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정치적 중립이 생명” 말만 말고 공수처장 추천부터 실천해야

Shawn Chase 2020. 12. 20. 10:04

동아일보 입력 2020-12-19 00:00수정 2020-12-19 0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어제 회의를 열어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 2명을 결정하려다가 중단하고 28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가 사퇴해 결원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새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현 6명 위원으로 회의를 강행할 방침이다.

추천위는 사퇴한 후보들이 있어 23일까지 후보 추가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후보들로 합의에 실패한 이상 합의가 가능한 새 후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빠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비토권을 삭제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새 후보를 추천받아 합의하는 것이 대통령이 말한 정치적 중립을 실천하는 것이다.

 

여당은 야당이 공수처 출범에 반대해 후보 추천 자체를 방해한다고 해서 비토권을 없앴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야당의 비토권을 대신할 엄정한 중립성을 스스로에게 부과해야 한다. 공수처가 새해 벽두에 출범하지 않는다고 해서 급할 국민은 별로 없다. 새해 벽두라는 시한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더 여유를 갖고 후보를 물색할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현 정부에서 등용했던 차관급 법조인 2명과 김 원내대표가 추가로 추천한 법관 일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협의를 하던 중 협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애당초 중립적 후보를 물색할 의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여야 합의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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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맞춰 공수처를 출범시키려는 정부와 여당의 조급함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하루라도 빨리 막아 공수처로 가져오고 싶어 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 뿐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공수처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도 없고 오래갈 수도 없다.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새로이 공수처장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