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논설실의 뉴스 읽기] 박원순에게 “교통방송 달라” 했던 김어준… 뉴스공장으로 ‘접수’했다

Shawn Chase 2020. 11. 6. 07:15

국감 도마 위 오른 ‘뉴스공장’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20.11.06 03:00

 

서울 상암동에 있는 TBS 교통방송 사옥. 교통방송의 올해 예산 505억원 중 388억원이 서울 시민의 세금이다. /서울시 제공

2011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직후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는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에서 “김어준이 안철수·박원순 두 후보 모두에게 ‘시장 되면 저에게 교통방송을 달라’고 했다”고 썼다. 그는 “물론 농담이었고 박 시장 당선 후 ‘그 욕망을 포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며 “박 시장이 (교통방송을) 전리품으로 인식할 것인지 시민에게 돌려줄지 관심거리다”라고 했다. 그리고 김어준은 2016년부터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며 현재 교통방송 대표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후 TBS 교통방송은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와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질책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 정권 들어 뉴스공장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야당에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을 전수 분석해 “민주당원 패널은 238회 출연했고 국민의힘 패널은 그 3분의 1도 안 되는 71회 출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4기가 출범한 재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뉴스공장은 총 6번의 법정 제재를 받아 지상파와 종편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많은 법정 제재를 받았다. 방심위 중징계인 ‘경고’가 2회, 그다음 중징계인 ‘주의’가 4회였다. 뉴스공장은 2017년 11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지지율 2위 정당이 될 것’이라는 국민의당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자체 조사는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서 발표할 때도 있긴 하죠”라고 말해 경고를 받았다. 작년 6월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출판기념회와 토크쇼를 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는데 황 대표는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또 다시 경고를 받았다.

출근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 평가

올해 국감에서는 김어준의 출연료가 회당 200만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뉴스공장을 라디오와 TV로 동시 방송하면서 김씨가 라디오 150만원, TV 50만원의 출연료를 매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대로라면 한 해 출연료가 5억원쯤인 셈이다. 교통방송 측은 “출연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야당은 “김어준 출연료가 군사·외교·대북 관계 국가 기밀이 아니므로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고 맞섰다.

뉴스공장 방송 이후 교통방송은 대선·총선 여론조사뿐 아니라 매주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2017년 대선 예측 조사부터 지난 10월까지 총 520회 여론조사를 했으며 그에 따른 비용은 1억7400만원가량이 들었다. 교통방송 측은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회 이슈 및 수도권 정책에 대해 정례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 등 수도권 이슈는 20여 회에 그쳤고 나머지는 대부분 정치·사회 이슈였다. 이 모든 여론조사가 ‘리얼미터’ 한 곳에 의뢰된 것도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서울시 국감에서 “서울시정과 관계없는 정치 여론조사만 계속 하고 있다”며 “정치적 여론조사를 못하게 하거나 조사기관을 다양하게 선정하라”고 주문했다. 김어준과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중학교 동창으로, 이 대표는 뉴스공장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교통방송은 작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여론조사를 5차례 했다. 이 중 장관 임명에 대한 여론조사가 2회였다. 각각 반대가 54.5%, 54.3%였고 찬성이 39.2%, 43.3%였다. 그러나 뉴스공장은 조 전 장관의 딸을 출연시켜 일방적 주장을 하게 하는 등 대표적인 ‘조국 옹호 방송’으로 꼽혔다. 작년 국감에서는 9월 한 달간 뉴스공장 아이템 73개 중 50개가 조국 관련 주제였고, 조국 측을 두둔하는 익명 인터뷰가 11명이나 등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전혀 방송에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한편 교통방송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이나 윤미향 사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등 사람들의 관심이 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주요 제재 내용

이런 이유로 아침 출근 시간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청취자 평가에서 뉴스공장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청취자 조사를 한 결과, 뉴스공장은 모든 부문에서 꼴찌 점수를 받았다. 특히 ‘중립적인’이란 항목에서는 54점을 기록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30점 이상 낮았다. 그럼에도 청취율은 2018년 이후 늘 10%를 넘기며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 6월 FM에서 교통정보 정규 방송을 시작하며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출발한 교통방송은 작년 말 서울시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했다. 5년 임기제 공무원이었던 직원들 신분도 민간인으로 바뀌었다. 독립법인화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이지만 매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다 보니 현 정부 들어 법인화에 속도가 붙었다. 형식적으로라도 독립시킨 것이다.

그러나 교통방송은 여전히 서울시에 종속돼 있다. 올해 예산 505억원 가운데 388억원을 서울시가 지원했다. 재정의 77%를 서울시민 세금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수입도 정부 광고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교통방송이 받은 정부 광고는 총 102억원으로, 박근혜 정부 4년간 총액(31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이유로 뉴스공장은 진보 성향의 학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는다. 한겨레신문 출신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언론 세미나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노골적인 진영 방송”이라며 “그 결과 정치는 쇼가 되거나 희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어준을 “걸어다니는 음모론”이라며 “(이런 방송은) 멍청한 이들을 위한 판타지물이고 일종의 삼류 문화 콘텐츠”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택 교통방송 대표는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뉴스공장의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으며 그 파격적 청취율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낫기 때문”이라며 “나는 김어준의 경험과 노력을 존중하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치방송 된 교통방송… 방통위가 제 역할 못한 탓” 이준호 前TBS교통방송 대표

2006년부터 5년간 TBS교통방송 대표를 지낸 이준호(72·사진)씨는 2017년 한 언론인 연말 모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그는 박 시장에게 “딴지일보 하던 사람(김어준)이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잘못이다. 공영성을 망가뜨리는 건 한순간이지만 그걸 회복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10분 동안 얘기하는데 박 시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더군요. 내가 경기고 선배여서 듣지 않을 순 없었을 겁니다.”

/이태경 기자

KBS 기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문화부 관료 등을 거쳐 2006년 12월 교통방송 대표에 취임했다. TBS 영어방송을 시작하고 법인화와 상암동 신사옥 이전 추진을 한 사람이다. 그는 취임 직후 중앙 정치 이슈를 다루지 말고 서울시의회 뉴스만 다루라고 지시했다. “우리 공영방송은 정권이 주인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KBS·MBC 사장이 바뀌고 대규모 인사가 납니다. 한직으로 밀려난 직원들은 5년 뒤를 기다리죠. 정권이 또 바뀌면 직원들도 다시 자리를 바꿉니다. 그런데 TBS는 기자와 시사 PD가 50명도 안 돼요. 한직으로 밀려날 사람이 없습니다. 정치 뉴스를 다루면 정권 홍보 방송밖에 못 해요. 그래서 아예 여의도 쪽은 선을 끊고 쳐다보지도 말라고 한 겁니다.”

이 전 대표는 “내가 퇴임한 뒤부터 교통방송이 정치 방송이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 취임 두 달 후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이 모든 게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통·기상을 위주로 한 방송 전반’이 교통방송의 허가 사항인데, ‘방송 전반’이라고 했으니 뉴스도 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 왜 ‘교통·기상’을 적시해 놓았나요.” 그는 “방송을 전혀 모르는 인물을 방통위원장에 앉힌 이명박 정부, 방송을 산업으로만 본 박근혜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일방적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매체입니다.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라디오 보도에는 인쇄 매체나 인터넷보다 더 엄격한 저널리즘이 요구되지요. 그 원칙은 정확, 공정, 균형입니다. 그런데 서울시 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은 시장이 어느 당이냐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예 보도 기능을 축소하고 서울시민을 위한 순수 생활정보 방송이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