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로 1개월 잠항, 현무-2 SLBM 6기로 공격력↑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 [사진 제공 ·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서방의 대(對)중국 포위 전선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인도. 1962년 국경 문제로 한 차례 전쟁을 치렀고, 지금까지도 중국과 으르렁대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한 가운데 중국이 도 넘은 도발을 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국 우주로켓 발사 사진과 인도의 코로나19 사망자 화장(火葬) 사진을 나란히 올리곤 ‘중국 점화(點火) vs 인도 점화’라고 조롱한 것. 이 일로 인도의 반중(反中) 정서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과 싸워 밀리지 않는 군대’ 건설
프랑스 방위산업체 나발그룹이 기술 도입 사업 형태로 인도 해군에 납품한 칼바리급 잠수함. [사진 제공 · 인도 해군]
인도는 최근 중국을 겨냥해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핵무기를 탑재해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했다.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과 전략원자력잠수함의 전력화를 준비하는 동시에 대규모 신형 전투기와 전차, 포병화기 도입 사업도 진행 중이다. 육해공군 전력 현대화를 통해 유사시 중국과 맞붙어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인도군은 외국산 첨단 무기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특히 인도는 국가 역량을 수중(水中) 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 해군은 1997년 ‘프로젝트 75’ 구상으로 공격원자력잠수함 6척, 재래식 잠수함 18척 등 잠수함 24척을 도입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2014년부터 재래식 잠수함 기술 도입 사업을 본격 진행해 1차 사업으로 칼바리(Kalvari)급 잠수함 6척을 도입했다. 칼바리급은 프랑스 나발그룹(Naval Group)의 스코르펜(Scorpe‵ne)급을 기술 도입 사업 형태로 인도 내에서 건조한 잠수함이다. 전체 성능을 평가하자면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수중 지속 잠항 능력을 끌어올리는 공기불요추진(Air-independent Propulsion·AIP) 시스템이 없어 신형 잠수함치고는 작전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인도는 중장기적으로 AIP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칼바리급을 개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당장 전력 공백을 우려해 외국의 우수 업체를 통해 고성능 AIP 잠수함 6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 75I’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업체의 잠수함 모델을 인도 국내 조선소가 기술 도입 형태로 건조하는 것이 뼈대다. 4300억 루피(약 6조5000억 원) 규모 사업으로, 인도 해군에 차세대 중형 잠수함 6척을 도입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잠수함 메이커 업체 5곳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번 잠수함 수주전의 ‘디펜딩 챔피언’은 프랑스 나발그룹이다. 잠수함 도입 1차 사업을 수주한 인연으로 인도 해군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나발그룹이 인도 측에 제안한 잠수함은 호주에 수출하기로 한 ‘쇼트핀 바라쿠다(Shortfin Barracuda)’의 블록 1A 모델(4500t급)이다. 프랑스 해군이 보유한 5000t 공격원자력잠수함 쉬프랑(Suffren)급의 재래식 동력 버전이다. AIP 시스템을 탑재해 성능이 준수하나 문제는 높은 가격. 호주는 인도 측 요구와 비슷한 스펙을 지닌 잠수함 어택(Attack)급을 나발그룹으로부터 도입하고 있다. 12척을 도입하는 총 사업비는 897억 호주달러(약 76조198억 원), 직접 도입비만 척당 3조 원이 넘는 가격이다.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ThyssenKrupp Marine Systems)은 한국 해군에 납품하기도 한 214급(1800t급)의 개량형 216형과 218형을 인도 측에 제안했다. 216형은 214급의 덩치를 4000t급 규모까지 키운 모델이다. 218형은 싱가포르에 ‘인빈시블(Invincible)’급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2200t급 AIP 잠수함이다. 성능은 ‘보통’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최근 싱가포르 직접 판매 기준으로 8억 유로(약 1조733억 원)가 넘는 고가(高價)다. 지상 타격 능력이 떨어져 인도 해군이 그다지 눈여겨보고 있지 않다는 후문이다.
‘부상(浮上) 불가’ 조롱받는 스페인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로 개조돼 ‘DSME 3000’에 탑재될 현무-2 미사일. [사진 제공 · 육군]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조선소도 출사표를 던졌다. 자국 3200t급 잠수함 ‘S80+’를 내세웠다. 나반티아는 인도 해군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으로, 이번 사업에도 인도 측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다만 S80+의 모체 S80급 잠수함 성능이 수주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S80급은 설계 결함 탓에 조롱까지 받는 실정이다.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사실상 선체 크기만 키운 것이 S80+급이다. AIP 등 동력체계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관측이 있다. 인도 해군이 내세운 핵심 조건인 지상 타격 능력도 라이벌에 비해 가장 떨어진다.
러시아는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소본엑소퍼트 주관으로 인도 측에 아무르(Amur)-1650형 잠수함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인도 해군의 주력 잠수함 킬로급을 납품한 바 있다. 현재 아무르-1650형 잠수함은 러시아 해군에 라다(Rada)급이라는 명칭으로 납품되고 있다. 킬로급을 대체할 차세대 재래식 추진 잠수함이지만 당장 러시아 해군에서도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해당 모델을 이미 도입한 상태라 인도가 채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지막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주자가 대우조선해양(DSME)의 ‘DSME 3000’ 모델이다. 6월 9~12일 부산에서 열린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은 DSME 3000 모형과 제원을 전격 공개했다. 성능과 가격, 계약 조건 면에서 경쟁사 4개 후보를 압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DSME 3000은 한국 해군에 인도를 앞두고 있는 도산 안창호급(KSS-III)에 신기술을 대거 접목한 중형 잠수함이다. 체급은 길이 83.5m, 너비 9.7m, 수중배수량 3700t으로 도산 안창호급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구식 납 배터리(Lead-acid battery)를 사용하는 도산 안창호급과 달리 최신형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를 썼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 배터리와 비교해 부피 4분의 1, 무게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저장 밀도는 2배 이상 높다. 잠수함의 잠항 기간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덕에 DSME 3000은 최소 1개월가량의 지속 잠항 능력을 갖췄다. 쉽게 말해 한 달 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공격 능력도 발군이다. DSME 3000에 탑재된 어뢰발사관은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된 ATP(Air Turbine Pump) 방식이다. ATP 방식은 기존 어뢰 발사 방식에 비해 발사 속도가 빠르면서도 소음은 적다. 미국 시울프(Seawolf)급 같은 고성능 잠수함에 적용된 기술이다. DSME 3000은 이 어뢰발사관에 현존 최강 어뢰인 사거리 50㎞급 ‘범상어’와 최신형 하푼 블록 II 잠대함·잠대지 겸용 미사일을 탑재한다.
‘범상어’ 어뢰. [사진 제공 · 국방과학연구소]
인도양 누비며 對中 억지력 발휘하길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인도 프로젝트75I 사업 후보 중 DSME 3000만 유일하게 지닌 히든카드다. DSME 3000은 도산 안창호급과 마찬가지로 6발의 현무-2 SLBM을 탑재할 수 있다. 지상 공격 능력을 중시하는 인도 해군의 니즈를 다른 모델보다 잘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인도 측 요구에 따라 SLBM을 제거하고 다른 임무 장비를 장착할 수도 있어 범용성 또한 높다. 이변이 없다면 6조5000억 원 규모의 인도 프로젝트 75I 사업에서 한국형 잠수함이 승전보를 울릴 것이라는 기대가 큰 이유다. 최근 인도에서 한국산 무기의 품질은 물론, 한국-인도 방위산업 협력을 두고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 여건이다. 한국형 잠수함이 인도양과 벵골만을 누비며 대중국 억지력의 한 축으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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