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남녀심리

한국 남성, 하루 가사노동 45분

Shawn Chase 2015. 12. 8. 12:19

입력 : 2015.12.08 03:00   

정경화 기자 

[오늘의 세상]
男女평등지수 낮은 인도·중국·남아共보다 적어… 세계 최하위권

여성은 227분… 남성의 5배
10가구중 4가구 맞벌이 시대… 여전히 '가사 분담' 격차 커

'직장 맘' 김모(38)씨는 남편과 출퇴근 시간이 엇비슷하지만, 일과는 사뭇 다르다. 김씨는 매일 아침 6시 반쯤 일어나 식사를 차리고 출근 준비를 한다. 남편은 7시 반쯤 일어나 씻고 밥을 먹은 뒤 8시쯤 집을 나선다. 김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8시 30분쯤에야 회사로 향한다. 보통 오후 7시 반쯤 귀가한다는 김씨는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저녁을 차려 먹은 뒤 청소기·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하고 나면 9시가 넘는다. 쓰레기 버리기는 남편 몫이다. 김씨가 가득 찬 쓰레기봉투를 묶어 남편 손에 들려주면 아파트 1층 분리 수거장에 버리고 돌아온다. "음식 쓰레기를 버릴 땐 남편이 나가는 시간에 맞춰 비닐장갑을 남편 손에 끼워주는 일도 내가 할 일이에요."

스웨덴 비스뷔에 사는 세실리아씨 부부도 맞벌이를 한다. 두 사람은 아침 7시에 눈을 떠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을 깨우고 아침 식사를 같이 차린다. 남편이 토스트를 구우면 아내 세실리아씨가 샐러드를 준비하는 식이다. 출근 시간이 이른 세실리아씨가 먼저 출근하고 나면, 남편이 아이들을 씻겨 옷을 입히고 유치원에 데려다 준다. 세실리아씨는 "저녁에도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 가방을 챙겨주고, 재우는 일은 남편이 도맡아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집안일도 공평하게 나누어 한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4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한국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중국·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남성보다 적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가사 노동에 227분을 쓴 반면 한국 남성은 45분만 썼다. OECD 회원국 평균(139분)의 3분의 1 수준이고,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가장 적었다. 덴마크(186분), 노르웨이(184분), 미국(161분), 스웨덴(154분) 등 맞벌이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유럽과 미국 남성들은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유엔이 2012년 발표한 남녀평등 지수가 우리보다 낮은 인도(52분), 중국(91분), 남아프리카공화국(92분) 남성들도 한국 남성보다 집안일을 많이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의 가사 노동 참가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한다.

한국 맞벌이 가구로만 따지면, 남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하루 40분, 여성은 하루 194분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남편이 집안일 하는 시간이 8분 늘었고, 아내는 14분 줄었지만, 여전히 아내가 집안일 하는 시간이 남편보다 2시간 34분 많았다. 통계청의 2014년 발표에 따르면 식사 준비와 빨래, 집 청소는 아내가 주로 전담했고, 장을 보거나 자녀를 돌보는 일은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남편이 주로 전담하는 집 안일은 전구 갈아 끼우기 등 '소소한 집안 수리'(66.9%)에 그쳤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 비율은 47.5%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남편 비율은 16.4%"라며 "젊은 층으로 갈수록 가사 분담에 대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생각 따로, 행동 따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