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추미애 좌충우돌 1년… 감찰 남발 등 ‘윤석열 찍어내기’ 무리수 끝에 완패

Shawn Chase 2020. 12. 27. 08:20

장관석 기자 황성호 기자 입력 2020-12-26 03:00수정 2020-12-26 06:53

 

 

 

“정치 경험이 많은 분인데 정치인으로서의 모습과 법무 행정가로서의 모습은 다를 것으로 본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취임을 앞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해 사석에서 털어놓은 속내라고 한다. 윤 총장은 “국회의원 추미애가 투쟁력과 투지로 기대를 받았다면, 법무부 장관 추미애에 대해선 국민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안정감 있는 모습을 기대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이 법무부 수장에 오르게 된 만큼 파이터의 이미지보다 안정감 있는 행정가의 면모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었다.

○ 취임식서 “검찰개혁 완수 위한 역할 하겠다” 공언



 

윤 총장의 기대가 깨진 건 이로부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올 1월 3일 추 장관은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 “개혁 완수 위한 법무부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제67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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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에게 인사를 제청하던 관례를 깨고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 전원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 전 장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론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이성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기용했다. 추 장관의 검사장급 인사를 두고는 “윤 총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측근 중용’ 인사를 정상화했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이때만 해도 검사들은 추 장관의 ‘검찰개혁’의 실체와 방향을 두고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른바 ‘1·8 대학살 인사’는 추-윤 갈등과 ‘추미애식 검찰개혁’의 서막이었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제가 검찰청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윤 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왕정 시대에 어울릴 법한 ‘명’, ‘거역’ 등의 생경한 표현은 서초동 일대의 법조인들에게 회자됐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감찰규정을 찾아놓으라고 지시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신의 참모에게 보내는 장면을 취재진에 노출하면서 총장 감찰 여론을 조성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법 조항을 따져가는 법무행정의 기존 문법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 수사지휘권과 감찰권 발동 남발



추 장관이 윤 총장과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며 강조했던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전관예우 철폐 등은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사안이자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한 자제하고 절제해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이 붕괴됐다”는 지적을 들을 정도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여러 차례 발동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린 것은 대표적 실책으로 지적된다. 올 7월 채널A 사건을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 로비, 윤 총장 가족 및 측근 사건 5건에 대해 잇따라 지휘권이 발동됐다. 대부분 윤 총장 가족이나 측근을 겨냥한 수사에 수사지휘권이 발동되면서 “지휘권 발동이 가지는 의미와 무게감이 퇴색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지휘권과 감찰권 발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 퇴진이라는 ‘정치적 과실’을 얻기 위해 절차적 위법성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징계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은 법조계에서 공감대를 얻었다. 윤 총장 측은 절차적 실체적 허점을 하나하나 파고들었고, 법원은 두 차례 모두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결국 추 장관이 의욕만 앞세우다 완패해 윤 총장의 입지만 높여줬고,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형사 사법 과정이 정치화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적 적법성을 중시하는 판사의 접근법에서 보면 나쁜 일도 ‘똑똑하게’ ‘정교하게’ 했어야 하는데, 법무부의 윤 총장 징계 과정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 추미애 1년… 상관 지시 기록 남기는 검사들


추 장관의 1년은 검찰 조직에 갖은 생채기를 남겼다. 법무부 감찰라인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감찰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검사들은 서로 ‘너는 누구 편이냐’는 반목을 거듭했고 조직은 절반으로 쪼개졌다. 불신이 극대화되면서 검사들은 이른바 친추(친추미애) 성향 검찰 고위간부들의 지시는 대거 기록으로 남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조차 각종 수사와 감찰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오·남용될 수 있고, 자칫 추후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은 ‘검찰은 악(惡)’이라는 생각으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는데, 정작 그가 추진한 검찰개혁 중에서 기억나는 건 ‘윤 총장 퇴진’밖에 없다”며 “추 장관이 정교한 논리와 절차로 무장해 윤 총장에게 정공법으로 정면승부를 걸었다면 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