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5선, 출마 의지 강해
성범죄 보선에 여성 후보 적격
文, 秋의 검찰 난도질 응원
대표 공약 잘 실천했다는 뜻
그런데도 딴 후보 찾는다면
秋 이용하고 버리는 사기극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0.11.05 03:20
추미애 법무장관은 취임 열 달 동안 인사, 수사지휘, 감찰이라는 칼 세 자루를 원 없이 휘둘렀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감찰 무마같이 정권에 부담을 주는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통째로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학살 인사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70년 헌정사에서 전임 법무장관들이 단 한 번 꺼내 썼던 수사지휘권을 세 차례나 발동했다. 윤 총장의 오른팔, 왼팔 측근들은 감찰로 옥좼다. 추 장관의 칼춤은 권력 비리 수사를 못 하도록 검찰의 힘을 빼는 데 목적이 있었다. 추 장관은 그걸 ‘검찰 개혁’이라고 부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과 정반대로 검찰 개혁을 정의한 것이다.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추 장관에게 항명한 검사 300여 명도 윤 총장과 같은 의견이다. 검찰 전체 구성원 2150명 중 10%가 훨씬 넘는 인원이 인사권자에게 항명하며 “내 목을 치라”고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문 정권 사람들은 집권 전부터 이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2011년 12월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 문재인과 함께 국민 콘서트를 하는 자리에서 “법무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반발하며 나가시겠다고 하는 검사들은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 집단 항명하셔서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고 했다. 추 장관이 첫 반발 성명을 낸 검사에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좋다. 개혁만이 답”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로드 맵에 따른 것이다. 항명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청원에 4일 오후 현재 40만명 넘게 동의 입장을 밝혔다. 9년 전에 떨어진 ‘조국 지령’에 따라 진성 친문 지지자들이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마침 적절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이다. 서울은 우리나라 인구 4분의 1이 몰려 사는 대한민국의 중심부이자, 모든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용광로 같은 곳이다. 5000만 국민 전체의 여론을 대신 물을 수 있는 표밭이다. 그 서울시장 선거에 ‘검찰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을 여당 후보로 내세워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라는 거다. 그 적임자로 추미애만 한 사람이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권력 기관장 회의 때 국정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같은 다른 참석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 장관과 동시에 입장했다. 추 장관에 대한 신임을 보란 듯이 표출한 것이다. 지난달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에서 손을 떼게 하는 지휘권을 세 번째로 발동했을 때 청와대는 하루 만에 “불가피한 조치”라며 힘을 실어줬다. 물론 대통령 뜻일 것이다.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처음 도전할 때부터 내건 대표 공약이었다. 대통령은 추 장관의 말 많고 탈 많은 검찰 손보기가 자신이 그려온 검찰 개혁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라고 응원하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임기 4년을 마친 문재인 정권을 결산하는 자리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핵심적인 대국민 약속을 앞장서 실현시킨 책임자를 후보로 내서 국민의 신임을 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더구나 추 장관은 서울 지역구에서만 5선 의원을 거쳤다. 지난 4월 총선에 불출마한 이유 중 하나가 서울시장 선거 도전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멱살잡이를 하는 와중에 법무부와 관련 없는 부동산 정책에 훈수를 둔 것은 자신의 서울시장 꿈을 내비치려는 의도였다. 이번 보선은 전임 박원순 전 시장의 성범죄 의혹 때문에 치러지는 까닭에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명분이 선다는 주장도 여당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서울시장 여당 후보에 추미애 외에 다른 카드를 꼽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권이 굳이 다른 선택지를 찾는다면 이유는 딱 한 가지일 것이다. 추 장관이 나서면 선거에서 지고 정권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검찰을 난장판으로 만든 추미애 방식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정권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 민심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추 장관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척했다면 정권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로 추 장관을 이용해 먹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 ‘검찰 개혁은 정권의 사기극’이라는 항명 검사들의 고발 그대로다. 진실의 순간이 곧 닥쳐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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