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머리부터 발끝까지, 샴푸부터 신발까지 ‘맞춤시대’

Shawn Chase 2022. 5. 2. 13:53

https://www.chosun.com/economy/market_trend/2022/01/24/MIUYCENMIZFOZNLBVHQ5UXHZP4/

 

나만을 위한 상품, 첨단기술로 제작
3D 프린터로 꼭 맞는 안경 만들어
폰으로 발 사진 찍으면 신발 추천

입력 2022.01.24 04:46

 

스타트업 콥틱이 운영하는 안경 매장에서 한 손님이 3D 스캐너로 얼굴을 측정하고 있다. 얼굴 너비, 이마 길이 같은 18개 지표를 분석한다. 2주 안에 3D프린팅으로 제작된 맞춤형 안경을 받아볼 수 있다. /콥틱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근처 ‘브리즘’ 안경 매장. 기자가 카메라 렌즈·센서 14개가 붙은 반구형 기계 앞에 서자 얼굴 모양과 크기, 미간 거리 등이 측정돼 3D(3차원) 형태로 화면에 나타났다. 매장 직원은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형태의 얼굴을 가진 고객이 선택했던 안경들을 보여줬다. 이렇게 고객이 디자인을 선택하면 코받침, 안경다리 각도 등을 조정해 3D프린터로 맞춤형 안경을 만든다.

이곳은 국내 스타트업 콥틱이 운영하는 5개 안경 매장 중 한 곳. 콥틱은 얼굴을 1221개 좌표로 분석해 3D프린팅으로 단 하나뿐인 맞춤 안경을 만드는 기술로 올 초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1만3000명이 넘는 국내 소비자가 이 회사의 맞춤형 안경을 쓰고 있다. 콥틱 관계자는 “올해 미국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고 맞춤형 안경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며 개인에게 딱 맞춘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는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나만을 위한 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아진 데다, 미래 고객인 젊은 세대 관심이 높아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속속 뛰어들고 있다.

◇맞춤형 안경부터 신발까지 척척

최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패션업계다. 스마트폰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맞춤형 제품을 주문하거나, 기존 제품 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상품을 알려준다.

닥스셔츠를 만드는 트라이본즈는 온라인 맞춤셔츠 플랫폼 ‘셔츠스펙터’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넘게 남성 셔츠 브랜드를 운영하며 셔츠를 제작·수선해온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소비자가 디자인을 선택하고 키, 몸무게, 연령, 체형 같은 정보를 입력하면 직접 치수를 재지 않고도 맞춤 셔츠를 만들 수 있다. 목둘레, 어깨너비, 팔 길이 등을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펄핏앱으로 발 모양과 크기를 측정하는 모습.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 제품 중에서 고객에게 꼭맞는 신발을 추천해준다. /펄핏

신발 사이즈 추천 스타트업 펄핏은 60만건의 발 데이터와 4만건이 넘는 신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발을 촬영하면 AI로 발 길이와 볼 넓이, 발등 높이 등을 분석하고, 보유한 신발 데이터와 대조해 고객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과 사이즈를 추천한다. ‘나이키 테일윈드 255㎜, 반스 에라 250㎜ 사이즈가 잘 맞는다’는 식이다. 작년부터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여성구두 브랜드 사뿐에도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도 속속 맞춤형 시장 참전

화장품도 맞춤형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성분과 효능, 색상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요가 커진 덕분이다. CJ온스타일은 코스맥스와 손잡고 올해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 상반기 첫 상품으로 맞춤형 헤어케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가 앱으로 두피, 모발 상태를 진단하고 원하는 기능과 효과를 선택하면 개인 맞춤형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소비자의 70% 이상이 맞춤형 샴푸 구매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기술 발전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도 예전보다 쉬워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부 매장에서 고객의 피부톤을 측정해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색상을 추천, 현장에서 즉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빠르게 크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 역시 맞춤형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건기식 소량 판매를 허용하면서 기존 식품 대기업부터 모노랩스 같은 스타트업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AI(인공지능)나 전문 영양사 상담을 통해 고객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파악하고, 여러 건기식을 추천해 하루치 봉지 형태로 제공한다. CJ제일제당도 올해 건강사업부를 분사하며 개인 맞춤형 건기식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