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숨어있는 세계사] '앗살라무 알라이쿰'은 당신의 평화를 바란다는 뜻이죠

Shawn Chase 2021. 4. 11. 13:22

입력 : 2021.03.17 03:30

 

 ①무함마드가 태어난 이슬람 성지‘메카’의 모습. ②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왼쪽)와 프란치스코 교황. ③중동 지역의 수니파, 시아파 분포. /AFP 연합뉴스·위키피디아

이달 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라크를 방문해 이슬람 시아파의 주요 지도자를 만났습니다. 가톨릭 교황의 이라크 방문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요. 아랍 국가들 사이의 종파 분쟁, 테러 위협 등의 이유로 교황의 이라크 방문이 성사된 적이 없었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이라크 방문에서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력에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또 약 1400년 동안 대립한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의 무력 충돌 등 갈등 해소를 촉구하기도 했어요.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테러 조직, 폭력, 분열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IS가 국제 사회에 폭탄 테러, 학살 등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슬람교의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갈등과 분쟁도 유명하지요. 그런데 이슬람교의 핵심 가치가 '평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슬람교도들의 인사말 '앗살라무 알라이쿰'은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길'이라는 뜻이죠.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원래 구약 성경의 내용을 공유하는 같은 뿌리의 종교이기도 해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요

이슬람교의 창시자는 무함마드예요.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Mecca)라는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무함마드는 동굴에서 명상하다가 알라신의 계시로 이슬람교를 창시했다고 해요. '이슬람'은 '알라신의 뜻에 절대복종한다'는 뜻이에요. 여러 부족이 각자 믿고 있었던 여러 신이 아니라 알라신이라는 유일한 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죠. 무함마드가 전한 알라신의 뜻을 집대성한 책을 쿠란이라고 해요. 쿠란은 종교적 의무, 일상생활의 규범을 담고 있죠.


쿠란에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기 위한 구절이 있어요. "둘이나 셋이나 넷의 여성을 선택해 결혼하라. 그러나 (아내들을) 공평하게 대할 수 없다면 오직 한 사람과 결혼하라"는 것도 그 중 하나랍니다. 당시 여러 부족이 벌인 전쟁으로 많은 남자가 전사하자 홀로 남은 여성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어요. 이것이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 남성이 여러 명의 아내와 결혼하는 일부다처제가 된 거죠.

이슬람교 5대 의무는 신앙고백, 기도, 순례, 금식, 구제입니다. 구제는 아랍어로 '정화'를 뜻하는 자캇(Zakat)인데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 이전에 한 나쁜 행동이 없어지고 재산이 깨끗해진다는 것이지요. 보통 소득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는데, 이 돈은 가난한 사람들과 고아, 과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여요.

재산과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아요

전 세계에서 10억명 넘는 사람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습니다. 신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차별 없는 교리'에 있다고 해요. 이슬람교는 사람들을 재산과 신분으로 차별하지 않아요. 무함마드는 "알라신 앞에서는 만민이 평등하다"고 강조했어요. 이슬람교에는 신부나 목사 같은 성직자가 따로 없고 모든 신자가 다른 사람을 상대로 설교할 수 있어요.


이슬람교는 서아시아에 있었던 우마이야 왕조(661~750)와 아바스 왕조(750~1258) 시대를 거치면서 널리 전파됐습니다. 이슬람 왕국들은 정복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이슬람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답니다.

지도자 혈통 문제로 대립이 시작됐어요

무함마드가 세상을 떠나자 후계자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이슬람 세계가 분열됐어요. 후계자는 '무함마드의 대리인'을 뜻하는 칼리프라고 불렀는데요. 661년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4대 칼리프 알리가 죽자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었어요. '시아'는 아랍어로 당파를 뜻하는데요. 4대 칼리프인 알리를 따르는 사람들로 통해요. 알리처럼 무함마드의 혈통이 이슬람교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죠. 알리와 그 두 아들도 모두 사망해 무함마드 혈통은 끊겼지만, 시아파는 알리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말과 관행'이라는 뜻의 '순나'에서 유래했어요. 이들은 무함마드의 혈통이 아니어도 능력이 있는 자를 지도자 칼리프로 지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오늘날 이슬람교는 수니파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의 종주국입니다. 시아파는 주로 이란, 이라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두 종파는 중동 곳곳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시리아 내전이 대표적이에요. 중동 세력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고, 여기에 대항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도 가세했어요. 2006년엔 알 카에다가 이라크 북부 시아파 성지의 사마라 모스크를 폭파하면서 서로 피 흘리는 보복전을 벌였어요. 2016년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시아파 지도자를 처형하자 이란이 "신성한 복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두 종파 간 분쟁이 격화했었어요. 이렇게 두 종파가 피 흘리고 싸우면서 이슬람교가 일부 사람에게 폭력, 분열 등을 떠올리게 하는 종교가 된 거예요.


[지하드(Jihad)]

아랍어로 '정해진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에요. 원래 이슬람교 전파를 위한 종교적 의무를 뜻하지만, 성스러운 전쟁 즉 '성전'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이슬람교 옹호와 전파를 위한 투쟁이라는 거죠. 급진적 이슬람 무장 조직들은 '침략자에 대해서는 너희에게 침략한 범위까지 응징하라'는 쿠란 구절을 근거로 자신들의 테러를 알라신의 계시라고 정당화합니다. 하지만 쿠란에는 지하드와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과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지 마라' '침략하지 마라. 하나님은 침략자를 사랑하지 않으신다' 등의 규정도 있답니다.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