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최초면 뭐하나…'초고속 5G' 서울 일부, 1년 늦은 日 500개 도시 펑펑

Shawn Chase 2021. 4. 1. 21:10

상용화만 세계 1등 한국

미국도 60개 도시에서 서비스
인구밀집 지역위주로 설치
메타버스 스포츠 경기 관람

韓은 이제서야 시범서비스 준비

  • 임영신이승윤 기자
  • 입력 : 2021.04.01 17:35:02   수정 : 2021.04.01 20:24:54

 

SK텔레콤 수도권 일대 5G 커버리지맵. 빨간색은 3.5㎓대역 서비스 지역인데, 28㎓대역 서비스 지역은 없음. [사진 제공 = SK텔레콤 홈페이지 캡처]한국이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따냈지만 정작 핵심인 초고속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선 뒤처지고 있다. 5G 이론상 최대 속도인 20Gbps(초당 기가비트)를 내려면 28㎓ 망이 필수지만, 5G 상용화 2년 차에도 관련 장비 구축이 사실상 전무하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28㎓ 대역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최고 속도로 무장하고 있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가 구축한 28㎓ 대역 주파수 장비는 지난달 말 기준 61대에 불과하다. 통신 3사는 올해 말까지 28㎓ 대역 장비를 1만5000개씩 세워야 한다. 2018년 정부와 약속한 숫자다. 하지만 현재 의무 구축량의 0.13%로 목표치에 한참 못미치는 셈이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의 뉴욕 5G 커버리지맵. 진한 빨간색이 28㎓대역 서비스 지역, 나머지는 중·저대역(서브6) 지역 . [사진 제공 = 버라이즌 홈페이지 캡처]

5G를 구현하는 주파수 대역은 6㎓ 이하 중·저대역(서브6·Sub-6)과 24㎓ 이상 초고주파 대역(밀리미터파·㎜Wave)이 있다. 국내 통신 3사는 3.5㎓와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았다. 통신사들은 3.5㎓로 전국망을 깔고 있다. 3.5㎓ 주파수는 LTE보다 속도가 빠르면서 전파 도달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반면 28㎓ 주파수는 회절률이 낮아 장애물을 잘 피해가지 못해 전파 도달 범위가 좁지만 속도는 3.5㎓의 5배, 4G의 20배 수준이다.

완전한 5G 서비스를 하려면 3.5㎓뿐만 아니라 28㎓ 주파수 활용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기술을 융합해 자율주행차와 같은 신산업을 발전시키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의 도쿄 5G 커버리지 맵. 알파벳 `m`이 28㎓대역 서비스 지역 . [사진 제공 = NTT도코모 홈페이지 캡처]

실제 주요 선진국은 28㎓ 5G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은 작년 말까지 60여 개 도시 1만7000여 곳에 28㎓ 서비스 사이트를 구축했고, 올해 1만4000여 곳을 추가해 총 3만여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향후 3년 안에 5G망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쏟아붓겠다는 추가 투자 계획도 내놨다. 버라이즌은 "28㎓망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미국 주요 도시 데이터 트래픽의 50%는 28㎓망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일본 1위 통신사 NTT도코모는 5G 상용화 시점은 한국보다 1년가량 늦었지만, 28㎓ 5G망 구축에선 크게 앞서있다. 작년 9월부터 28㎓ 기지국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현재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684개 도시 중 500여 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23년 3월까지 전체 인구 70%에 5G 초고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5G 가입자들을 위해 28㎓ 커버리지 맵(지도)도 내놨다. 버라이즌은 서비스 지역을 도로별로 진한 빨간색으로 표시해놨다. NTT도코모는 서비스 이용 지역 △경기장·올림픽시설 △교통시설 △관광·상업시설 등으로 세분화하고 이용 가능 시점도 △지난달 말 △2개월 후 △5개월 후 등 색깔로 구분했다. 예컨대 도쿄역에서 알파벳 `m`을 클릭하면 `2021년 2월 말, 야에스중앙(도쿄역 동측) 북쪽 출구 광장`이란 설명이 뜨는 식이다.

 



두 통신사 모두 핫스폿(특정 공간)으로 구축 중이지만 상당히 진척돼 `전국민 서비스`를 방불케 한다. 미국에선 애플의 아이폰12, 일본에선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 등 28㎓ 전용 스마트폰이 나왔다. 서비스 개발도 착착 진행 중이다. 축구·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식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 통신사들도 뒤늦게나마 28㎓ 주파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과기정통부와 함께 삼성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전담반을 꾸렸다. 한 관계자는 "초기 테스트임에도 28㎓ 주파수 도달 거리가 300~400m 나오고, 복도에서 쏜 주파수가 사무실에서 잡혔다"며 "상황과 용도에 맞춰 장비 성능 등을 개선하면 28㎓ 주파수도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