 곡이 10곡이면 2곡 정도밖에 안 된다. 반주 상태로 받아 몇 번 들어보니 내게 안 맞는 것 같아 감이 안 잡혔다. 그런데 아내가 듣고서 '내가 쉽게 부를 정도면 사람들이 많이 따라부를 것 같다'고 얘기해 선택했으니 아내가 마지막으로 선물해준 곡이다. 그동안 내 노래는 좋아해도 따라부르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좋은 노래는 쉽게 귀에 들어오고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다.

-- 김자옥 씨가 살아계셨다면 무척 좋아했을 것 같다.

▲ 아내가 정신이 있을 때면 마치 유언처럼 "아빠(오승근) 노래 열심히 해. 영환이(아들) 하고 예쁘게, 행복하게 살아야지"라고 얘길 했다. 지금도 그 얘길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하다.

-- 마음은 좀 추슬렀나.

▲ 조금 나아졌지만 몇 년이 지나면 모를까 아직 실감이 안 난다. 살아있는 것만 같다. 아내가 외국에서 유학하는 아들 곁에 길게는 9개월까지 가 있은 적도 있고, 배우니까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운 적도 있어 마치 외국 여행 가있는 듯하다. 유품을 꽤 정리했는데 나하고 같이 쓴 가구도 여전히 있고, 내게 남긴 메모도 갖고 있다. 메모에는 좋은 내용도 있고 나쁜 내용도 있는데 아내가 나쁜 글은 아들한테 줬나 보더라. 아들이 "아빠 읽지 마세요'라고 하더라. 얼마나 나를 야단친 글이기에.(웃음)

 

-- 이달 아들이 결혼하는데 부인이 참석하지 못해 주위에서도 안타까워했다.

▲ 아들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결혼하는데 이 날짜도 애 엄마가 10개월 전에 잡아둔 거다. 결혼식을 못 보고 간 게 안타깝다. 아내가 (아들) 결혼 준비를 나 몰래 다 해놨더라. 엄마가 할 수 있는 걸 준비해두고 '어디 가서 어떻게 하라'고 메모도 해뒀다.

-- '하늘의 여자'란 곡을 부인 추모곡으로 발표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신곡 발표 계획은.

▲ '하늘의 여자'를 녹음은 했지만 아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추모곡을 내겠나. 아직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5월 발표한 '즐거운 인생'이란 곡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에 이은 신곡인데 아내가 내 곁을 떠나며 힘이 나지 않아 방송 활동을 안 했다. 아들 결혼시키고서 4월부터는 해볼까 한다.

-- 공연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 3월 7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후배 가수 신유와 함께 공연한다. 이 공연도 4개월 전에 잡아둔 무대다.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전국투어 계획도 세워보려 한다.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