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얀센 백신 맞을까 말까"…300만 민방위의 고민

Shawn Chase 2021. 5. 31. 22:38

얀센백신 맞을까
53만명 예비군등도 접종 대상
전혀없는 잔여백신 광클 지쳐
"6월 접종 인센티브 챙기자"

얀센백신 맞지 말까
혈전 부작용·낮은 예방률 우려
카투사선 얀센 접종후 재감염
AZ 희귀혈전 첫 사례 불안키워

  • 김시균박윤균, 한재범 기자
  • 입력 : 2021.05.31 17:27:06   수정 : 2021.05.31 19:50:13

 

[EPA = 연합뉴스]

 

# 중견기업 회사원 박 모씨(34)는 최근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얀센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대상자다. 그는 정부가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국방·외교 관련자들에게 배정한 이 백신을 맞지 않기로 했다. 박씨는 "군 복무로 혜택을 받는다기보다 마치 실험 대상이 되는 느낌"이라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방률이 더 높다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겠다"고 했다.

# 회사원 김 모씨(38)는 6월 중순께 얀센 백신을 맞을 계획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백신을 맞아 접종 인센티브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김씨는 "미국에서 1000만여 명이 맞았다는데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0일 얀센 백신 101만2800회분을 국내에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상자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 백신은 혈전증 부작용 논란이 있었던 데다 모더나·화이자 백신보다 효과가 24%가량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차 접종을 해야 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모더나 백신 등과 달리 1회만 접종하면 돼 그냥 맞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감염학회 측에서는 얀센 백신 보관에 대해 일반 냉동 보관 온도에서 최장 2년까지 가능해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에서도 효용을 가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

 

 

 

3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백신 55만회분은 얀센 백신 101만2800회분으로 결정됐다.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이 백신 수송을 위해 2일 미국 현지로 출발하고, 사흘 뒤인 5일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접종 진행 시기는 6월 10일부터 20일까지다. 얀센 백신 접종 자격을 가진 사람은 총 370만여 명이다. 30세 이상 예비군 53만8000여 명, 민방위 대원 304만여 명, 국방·외교 관련자 13만7000여 명을 합한 숫자다. 이에 비해 접종 가능 인원은 101만여 명이어서 선착순 예약이 불가피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회만으로 접종이 완료되는 장점이 있고 젊은 남성층 대상자가 상당수여서 접종을 많이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이 대다수인 30·40대 남성들 사이에선 안전성이 높은 화이자나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대신 국내에서 이제 막 도입한 백신을 처음 맞게 된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얀센 백신은 전 세계 8개국에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평균 66% 예방 효과를 보였다. 반면 20대가 대다수인 현역 군 장병은 기존 계획대로 예방률이 90%가 넘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게 된다.

얀센 백신을 맞은 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돌파 감염'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얀센 백신은 국내 도입은 처음이지만 미군을 통해 주한미군 병사들에게 이미 접종된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5월 얀센 백신을 맞은 경기 동두천 '캠프 케이시'에서 복무하는 카투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앞서 4월 말께도 얀센 백신을 맞은 다른 카투사 1명이 접종한 지 한 달도 안 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주한미군 내 카투사 등 한국인도 이미 접종한 바가 있다"며 "약 5200명이 얀센 백신을 접종했는데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얀센 백신은 6월 1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예약에 들어간다. 네이버, 카카오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사전예약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AZ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꼽히는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확정 사례가 1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환자는 장애인 시설, 노숙인 시설 같은 취약시설에 종사하는 30대 초반 남성으로, 4월 27일 AZ 백신을 맞았다. 이후 지난 9일 오전 심한 두통이 나타나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했으나 증상이 지속됐고, 12일에는 경련까지 동반돼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담당 의료진은 입원 뒤 진행한 검사에서 뇌정맥혈전증과 뇌출혈, 뇌전증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현재 건강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추진단은 전했다.

국내에서 30대 남성이 TTS 사례로 확인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3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AZ 백신 접종 연령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시균 기자 / 박윤균 기자 /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