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태양광 발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하고 ‘원전 10기 폐기’ 백지화

Shawn Chase 2022. 3. 14. 21:47

[새정부서 이렇게 바뀐다] ③에너지 정책

입력 2022.03.14 03:00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이 중지된 신한울 3·4호기 예정지의 2019년 모습. 뒤편에 보이는 원전은 올해와 내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는 신한울 1·2호기다. 신한울 3·4호기는 토지 매입과 주기기 사전 제작에 7000억원 넘게 투입된 상태였지만, 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현재 해당 부지는 잡초로 뒤덮여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를 공약으로 내놨다./이진한 기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앞으로 그의 임기 5년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다. 탄소 중립에 대한 국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산업 투자도 확대하면서도 원전과 신재생의 균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전력 공기업 사장 출신 인사는 “윤 당선인 말처럼 비(非)과학, 이념이 아닌 과학에 바탕을 둔 원전·에너지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탈원전 5년 동안 벌어진 원전 관련 업체들의 도산, 인력 엑소더스(대탈출) 등 원전 생태계 붕괴와 탈원전 대못 박기 탓에 원전 산업 체력 회복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탈원전 정책 5년 만에 백지화

윤 당선인이 “(건설 중단은) 국가적 범죄”라고 했던 신한울 3·4호기는 곧바로 건설 재개를 추진할 전망이다. 경북 울진에 짓기로 한 신한울 3·4호기는 주기기 사전 제작 등에 7000억원 넘게 투자했지만 2017년 문 정부가 공사를 중단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말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찾아 “원전 산업을 고사시킨 현장이다. 얼마나 황량하냐”고 비판했다.

또 내년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 수명(30~40년)이 끝나는 원전 10기를 차례로 폐기하려던 문 정부 정책도 백지화한다. 전문가들이 “10년 탄 멀쩡한 차를 그냥 폐차하는 꼴”이라고 비판한 정책이다. 원전 설계 수명은 보통 30~40년인데 통상 대규모 정비를 거쳐 60년까지 가동한다. 미국은 요즘 80년까지 늘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안전성 평가를 토대로 계속 운전을 해 탄소 중립 달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원전 계속 운전을 위한 정비비로만 최소 15조원가량 투입되며 원전 산업을 되살릴 발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70%대 초반에 그친 원전 가동률도 85% 수준으로 높인다. 2015년 30%를 웃돌던 원전 비율은 2018년 22.5%까지 급감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아지고, 원유·석탄·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해 27.8%까지 늘었다. 윤석열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위원장을 지낸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을 늘리더라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다”며 “2030년 원전 비율을 35%까지 늘리고 신재생을 20~25% 수준으로 맞추면 NDC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만에 폐기될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탈원전 대못 뽑기 과제

 

다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올해 안에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지난해 8월 기한이 끝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인접한 신한울 1·2호기 관련 데이터와 2016년 평가 자료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절차 논란이 예상된다. 또 원전 건설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근거로 실시계획을 승인해야 발전기기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8·9차 계획에서 신한울 3·4호기 등 6기를 제외했다. 원칙적으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는 올해 말 이후에야 건설 재개 절차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탈원전 5년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시동을 건다고 곧바로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수원은 신규 건설 원전이 없어지면서 건설 관련 조직을 축소·통폐합했다. 두산중공업과 협력 업체도 관련 인력을 대폭 줄였다. 한 원전 협력사 대표는 “지금도 UAE에서 연봉 2배 이상을 제시하면서 기술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십년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가진 인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원자력 전공 교수는 “정책이 바뀐다고 바로 원전 건설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조직부터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원전 건설에 과거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창원지역 원전 업체 임원은 “지금부터 원전을 짓겠다고 해도 2~3년 뒤에야 중소업체에 발주가 나오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탈원전 5년 내내 변죽만 울리다 차기 정부로 떠넘긴 사용후 핵연료 처리 시설 건설 문제도 차기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탈원전을 고려할 때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은 고리·한빛 원전은 2031년, 한울 원전은 2032년 가득 차게 되는데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할 경우 더 빨라지게 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새 정부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