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일본차 비켜”… 현대차, 베트남 찍고 동남아 공략 ‘액셀’

Shawn Chase 2020. 5. 4. 16:03


김도형 기자입력 2020-05-04 03:00수정 2020-05-04 03:00

[커버스토리]13년만에 베트남서 도요타 제쳐, 1분기 승용차 1만3824대 판매
하반기 제2공장 증설 등 박차… 기아차도 혼다-미쓰비시 꺾고 3위
‘日텃밭’ 아세안시장 뚫는다… 일본 브랜드가 시장 90% 점유
정의선 부회장 동남아 개척 전략… 印尼에 年25만대 생산공장 건설
베트남 닌빈에 있는 현대-탄콩 베트남생산 합작법인(HTMV)에서 직원들이 차를 조립하는 모습(위 사진)과 2017년 3월 현지를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HTMV 제공
현대자동차가 베트남 진출 13년 만인 올 1분기(1∼3월)에 도요타를 누르고 자동차 판매 선두로 올라서면서 현대차그룹의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 생산이 가능한 완성차 공장 건립을 결정한 바 있다.

3일 베트남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차와 베트남 탄콩그룹의 합작사인 현대탄콩은 올 1분기 1만3824대의 승용차를 판매하며 1만3748대에 그친 도요타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판매 1위에 올랐다.

2007년 베트남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가 13년 만에 철옹성과 같았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기아자동차가 베트남에서 타코그룹과 손을 잡고 세운 타코기아도 이 기간 5600여 대를 판매하며 혼다와 미쓰비시를 누르고 도요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60% 수준이다. 점유율이 90%를 넘나드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세안(ASEAN) 국가에 비해 비교적 일본세가 약한 곳이다. 동남아 시장을 텃밭처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를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그나마 두드려볼 만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2011년 탄콩그룹을 통해 현지에서 위탁 조립하는 방식(CKD)으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2017년 3월 탄콩그룹과 아예 생산 합작법인(HTMV)를 만들며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돌입했다. 2007년 진출 이후 시장 상황을 관찰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자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분해된 부품을 수출해 조립 생산하는 CKD 생산은 관세를 낮출 수 있고 현지 투자와 고용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진출 전략으로 꼽힌다.

해외 전략 모델인 소형차 i10을 비롯해 엑센트, 투싼, 싼타페, 포터 등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특히 i10이 ‘베트남 국민차’로 꼽히며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2018년 베트남 시장에서 2017년에 비해 2배가 넘는 5만5900여 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6만7000여 대를 판매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탄콩그룹과의 판매 합작 법인을 설립해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등 단계적인 진출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현대차는 2공장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의 6만 대에서 10만 대까지 키울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베트남에서의 성공 사례를 동남아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전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야 중국에서의 침체를 양적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는 현대차는 내년 말부터 연간 15만 대 규모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동남아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약 316만 대(연간 판매량)에서 2026년에는 약 449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동남아 현지에서도 일본 브랜드가 독식하는 상황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시장을 장악한 일본의 견제를 뛰어넘어 현지에서 요구하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