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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를 봐야”… 조선 3社, 兆단위 적자에도 연구·개발 확대

Shawn Chase 2022. 4. 13. 20:22

권오은 기자

입력 2022.04.13 09:21

 

현대중공업(136,500원 ▲ 7,000 5.41%)그룹과 대우조선해양(26,500원 ▲ 1,500 6%)삼성중공업(5,990원 ▲ 440 7.93%)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지난해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미래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탄소감축을 위한 새로운 연료 발굴, 자율운항 등 스마트쉽 개발, 자동화 설비 중심의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에 연구·개발 초점을 맞추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91,800원 ▲ 6,100 7.12%)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925억원을 썼다. 2019년 842억원, 2020년 852억원보다 많았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83,400원 ▲ 5,400 6.92%),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도 총 1225억원으로 2020년보다 3.3%(39억원) 늘었다.

머스크(Maersk)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가상 사진./머스크 제공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723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2020년보다 5000만원 많은 수준이지만,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로 보면 1%에서 1.6%로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020년보다 15억원 많은 516억원을 집행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0.8%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조선 빅3′ 모두 지난해 과거 수주 부진의 여파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봤다. 그런데도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기술력이 곧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2010년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조선 3사가 6년 동안 출원한 특허건수가 각각 4000개가 넘었다”며 “그런 노력이 최근 수주 호황과 맞물리면 빛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연구개발비를 줄이면 10년 뒤에는 저가 선박을 만드는 일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은 차세대 선박이다. 친환경과 디지털·스마트화가 두축이다. 조선 빅3 모두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환경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연료·엔진을 개발하고, 자율운항 기능 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저탄소 선박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장치 등을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수소, 암모니아, 전기 등 선박용 무탄소 연료 추진시스템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또 2025년까지 선원 승선을 최소화하고 원격제어로 운항할 수 있는 지능형 선박을 건조하고, 2030년에 완전무인·자율운항 선박을 띄울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역시 암모니아, 수소, 연료전지 등을 활용한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자율운항 기술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소형원자로(SMR)의 하나인 용융염냉각형 원자로를 선박 추진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운항 시험선 ‘단비(DAN-V)’를 띄우고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구축 중인 가상 조선소 '트윈 FOS'. /현대중공업 제공

자동화 설비 등을 갖춘 스마트 조선소도 핵심 연구·개발 과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FOS(Future of Shipyard·미래형 조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FOS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를 통해 생산성을 30% 높이고, 제작 기간을 30%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9년부터 ‘스마트 SHI(Samsung Heavy Industries)’를 추진, 조선소 내 설계와 재고 관리 등 전 영역을 디지털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에도 착수했다. 용접 로봇을 비롯한 자동화 설비 확대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조선소 내 정보를 수집해 공정에 반영하는 스마트 생산관리센터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대 경쟁국인 중국보다 선박 기술에선 앞서 있지만, 조선소 자동화나 디지털화는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인력 부족 문제나 산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위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