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중국산 D램 미스터리···개발했다는데 9개월째 본 사람 없다

Shawn Chase 2020. 6. 1. 19:46

 

[중앙일보] 입력 2020.06.01 14:48 수정 2020.06.01 16:15

 

지난해 9월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발 뉴스에 발칵 뒤집혔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D램 반도체 양산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성공을 의미했고, 국내 업계는 중국발 반도체 생산의 파장을 분석하느라 술렁였다. 그런데 요즘 반도체 업계는 다시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D램을 만들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CXMT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DDR4 반도체 [CXMT 홈페이지 캡쳐]

 

CXMT는 양산했다며 D램 제품 사진 공개   

CXMT는 지난해 9월 “8기가비트(Gb) DDR4와 LPDDR4를 연내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DDR4는 2014년 출시돼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고, 2001년 출시된 DDR 대비 데이터 전송속도가 8배(1600~3200Mbps) 빠르다. DDR4는 PC나 노트북에, LPDDR4는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로 각각 사용된다. 주이밍 CXMT 회장은 당시 “우리가 개발한 D램은 수요기업의 검증을 마쳤다”며 “연내 12만 개 수준의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2월 중국 IT 매체인 테크웹은 “CXMT가 D램 반도체 양산·판매를 시작했다”고 후속 보도를 했다. 실제로 CXMT 홈페이지에는 “2019년 8기가비트(Gb) DDR4 양산을 시작했다”는 주이밍 회장의 글이 올라와 있다. 또 DDR4 이미지 사진과 함께 “중국이 독립적인 D램 생산 능력을 달성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소개돼 있다. 또 지난해 말 IT 매체인 EE타임즈의 “CXMT가 안후이성 허페이에 (D램 반도체 공장인) 팹1을 완공했고 19나노 공정으로 DDR4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시장에서 중국산 D램 거래 기록 없어"  

하지만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CXMT의 D램 양산에 대한 의문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중국이 D램을 개발했다는데 시장에서 판매됐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관련 업계에서도 CXMT가 만든 D램을 봤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업계의 관계자 역시 “확신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공정 기술로는 빨라야 내년 정도에 D램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라고 전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CXMT 공장 [CXMT 홈페이지 캡쳐]

 

중국산 D램 '미스터리' 4가지 가능성  

중국의 D램 생산설과 관련 업계는 네 가지 가능성을 거론한다. 먼저 중국 특유의 ‘블러핑(bluffing)’, 즉 ‘허세·과장’이라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CXMT의 생산 능력이 의문스럽다”며 지난해 말 내놓은 보고서도 맥락을 같이한다.   
 
둘째, 공정 기술 문제로 양산이 지연됐을 가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또 다른 메모리 업체인 푸젠진화(JHICC)가 마이크론의 공정기술을 모방하다가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사실상 D램 개발을 포기했다”며 “CXMT 역시 자체 공정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기술이나 수율에 문제 발생 

셋째, 양산에 들어갔지만 수율 문제로 시장에는 내놓지 못할 가능성이다. 수율은 반도체의 원료인 웨이퍼 한 개에서 품질이 확보된 반도체를 얼마나 만들어내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업계에서 수율이 85% 이상 돼야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중국의 D램 수율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율을 포함한 중국의 양산 기술은 한국과 최소 3년 이상 차이가 나는 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XMT가 실제 D램을 생산하고 테스트 중일 가능성이다. 익명을 원한 한 반도체 전문가는 “저성능 D램일지라도 중국엔 비밀리에 테스트해볼 IT 업체가 많다”며 “중국 입장에서 수율이나 수익성이 아니라 개발·양산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라도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IT 매체인 테크웹이 CXMT가 노트북용 D램 반도체를 개발, 판매를 시작했다며 공개한 사진. 실제 CXMT가 만든 D램 반도체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테크웹 캡쳐]

 

중의 D램 야망은 한국에 분명한 위협   

국내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CXMT가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성 있는 D램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최소 3~5년은 더 걸릴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CXMT는 최근 ‘특허 괴물’로 알려진 램버스와 D램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시장 판매를 염두에 둔 준비작업이다. 또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국내 인력을 빼가는 데에도 혈안이 돼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을 애써 무시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며 “LCD 시장을 중국에 빼앗긴 것처럼 중국의 D램 개발 야망은 한국에는 분명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중국산 D램 미스터리···개발했다는데 9개월째 본 사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