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입력 2020-12-19 00:00수정 2020-12-19 00:00
국토교통부가 그제 전국 37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어느 한 곳을 규제하면 규제를 피한 다른 지역 부동산 값이 뛰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려고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역을 무더기로 묶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를 엄격히 받게 된다. 특히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다.
조정대상지역이 111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으로 늘면서 강원, 제주를 뺀 전국 대도시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게 됐지만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규제지역 확대가 예상됐던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29%로 통계 집계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 시작해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을 거친 풍선효과는 세종 부산 대구 등 전국을 한 바퀴 돈 뒤 부동산 광풍(狂風)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에 다시 상륙하는 분위기다. 강북과 지방 아파트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강남 아파트가 싸게 보여 벌어지는 현상이다. 임대차 2법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전셋값도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이런 상황이 됐으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기조를 바꾸는 게 당연한데도 정부 여당은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심지어 전셋값 폭등의 원인으로 저금리와 시중 유동성을 꼽는데 설득력이 없는 논리다. 오죽하면 평소 말을 아끼기로 유명한 한국은행 총재가 전셋값 상승폭이 커진 6월보다 한참 전부터 저금리가 유지됐던 점을 들어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데에 더 크게 기인했다”고 강조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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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지정이 풍선효과를 통해 집값 폭등세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규제 일변도 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뒤따르고, 설령 효과가 있어도 오래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와 공급의 조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전국을 무대로 옮겨 다니는 풍선효과나,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오른 매매가가 다시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과 승산 없는 싸움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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