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퍼지는 코로나 부족한 백신, 아시아는 ‘백케이션’ 유행

Shawn Chase 2021. 5. 25. 16:02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입력 : 2021.05.25 15:45 수정 : 2021.05.25 15:47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해외를 방문해 백신을 맞는 ‘백-케이션(백신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을 합친 말)’ 여행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도 자국 내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백신을 구할 수 없자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당국과 인도·태국의 여행협회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이들 여행상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에서 ‘백케이션’ 여행상품 광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여행사 ‘홍 응옥 하’는 지난 17일 자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미국을 여행하며 백신을 접종하는 ‘백케이션’ 상품을 공식 판매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갈무리

베트남의 한 여행사는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순간 가장 안전한 해법”이라며 ‘백케이션’ 상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한다고 알렸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느린 나라로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여행상품의 목적지는 미국으로 최저가는 약 4500만동(한화 약 22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고객이 화이자·모더나·존슨앤존슨 중 어떤 백신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CMP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2차 접종을 위해) 더 오래 머물러야 하기에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인도의 한 여행사 역시 미국 뉴욕에서 3일간 머물면서 백신을 접종하는 여행상품을 내놓고, 여행객 5000명을 모집하고 있다. 이 상품은 1차 백신 접종 후 인도로 귀국했다가, 몇 주 후 2차 백신 접종을 위해 미국을 재방문한다. 각 여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저 15만루피(약 230만원)다.

각 국은 이 여행상품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광고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비용으로 인해 여행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예컨대 태국의 한 여행사는 7만5000~20만바트(약 270만~720만원)로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상품을 광고하고 있는데, 이 비용에는 비자·항공권·식사 비용과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에 사용되는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베트남 관광부 관계자는 현지매체 VN익스프레스에 “편도 비행편만 제공되는 데다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도 모호하다”며 상품 구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의 항공사 노동자들이 25일 방콕 시암 파라곤 쇼핑몰에서 중국의 시노백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콕|AP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한 태국인은 블룸버그통신에 2차 백신 접종까지 총 비용이 50만바트(약 1800만원) 가량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여행상품이 얼마나 활성화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각 국이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를 강화한데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는 이달말까지 국제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고, 미국은 인도발 입국자 상당수를 차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유한 국가들만이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면서, 이들 백신에 대한 접근권의 불평등이 백신여행 수요를 만들었다”며 “돈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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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51545011&code=970100#csidx9404ef3ff0d06129e9f65c47967ea8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