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청학동 12살 소녀는 달랐다…"BTS보다 남진 할아버지 좋아"

Shawn Chase 2020. 10. 6. 18:49

보이스트롯 준우승 김다현양

김봉훈 훈장의 셋째딸
다섯살 때부터 판소리 배워
"아빠 덕에 무대 안 떨려
국악트로트로 세계 휩쓸것"

  • 강영운 기자
  • 입력 : 2020.10.06 17:33:40   수정 : 2020.10.06 17:35:13

 

 

`보이스트롯` 준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 소녀로 사랑받고 있는 김다현 양이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건강하게 나고 자란 것도, 이 자리에서 노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보이스트롯` 준우승이라는 과분한 상도 모두 부모님 덕분이에요. 하하."

지난달 29일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만난 김다현 양(12) 웃음소리가 가을 햇살을 타고 남산자락에 청량하게 울려퍼졌다. 그는 청학동 훈장으로 유명한 김봉곤 훈장 슬하 1남 3녀 중 막내다. 키 140㎝가 갓 넘은 12살 소녀는 목소리 하나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MBN 보이스트롯에서 2위를 차지했다. 타고난 `유교걸`답게 모든 공(功)을 부모에게 돌렸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촬영 내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데 감사함을 표했다. 김양은 "촬영할 때마다 충북 진천에서 직접 운전해서 돌봐주시고 무대를 끝까지 지킨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준우승 성적도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케줄이 많을 때 칭얼대고 예민하게 굴어 아직까지도 죄송해요."

김양 목소리의 힘은 판소리와 트로트의 절묘한 조합에서 나온다. 이 `꼬마숙녀`의 목소리에는 삶을 성찰하는 철학자, 한 많은 소리꾼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표현력은 `징그러울` 정도로 어른스럽다. 가수 진성은 "원초적으로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소녀를 보면서 느낀다"고 했을 정도다.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의 긴장감도 없었다. 목소리에 자신이 있어서였을까. 매번 무대에 오른 자신을 지켜보는 부모님에게 힘을 얻어서였을까. 김양은 "아버지가 있으면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작은 미미했다. 김 훈장의 딸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유교 소녀`가 온다는 냉소도 있었지만 그의 구성진 가락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1라운드 무대에서 김용임의 `사랑님`을 완벽히 소화했다. 만점인 15크라운에서 한 개가 모자란 14크라운을 받았다. "보이스트롯은 저에게 한마당이었어요. 치르고 나면 어느새 소리도, 성품도 쑥쑥 자라나게 되는 그런 마당이요".

"타고난 천재"(가수 남진)로 극찬 받았지만 실은 준비된 인재였다. 5살 때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올해로 벌써 7년째 소리를 내는 법을 익히고 있다. 김영임·박복희 명창에게 사사했다. 김양은 "아버지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가 좋아서 매일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심청가로 소리의 구슬픔을 배웠고, 트로트에서는 음표 속에 담긴 신명을 느끼는 법을 깨달았어요. 요즘은 트로트가 더 좋은 것 같아요. 한 1% 정도(웃음)."

풀숲 속에서 우는 귀뚜라미,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는 김양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한옥에서 자연과 살기 때문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런 녹색 풍경이 노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부친이 운영하는 충북 진천 선촌서당에서 소리를 채워나간다.

 



김양은 방탄소년단보다 남진, 진성이 먼저고 블랙핑크보다 주현미, 김연자, 혜은이가 먼저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국악과 트로트를 접목한 가수 송가인은 그의 롤모델이다. "송가인 언니처럼 되고 싶지만 따라하진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개성이 중요하잖아요." 소리꾼 철학이 곧게 뿌리내렸다.

서늘한 가을 해에 익어가는 곡식만큼이나 그의 꿈도 영근다. "우선, 저기서 공연해 보고 싶어요." 김양이 한옥마을 국악당을 가리켰다. 이내 더 큰 꿈을 널찍한 한옥마을 한마당에 펼쳐 놓았다. "판소리와 트로트의 신명을 외국인에게 전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K팝 언니·오빠들처럼요. 변성기부터 잘 넘겨야겠죠. 하하." 김양의 마당이 다시 동하기 시작했다.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