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한 입력 2021. 07. 20. 20:24 수정 2021. 07. 20. 21:54
메모리 반도체 공정 미세화 EUV가 경쟁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EUV 활용 D램 양산
3·4위 마이크론, 난야 EUV 장비 도입 선언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 본사. [사진출처 = 연합뉴스]
차세대 노광 공정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도 활용되면서 핵심설비 확보가 명운을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노광(露光)이란 말 그대로 빛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반도체의 원판이 되는 웨이퍼에 빛으로 설계도를 그려주는 것이다. 빛으로 그리는만큼 세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EUV 공정이 가장 세밀한 작업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4위인 업체인 삼성전자(올해 1분기 기준 41%),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테크놀로지(24%), 난야테크놀로지(3% 안팎)는 D램에 양산에 EUV 공정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당초 EUV는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자연스레 D램 시장에서도 EUV를 주목하게 됐다.
공정 미세화도 D램의 EUV 도입을 부추겼다. D램 회로 선폭이 10nm대 초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신기술 활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도 EUV 도입 경쟁
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D램에 EUV 공정을 전면 도입해 양산 체제를 가장 먼저 갖춘 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10나노급 1세대 D램 모듈 100만개를 고객사에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중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은 SK하이닉스가 가장 빨랐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EUV를 활용한 D램 양산을 시작했다.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이 3개월 내외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10월 전후 출하가 예상된다.
앞서 마이크론과 난야테크놀로지도 EUV 적용을 공식화했다.
지난 1일 마이크론은 EUV 장비 도입 계획을 밝혔고, 대만 난야테크놀로지도 지난 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EUV 적용을 선언했다.
주요 D램 업체가 EUV를 사용한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재인데 EUV가 D램으로 옮겨가면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핵심 설비 확보가 관건...올 생산량 40대 그쳐
문제는 EUV 설비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EUV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독점 공급한다. 매년 생산대수도 한정적이다 보니 수요에 비해 공급은 항상 부족하다. 업계에선 EUV 장비 확보 경쟁은 '전쟁'과도 같다고 한다. 장비 한 대당 1500억~200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수요 급증으로 3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인 ASML 내부의 연구단지에서 교육생들이 EUV 기계를 작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ASML의 연간 EUV 장비 출하대수는 2018년 18대, 2019년 26대, 2020년 31대다.
올해는 생산성을 개선해 연간 장비 판매대수를 40대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이 마저도 현재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1대 제작하는 데 20주 이상 소요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1대의 EUV 장비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비 확보가 늦어지면 미세 공정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TSMC와 삼성전자 간 1대1 경쟁도 치열했는데 메모리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ASML EUV 노광장비. [사진 = ASML]
지난 2월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조7500억원을 들여 EUV 장비 들여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비 운반과 설치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최대 20대가 도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론과 난야테크놀로지도 EUV 장비 도입에 적극적이다. 다만 SK하이닉스에 비해 양산은 2년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네덜란드 ASML에 EUV 장비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고까지는 1년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연내 연구용 EUV 장비를 확보해 공정 개발에 나설 계획이지만 물리적으로 SK하이닉스에 2년 이상 뒤처지게 됐다.
난야테크놀로지는 올 하반기 대만 북부 신베이시 과학단지에 D램 신공장을 증설하는데 이곳에 EUV 장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3년 완공, 2024년 양산 목표다. 2024년 양산이 시작되는 만큼 난야 역시 2년 이상 EUV 기반 D램 생산이 늦어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과 난야테크놀로지가 뒤늦게 D램 미세공정 경쟁이 뛰어 든 만큼 이미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적어도 2년 이상 뒤쳐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고 전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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