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마스크 벗는 이스라엘, 우린 이 속도면 집단면역에 3년

Shawn Chase 2021. 3. 18. 23:40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1.03.18 22:31 | 수정 2021.03.18 22:31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청주시

이스라엘은 4월, 미국과 영국은 6월… 지도자들이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전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제시한 시기다. 우리는 11월이 목표지만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전 세계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라는 희망을 향해 나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등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3억9030만회 접종했다. 인류의 5.0%가 백신을 맞았다. 미국이 1억1074만회로 가장 많이 접종했고 중국이 6498만회, 인도가 3506만회, 영국이 2650만회 등 순이다. 이 나라를 포함해 브라질, 터키, 이스라엘, 독일,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6국이 500만회 이상을 접종했다.

 

세계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 현황 / 그래픽=백형선

◇이스라엘·미·영은 일상 회복 가시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쯤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야외에서 요리나 바비큐를 해 먹으며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셈이다.

미국은 최근 하루 250만회 안팎을 접종하고 있다. 하루 접종 인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18일까지 1억1074만회 백신을 접종해 1회 투여 기준으로는 미국 국민의 33.1%가 백신을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공급을 늘려 5월부터는 모든 성인이 연령 제한 없이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접종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접종 체계를 정비하면서 미국의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고 날도 풀리면서 여행객이 늘어나는 등 조금씩 일상으로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 교통안전청(TSA)은 11일부터 나흘간 최소 520만명이 여객기를 이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미국의 집단면역 시기에 대해 “여름 중후반이나 초가을에 지금과는 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한때 코로나 감염 상황이 세계 최악이었다. 하지만 공격적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확산세를 꺾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인구의 3분의 1 이상(39.0%)이 1회 접종을 마쳤다.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말 봉쇄 해제 4단계 계획을 발표하면서 5월 17일부터 해외여행을 허가하고 6월 21일 봉쇄 조치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했다. 6월 21일을 일상 회복 목표일로 제시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18일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전 국민의 59.4%가 최소 1회는 백신을 맞았고, 50.4%는 2회 접종까지 마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모세 라이언 예루살렘 시장은 지난 7일 예루살렘의 한 카페 야외 좌석에서 마스크를 벗고 밝게 웃으며 백신 접종 ‘속도전’ 성과를 자축했다. 다음 날 네타냐후 총리는 1차 접종자 500만명 돌파 기념행사에서 “4월 중 16세 이상 성인 인구 접종을 완료하면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팬데믹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르면 4월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근 3개월 만에 접종 횟수가 950만건으로 국민 수를 넘었다(109.8%). 최근 새 감염자와 중증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은 주로 사망률이 높은 노인이기 때문에 접종률이 20~30%까지만 가도 중증 환자와 사망률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이미 코로나에서 회복한 사람들에게 주는 ‘그린 패스’를 갖고 있으면 해외여행도 허용할 계획이다. 백신 접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식당과 쇼핑몰 등 대부분의 상업 시설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유럽·일본·캐나다·호주 의외로 부진

유럽과 일본·캐나다·호주는 의외로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디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1회 접종 비율은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백신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은 유럽연합이라는 조직이 백신 공급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러시아 백신을 들여와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꼭 백신 물량 때문만은 아니다. 확보한 백신을 소화하지 못하는 국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안전성 불신에다 유럽 국가들의 느린 관료주의적 행정, 능력 부족을 이유로 지적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도 느린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교적 일찍 백신 선구매에 나선 캐나다(8.7%), 호주(0.7%), 일본(0.3%)도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한 일본은 한 달 동안 한 차례 이상 접종받은 인원이 약 36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16세 이상인 접종 대상 인구(약 1억 명) 기준으로 0.3%에 그치는 수준이다. 김우주 교수는 “이 국가들은 백신을 선구매했지만 생산 차질로 백신을 예정대로 공급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지금 속도면 집단면역에 3년

우리 정부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백신 접종은 지난 2월 26일 시작해 18일 현재 누적 접종자는 6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그치고 있다. 국민의 70%인 3500만명이 2회 접종하려면 거의 7000만건을 접종해야 한다. 요즘처럼 하루 2만명 안팎이면 10년 가까이 걸린다. 지금까지 하루에 가장 많이 접종한 지난 5일 6만7840명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3년 가까이 걸린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은 하루 30만명 정도는 맞아야 가능하다.

접종이 느린 가장 큰 이유는 백신 공급 부진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접종 예정자는 1150만명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확보한 백신 중 2분기 안으로 들여오기로 확정된 백신은 805만명분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접종하려면 상반기에 345만명분 이상의 백신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노바백스와 얀센, 모더나와 2분기 공급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2차 접종분을 다른 사람의 1차 접종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의료 기관이 3만3000곳 있는데, 한 곳에서 하루에 20명씩만 접종하더라도 66만명을 접종할 수 있다. 대형 병원은 하루 수백 명 접종할 수 있고 전국 곳곳에 접종 센터까지 개설해 더 많은 인원 접종도 가능하다. 다른 백신 접종 때처럼 의료 기관 2만곳 정도만 지원해도 물량만 충분하면 3~4개월이면 35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의료 역량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물량 공급에 달려 있다”며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