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민주당 전대 돋보기](1)“내가 노무현·문재인 계승자”…열성 집토끼 잡기 집중

Shawn Chase 2020. 7. 20. 22:56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20.07.20 20:41 수정 : 2020.07.20 20:48

 

친문·친노 표심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된 20일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한 이낙연 의원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왼쪽 사진).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강원 춘천시 강원도 소방본부를 방문해 선물받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문 정부 초대 총리” 김부겸 “문 정부 행안부 장관”
후보 등록 전후해 첫 지역 일정으로 나란히 봉하마을 찾아
핵심 지지층 ‘전략적 선택’ 가능성…친문 포퓰리즘 경계론도

 

“전당대회 승패는 친노(무현)·친문(재인)계 표심에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8·29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친노·친문’의 지지라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주요 유권자도 일반 시민이 아니라 100만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과 1만5000명이 넘는 대의원들이다. 최우선 선거 전략이 ‘친노·친문 잡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전대는 뚜렷한 친노·친문 후보의 부재로 치러지는 만큼 이들 핵심 지지층 표심이 더 중요해졌다.

‘비문’ 후보인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친노 원로들과 친문계 의원 등을 영입하며 ‘노무현·문재인 계승자’를 자처한다. 하지만 전대가 차기 대선 전초전인 점은 핵심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대 사이에서 두 후보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당 혁신·정책 중심 선거전이 아닌 ‘친문 포퓰리즘’ 전대를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게 ‘친노·친문’은 전대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통한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라는 점을 내세운다. 대표 출마 선언 때부터 “문재인 정부 첫 총리로서 대통령님을 보필하며, 국정의 많은 부분을 관리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과 함께한 문재인의 계승자’라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식이다. 김 전 의원도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온몸을 던진 지역주의 타파의 길, 문 대통령이 걷고 있는 촛불혁명의 길을 따랐다”고 언급했다.

두 후보 모두 공식 등록을 전후해 첫 지역 일정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선택했다. 이 의원은 20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즐겼던 대강막걸리를 선물했다. 김 전 의원도 지난 18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전대 출마’를 신고했고, 경남도청을 찾아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예방했다.

두 후보는 친노·친문계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심을 대거 움직일 수 있는 핵심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략도 주로 ‘영입전’에 맞췄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후원자로 영입했다. 친노 원로인 이기명 전 노무현재단 고문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도 멘토로 합류했다. 현역 의원 중에선 박광온 최고위원이 캠프 총괄을 맡았고,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친문계인 최인호 의원이 공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스승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후원회장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캠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원조 친노 인사들이다. 현역 의원 중에선 부산 친노그룹 좌장인 박재호 의원 등이 돕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아직 친노·친문계의 마음이 완벽히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친문계 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한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현역 의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당내 친문계에선 전략적으로 대선까지 염두에 두면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대 표심은 아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활 이후 이날 발표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대세론’이 주춤한 결과는 핵심 지지층인 이들의 전략적 선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최근 논란을 빚었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해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도 핵심 지지층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선 잠룡인 정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뿐 아니라 두 후보에게 향하는 시선이 분산되면서 향후 전대 이합집산 구도에 따라 핵심 지지층의 표심 향배가 결정될 수도 있다.

대선을 염두에 둔 당권주자들이라 외연 확대가 중요하다. 전대는 당내 기반 및 전국 조직을 구축하는 기회이다. 핵심 지지층은 선명성을 요구한다. 이 의원이 과도하게 신중했던 자신의 메시지를 스스로 비판하며 “대처가 좀 굼뜨고 둔감했다”고 한 것도 분명한 입장을 원하는 친문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데 분주하다. 반면 외연 확대를 위해선 중도·부동층을 확보해야 하고, 이들은 안정감과 합리성을 중시한다. 핵심 지지층을 바라보는 두 후보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일부에선 두 후보가 당 혁신과 정책에 대한 ‘그림’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인물 영입에만 몰두해 자칫 친문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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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202041005&code=910402#csidx9ece308bbe7c60bb0593d1874074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