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장관·총장 허락없이 정권수사 못한다… 文정권 ‘검수완박’ 완결판

Shawn Chase 2021. 5. 25. 15:28

법무부, 검찰청 조직 개편 논란

조백건 기자

이정구 기자

박국희 기자

표태준 기자

입력 2021.05.25 03:05

 

법무부가 각 지방검찰청 산하 25개 지청(支廳)이 기업 및 공직 비리 등 6대 중요 범죄를 수사할 경우, 사전에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검찰청 조직 개편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조직 개편안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13곳 전체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뺏으면서, 다른 17개 일선 지검은 검찰총장 승인을 받아야만 형사부가 이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24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경기도 과천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확인된 법무부의 검찰청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업 및 공직 비리 등 6대 중요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나 공공수사부 등 전담부에서만 할 수 있고,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은 사전에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연합뉴스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가 특수·공안부에 이어 형사부까지 완전 무력화해 임기 말 있을지도 모를 ‘정권 수사’를 틀어막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 25개 지청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에 총장 요청 및 법무장관 승인이 필요하도록 한 것에 대해선 “법무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란 반발이 나왔다. 검찰청법엔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한다’고 돼 있는데, 해당 내용은 법무장관이 사실상 수사 지휘권을 상시로 행사하도록 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이런 조직 개편안을 대검을 통해 전국 검찰청에 보내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조직 개편안엔 검찰 조직의 90%가 넘는 나머지 일반 형사부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이나 경찰 비리만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법무부는 김오수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하기 전까지 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을 독자 수사했다가 좌절했던 ’2019년 안양지청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 수사를 원천 봉쇄하려는 ‘정권 보위용’ 조직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름만 조직 개편이지 친정권 성향의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와 여당 정치인 출신인 박범계 법무장관이 ‘정권 수사’를 효율적으로 틀어막을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특수·공안부 이어 형사부도 무력화… 文정권 ‘검수완박’ 완결판

박범계 법무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청 조직 개편’을 두고 24일 법조계와 검찰에선 “박범계식 ‘검수완박’”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줄인 말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려 했던 방안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그나마 검찰에 남아있던 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산업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뺏겠다는 것인데, ‘형사부 직접수사 기능 박탈’을 골자로 한 이번 법무부 조직개편안이 ‘검수완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법조인들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검찰 특수부와 공안부를 통폐합하면서 ‘형사부 강화’를 내세웠는데 결국 형사부마저 허수아비로 만들어 ‘검찰 무력화’를 완성하려 한다”고 했다.

◇”특수·공안 이어 형사부 무력화 완성”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법무부는 형사부가 갖고 있던 6대 범죄 수사 권한을 일부 부서로 몰아주면서 박탈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반부패수사 1·2부가 강력부를 흡수해 반부패·강력수사 1·2부로 간판을 바꿔 달고 거기에서 6대 범죄 직접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중앙지검에 있는 13개 형사부 검사들은 부패 의혹을 인지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수사 개시를 할 수 없고, 경찰 범죄나 경찰 송치 사건을 처리하면서 알게 된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중앙지검을 제외한 17개 전국 지검에 대해선 ‘검찰총장 승인’을, 전국 25개 지청에 대해선 ‘검찰총장 요청 및 법무장관 승인’을 관련 규정에 추가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조직 개편안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에 보낸 이 조직개편안을 통해 “검찰 직접수사는 순기능도 있으나 편파·과잉 수사로 검찰 개혁 원인이 됐다”며 “검찰은 직접수사 역량을 꼭 필요한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이 임명한 소수의 ‘사냥개’ 검사들에게만 수사권을 줘서 정권 관련 수사를 막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있었던 조직 개편과 인사로 특수·공안이 무력해진 상태에서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한곳에 몰고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통제권을 행사하면 앞으로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수원지검) ‘월성 원전 수사’(대전지검) ‘이상직 의원 비위 수사’(전주지검) ‘청와대의 김학의 기획사정 의혹 수사’(서울중앙지검)는 더는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김오수 총장 후보자를 겨냥해 “윤석열 총장 시절에는 총장 권한을 하나라도 더 없애려고 눈에 불을 켜더니 이제 친정권 총장이라 6대 범죄 수사 착수도 총장 승인 사항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 검사는 “형사부 인지 사건은 대부분 서민 피해 사건”이라며 “형사부가 경찰 범죄만 수사하도록 한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법무부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바꿔 상위 법령인 형사소송법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형사소송법 196조는 ‘검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돼 있다. 이를 하위 법령인 사무 규정으로 ‘형사부 검사는 6대 범죄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제한하는 것은 수사 실무와도 맞지 않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강력·외사·조사부도 통폐합

이번 조직개편안에는 ‘형사부 무력화’뿐 아니라, 마약·조직폭력 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광주·수원지검의 강력부와 외국인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부산지검 외사부를 없애고 다른 부서에 통폐합 또는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사실상 직접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도 1부는 형사부로 전환하고 2부는 인권보호부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유일한 수사 부서 확대 계획은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 초 추미애 전 장관이 각계 우려와 비판에도 폐지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새롭게 추진되는 ‘협력단’은 일종의 임시 조직으로, 정식 직제로의 전환은 출범 후에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조직처럼 검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는 수사관과 파견 직원이 담당하고 검사는 이를 조율·지도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일선 검사들은 “마지못해 만드는 것이 아니면, 그런 형태의 합동 수사 조직은 처음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