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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초격차 전략 뿐"... ‘폭스바겐 쇼크’에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Shawn Chase 2021. 6. 3. 20:20

송기영 기자

입력 2021.03.19 14:00

 

폭스바겐그룹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이른바 ‘폭스바겐 쇼크’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생존을 위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620,000원 ▲ 9,000 1.47%)SK이노베이션 (272,000원 ▲ 5,000 1.87%)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구조적으로 안전성이 높아져 충격과 훼손 위험이 적다. 출력 및 에너지 밀도도 끌어 올릴 수 있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내 기업 중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는 곳은 삼성이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와 더불어 삼성전자 (82,800원 ▲ 2,000 2.48%)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협업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했다. 일반적으로 전고체 배터리에는 배터리 음극 소재로 ‘리튬금속(Li-metal)’이 쓰이는데, 리튬금속은 전고체전지의 수명과 안전성을 낮추는 ‘덴드라이트(Dendrite)’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가 있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는 리튬이 음극 표면에 적체되며 나타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다. 이 결정체가 배터리의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전성이 낮아진다. 또 분리막을 찢어 화재나 폭발을 유발하기도 한다.

종합기술원은 덴트라이트 문제를 해결하는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에 적용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최대 난제인 덴드라이트를 해결할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전고체 배터리는 중소형차 기준으로 1회 충전에 800㎞ 주행이 가능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하다. 상용화 목표 시기는 2027년으로 잡았다.

임동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마스터는 "이번 연구는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핵심 원천기술"이라면서 "전고체전지 소재와 양산 기술 연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도 리튬 메탈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연구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밀도를 1000Wh/L(와트시/리터) 이상으로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는 800Wh/L가 한계로 여겨진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부피가 작아지는 만큼, 전기차에 더 많은 배터리를 넣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이를 위해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수와 손을 잡고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굿이너프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굿이너프 교수와 덴드라이트 해결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연구하는 모습.

LG에너지솔루션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만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황 배터리 연구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볍고, 에너지 밀도는 1.5배 높다.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도 저렴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3~4년 내로 리튬황 배터리를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경쟁 업체에 비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파트너 기업인 노스볼트와 퀀텀스케이프 역시 2025년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폭스바겐은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한 첫 전기차 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 특허청(EPO)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국제 특허 국가별 비중은 일본이 54%로 1위이며, 미국(18%), 한국(12%) 등의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뒤쳐지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다른 국가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