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하룻강아지 퓨마 무서운줄 모른다”더니…용기인가 객기인가

Shawn Chase 2021. 12. 19. 16:46

콜로라도 주택 현관서 소형 반려견과 퓨마 대치
공포에 질린 집주인 목소리도 생생히 담겨

입력 2021.12.19 07:30
 

콜로라도 주택 현관서 소형 반려견과 퓨마 대치

한국에 범이 있다면, 미국엔 퓨마가 있다. 심산유곡을 호령하고 다니는 생태계의 최강자다. 날카로운 발톱과 강력한 이빨, 그리고 순발력에 파워까지 갖춘 살인병기다. 등산길이나 캠프장에서 사람이 공격당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그 퓨마와 얇은 유리창문 하나를 두고 마주친 조그만 반려견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화제다. 반려견과 퓨마가 대치한 2분 남짓을 녹화한 동영상에는 공포에 질린 집주인의 육성까지 생생하게 담겼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그 미국 버전, 하룻강아지 퓨마 무서운 줄 모르는 듯한 장면이다.

 
 

동영상이 촬영된 곳은 로키산맥 자락에 있는 콜로라도주 그랜드 레이크. 지난 2일 이 집에 사는 사라 보울은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관 앞에 퓨마 한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것. 이 퓨마는 곧 유리 창문 코앞까지 다가왔고, 이 집에서 기르는 조그만 반려견이 유리창문앞에서 퓨마와 마주쳤다. 공포에 질린 보울은 그 상황에서도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계’까지 한다. “아주 커다란 퓨마가 문 앞에 와있네요.” 하지만 중계는 탄식으로 바뀐다. “대시!(개이름) 이리와 이리오라고. 오 안돼!.” 산마을에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동물을 보고 반가웠던 것일까. 주인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퓨마와 마주앉은 반려견은 심지어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든다. 사람의 손에 키워지며 개먹이를 먹고 자란 반려견과, 산을 누비면서 산짐승들을 일격에 쓰러뜨리고 살코기를 뜯어먹고 살아온, 두 짐승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한참동안 서로를 탐색한다.

퓨마의 공격본능이 발동해 일격에 유리창을 깨뜨린다면, 이 집은 단박에 살육의 현장으로 변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 집주인의 목숨까지 보장 못한다. 실제로 퓨마는 앞발로 유리창을 탕탕 두드리는 듯한 모습까지 취한다. 퓨마를 촬영하는 사라 보울의 애절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닐거야. 저건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거야.” 2분 30여초 동안 이어지던 대치가 끝나고, 퓨마는 흥미를 잃은 듯 산을 향해 줄달음 친다. 그제서야 반려견은 뒷북을 둥둥 두드리듯 왈왈 짖어댄다. 화들짝 놀란 주인이 “그만해. 입닥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이 일촉즉발의 상황은 마무리된다.

이 동영상을 보도한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 장면에는 깜짝 반전이 숨어있다. 기껏 하룻강아지 쯤으로 보이던 반려견이 알고보니 열세살, 사람 나이로 치면 백발노인과 다름없는 나이라는 것이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쌓은 경험과 본능으로 뒤돌아 꼬리를 보이는 순간, 퓨마의 포식본능을 자극해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자신도 겁에 질렸으면서 주인을 지키기 위해 유리창문에서 퓨마와 응시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