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달라진 현대車노조…임금보다 일자리 지키기

Shawn Chase 2020. 9. 28. 19:44

"국내생산 174만대 유지 목표"
현대차, 11년만에 임금동결
전기차시대 고용안정에 주력

기아차, 사내 부품공장 건설요구
한국GM, 국내생산물량 압박
쌍용車, 中 BYD 물량 따와

  • 이종혁 기자
  • 입력 : 2020.09.25 17:08:59   수정 : 2020.09.25 19:09:43

 

국내 최대 완성차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신속하게 무분규로 마무리하고 노사 고용안정위원회를 이르면 연내 다시 가동해 전기차(EV) 시대의 고용 안정 방안을 논의한다. EV 전용 공장의 국내 지정과 연간 완성차 생산량 174만대 유지가 노조의 최우선 목표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한국GM·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 노조들도 올 들어 일자리 지키기를 전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와 EV 시대를 맞아 노사관계의 근본 축이 `임금`에서 `일자리`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25일 2020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호봉 승급분 2만8414원), 성과금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등이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신속히 집중 교섭을 벌여 11년 만에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2년 연속 파업 없는 무분규 교섭에 성공하며 오랜 반목을 딛고 상생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 국면을 빨리 매듭짓고 미래차에 대비한 일자리 논의를 시작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노사 고용안정위원회와 미래 변화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이 조만간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고용안정위와 TFT는 국내에 EV 전용라인을 추가 지정·신설하고 EV 생산을 위한 직무전환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성 투쟁을 지양하고 실리·대화를 지향하는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올해 앞서 임금 동결과 고용 안정을 교환하는 독일식 상생 방안을 회사 측에 제안해 화제를 낳았다. 현대차 노사는 이와 관련해 올해 임단협 타결안의 일부로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선언은 "전동화, 제조기술 혁신 등 자동차 산업 변화에 따른 공정 감소 상황에서 고용안정위를 통해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연 174만대 이상 유지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지키도록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 문제는 올해 국내 다른 완성차 기업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아직 임단협을 매듭짓지 않은 기아차 노조는 EV 핵심 부품 공장 사내 건설을 임단협 요구안에 담았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장 투자 확대에도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과 EV 핵심 모듈(모터·감속기·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면 현대·기아차 생산직 일자리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태세인 한국GM 노조의 목표도 일자리 유지다. 이미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이 회사 노조는 추석 연휴 뒤 이르면 다음달 14일부터 파업 카드를 꺼낸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의 인천 부평2공장은 2023년부터 신규 생산 물량이 없어 자칫 폐쇄되고 수백 명을 구조조정하게 될 수 있다. 노조는 부평2공장에 신규 물량을 약속하지 않으면 파업 투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김성갑 한국GM 노조 지부장은 "올해 임단협 교섭의 핵심 사항은 부평2공장의 미래 발전 전망"이라고 못 박았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위기 속에서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대신할 신규 투자자 찾기에 나선 쌍용차 노조도 일감 확보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조는 유력한 인수 후보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고용 안정 방안을 논의 중이다. 노조는 또 중국 비야디(BYD)의 EV를 평택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방안과 쑹궈자동차를 통한 중국 반조립제품(CKD) 수출 사업을 앞장서서 추진 중이다.

매년 여름이면 임금 인상을 위한 강경 하계 투쟁으로 몸살을 앓던 완성차 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노조의 변화가 본격화했다고 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장기 침체하고 내연기관차보다 부품·공정이 적은 EV가 주류로 부상하며 임금 상승은커녕 미래 생존도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일본 도요타자동차, 미국 GM, 독일 다임러·BMW 등 글로벌 완성차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공장 폐쇄를 단행하고 있다"며 "고용 충격부터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노동계에 형성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회사와 상생이 아닌 투쟁으로 신규 국내 투자와 고용 안정을 압박하는 한국GM 노조의 행태는 오히려 GM의 국내 사업 철수를 야기하는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종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