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인제 박인환 문학관 개관

Shawn Chase 2021. 5. 20. 15:09


▲ 인제 박인환 문학관 개관식 날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걔관

박인환 문학관이 그의 생가가 있던 강원도 인제(인제군 인제읍 상동리 415-1번지)에 문을 연 것은 2012년 10월 5일이었다.

필자는 이날 인제군의 초청으로 개관식에 참석했다.

박인환 문학관은 인제군이 이 고장 출신인 박인환 시인을 기리고 그의 문학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당초에는 한해전인 2011년 7월 개관 예정이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미뤄져 오다가 이날 지각 개관식을 하게 되었다.

개관식에는 미망인 이정숙(1927- )여사와 장남 세형, 차남 세곤, 그리고 딸 세화씨 등 2남1녀와 가족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올해 85세(우리나이 86세)인 이 여사는 정정한 모습이었다.

필자가 시인의 가족들을 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개관식은 문학관 앞뜰에서 있었다. 장남 세형씨가 박인환 시인의 생전의 유일한 시집인 ‘박인환 선시집’(1955년)을 문학관 비치를 위해 인제군(이순선 군수)에게 기증하는 순서가 있었고, 이어 박인환 시인 청동상 제막식, 개관 테이프 커팅 등의 순서로 행사는 진행되었다.

선시집을 기증하는 장면을 보면서, 단순히 전시만 할 것이 아니라 시집을 다시 잘 제작해 문학관을 찾는 이들에게 기념으로 판매를 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 선시집에는 시인이 세상 떠나기 며칠 전에 쓴 <세월이 가면>은 없다. 20년 후인 1976년에 아들 세형씨가 펴낸 ‘목마와 숙녀’에는 실려있다.

그러므로 어떤 제목이 되었든지 시집을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학관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필자는 몇 해 전에 옥천의 정지용 문학관을 찾았다가 정지용 시집 한권 살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가졌었다. 당사자의 문학관에서 그의 시집을 파는 것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인환 문학관 내부에는 시인이 해방 후 기자로 활동하기 전까지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와 선술집, 다방 등 당시 서울거리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선술집 안에는 시인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동료 문인들과 시와 문학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을 밀납인형으로 꾸며놓았는데, 나름대로 꽤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도 카메라를 들고 장면 장면을 찍어두었다. 개관식이 끝나고 시인 가족들의 단체 사진도 찍어주었다. 물론 요청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필자의 DSLR카메라 앞에 섬으로써 기념관 앞에서의 가족기념사진이 되었다.

이튿날인 6일, 모 대학 불문과 교수인 둘째 아들 세곤씨가 준 명함에 찍힌 이메일 주소로 이날 찍은 사진들 가운데 잘 된 사진들을 몇 장 골라 보냈다. 답신이 없었다. 메일이 안들어간것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사진 수신여부와 장남 세형씨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 문자를 두어 차례 보냈다. 9일 만에 세형씨 전화번호와 함께 ‘감사하다’는 짤막한 답신이 왔다. 그제서야 메일을 열어본 것인지 어땠는지 그쪽 사정은 알 수가 없었지만 답신을 받고도 기분은 좀 개운치 않았다.

그후 장남 세형씨와 통화가 되었는데 “문학관 개관식 때의 가족사진을 동생으로부터 받아보았느냐”고 물어보니 “못 받았다”고 하여 그쪽으로도 보내주었다.

시인이 세상을 떠나고 벌써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많은 날들이 흘러갔어도 그가 사람들의 가슴에 남긴 아름다운 시로 그는 매일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것이 문학이며 예술이 아니겠는가. 그가 어릴 적 살던 고향 인제에 ‘박인환 문학관’이 세워졌다는 것은 인제가 단순히 척박한 강원도 산골 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지역에도 이제 그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징표라고도 할 수 있다.

시인의 후손들에게는 크나큰 영광이며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퍽이나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출신 문화예술인들을 기리는 이러한 사업을 과거에 비해 많이 벌여 나가는 것은 지방자치제 도입의 긍정적 일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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