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11.02 22:25
업데이트 2021.11.02 22:34
[셔터스톡]
형편이 넉넉지 않은 친구가 결혼 축하의 의미로 보여준 성의에 감동을 받았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결혼식에 와서 3만 원을 내고 간 친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 작성자 A씨는 “결혼식 때 3만 원을 내고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다”며 “유일하게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여서, 난 억지로 녀석을 잡아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하지만 친구는 ‘야간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는 편지만 남긴 채 야속하게도 식이 끝나기도 전에 가버렸다”고 언급했다.
A씨는 친구에게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기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친구는 신문 기사를 통해 A씨의 결혼 소식을 알고 결혼식에 찾아왔다.
A씨는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못해도 왕복 차비를 합쳐 10만 원은 썼을 텐데 친구에게 그 돈은 많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나는 괜스레 눈물이 났다. 돈만 부치거나 문자 한 통만 보내도 충분했을 텐데, 친구라고 얼굴을 보이려 서울까지 온 녀석이 일 때문에 악수 한번과 짠한 눈빛으로 축하를 대신하고 급하게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A씨는 친구와의 통화에서도 “왜 밥을 먹고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친구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제수씨 입장하는 건 봤다” “너 여전히 멋있더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조카 장난감 사 줄게”라는 말만 했다. A씨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서로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친구는 최근 A씨 집으로 선물도 보냈다. A씨는 “택배를 뜯어보니 따뜻해 보이는 명이 옷이 들어 있었다. 함께 온 편지에는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혀’라고 적혀 있었다”며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는 내 눈물을 빼내는 마법을 부리는 얄미운 녀석이다. 아내가 손빨래를 했다. 내일 건조되면 입히고 나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이번 주 고향에 내려가는 날, 녀석과 밤을 새워 (술을) 마셔볼 참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럽다” “멋진 친구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마음은 따뜻해진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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