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시민의 역린’ 교육·병역 문제 자극…조국만큼 커진 ‘추 리스크’

Shawn Chase 2020. 9. 10. 09:05

이주영·김형규 기자 young78@kyunghyang.com

입력 : 2020.09.10 06:00 수정 : 2020.09.10 06:00

당 대표 시절 사안, 사과 대신 고압적 자세로 문제 키워
전·현 법무장관 잇단 의혹에 검찰개혁 명분도 희화화
청 ‘공세 휘말릴라’ 침묵…일각 ‘앞당겨 교체’ 전망도

 

“추미애 고발”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이종배 대표가 9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녀의 통역병 선발 및 비자 발급과 관련해 부정하게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여권 안팎에 ‘추미애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논란, 이번 추 장관 아들의 병역 의혹 모두 ‘불공정’ 문제가 근저에 있다는 점에서 공정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냉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조국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된 데다 현 정부서 벌어진 일이란 점에서 추 장관 아들 의혹이 더 악재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이 갈수록 커지면서 속으로 부글부글하는 기류다. 서울지역 한 중진 의원은 9일 “결정적인 건 나올 게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도 “당에 굉장히 부담되는 사안이다.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다들 이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할 텐데,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정부도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교육과 병역 문제는 국민의 ‘역린’으로, 사회적 파워를 가진 사람의 자녀 문제는 아주 예민하고 세심한 문제”라며 “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법무부 장관이 이런 논란에 휩싸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책임 있는 입장을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의혹에 대한 법적 실체 규명은 별개로 하더라도, 지도부가 추 장관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간 추 장관이 국회 등에서 보인 고압적인 답변 태도 등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사안 자체는 별게 없는 거라 해도 추 장관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고 본다”면서 “‘당대표 때 있던 일 신경 못 쓴 거 사과한다’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인정했어야 하는데 국회 와서 계속 야당이랑 싸우다 보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혹은 검찰개혁 등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개혁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추 장관이 검찰 인사나 조직 개편 때마다 내세웠던 ‘검찰 개혁’ 명분도 희화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도 추 장관 의혹에 침묵을 유지했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여당 주요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추 장관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한다면 그 자체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는 추 장관 아들 의혹 중 명백한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게 없다는 판단과 함께, 청와대가 공식 대응에 나설 경우 야권의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쯤 되면 청와대도 엄청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계속 악화된다면 민심에 민감한 여당이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에 오르내리며 12월쯤 사퇴할 것으로 예상돼온 추 장관의 교체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조 전 장관은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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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100600005&code=910100#csidxc0892e6e4e2b324aa37079b71145f0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