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4.17 03:20
코로나, 막말, 황 대표… 선거에 영향 미쳤지만
한국 정치 지형 변화가 근본적 원인
통합당이 '강남당'이고 '늙은 당' '가진 당'이면 앞으로도 패할 것
이번 총선 결과는 코로나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황교안 대표나 막말, 코로나 지원금 때문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제 한국 사회는 복지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등 '보수'를 내건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황교안, 막말이 다 없었어도 지금처럼 큰 차이는 아니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했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 득표는 공고한 호남 몰표와 304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 반(反)통합당 표, 그리고 우리 사회 양극화에 따라 '가진 자'에게 반감을 갖게 된 광범위한 계층의 연합이다. 과거에는 민주당은 호남 표가 주축이었다. 하지만 젊은 층 반통합당 표와 계층적 지지 표가 그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으로 양극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전체 인구의 70%가 넘던 중산층이 작년엔 52%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스스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2%보다 더 적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충격적인 구조 변화다. 이 큰 변화가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3040 세대는 1980년을 전후해 출생한 사람들이다. 민주화 이후에 성장한 세대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른다. 이들이 10~20대 때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경제가 고도 성장을 멈춤에 따라 당연히 되던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된 고통을 몸으로 겪은 세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에 절망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이나 통합당 후보의 '3040은 논리가 없다' '세월호' 발언 등은 이들을 사전투표장으로 몰려나가게 만들었다.
'지역+3040+계층'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득표는 통합당에 비해 서울에서 11.4%포인트, 경기에서 12.6%포인트, 인천에서 11.8%포인트 앞섰다. 수도권에서만 771만표를 얻어 통합당을 176만표 능가했다. 승자 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서 이 정도 표 차이는 싹쓸이를 가능케 한다. 중도층을 상당수 흡수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성상 '지역+3040+계층'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극보수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그의 탄핵을 계기로 달라졌다. 4년 전 총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역+3040+계층'은 조금씩 굳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 갈등, 세대 차이, 계층적 불만 의식은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조국, 울산 선거 공작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이 근본 문제와 맞서게 될 때 사람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분명하다.
통합당은 이번에 다시 한 번 '강남당(黨)'임이 드러났다. '강남'은 우리 사회에서 선망을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위화감 내지는 반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통합당이 유권자들에게 '강남당'으로 인식되는 한 앞으로 얼굴과 간판을 바꿔도 완패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역+3040+계층'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3040 세대와 계층적 비판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 민주당을 '같은 편' '우리 편'으로 여기게 되고, 통합당을 '가진 자들의 편' '너희 편'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한국 선거는 민주당 독주 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울산 선거 공작 혐의로 기소된 사람 3명이 모두 당선된 것은 불법행위를 했느냐보다 '우리 편'이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3040 세대 직장인들이 "문재인이 잘한 것도 없지만 통합당은 정말 못 찍겠다"고 하는 것은 아예 '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해도 이 '우리 편' 의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거 구조가 이렇게 굳어지면 한국에서도 일본식 '1.5당 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선거마다 만들어지던 절묘한 균형은 역사의 유물이 되는 것이다. 일본 중의원은 야당이 여당의 2분의 1이지만 존재감은 10분의 1도 되지 못한다. 진짜 야당 역할은 여당 내 반대파가 한다. 그래서 일본은 다른 민주 국가처럼 여야 양당 체제가 아니라 1.5당 체제라고 한다. 한국에서 2년 뒤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한국식 1.5당 체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초입 지점이다.
통합당이 1.5당 체제를 막으려면 근본을 바꿔야 한다. 지역 갈등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이지만 3040 세대의 마음을 얻고 계층 문제를 푸는 것은 노 력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당 대표를 뽑는 대의원들을 젊은 층으로 물갈이하고, 당의 얼굴들을 젊게 바꾸고, 당 복지 정책을 보완해 나가면 유권자들의 시선이 바뀐다. 기본소득제와 같이 합리성을 갖춘 제도는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진지하게 토론해봐야 한다. 통합당이 참패의 원인을 코로나와 황교안, 막말에서만 찾는다면 1.5당 체제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민주당 득표는 공고한 호남 몰표와 304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 반(反)통합당 표, 그리고 우리 사회 양극화에 따라 '가진 자'에게 반감을 갖게 된 광범위한 계층의 연합이다. 과거에는 민주당은 호남 표가 주축이었다. 하지만 젊은 층 반통합당 표와 계층적 지지 표가 그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 1997년 IMF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본격적으로 양극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전체 인구의 70%가 넘던 중산층이 작년엔 52%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스스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2%보다 더 적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충격적인 구조 변화다. 이 큰 변화가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3040 세대는 1980년을 전후해 출생한 사람들이다. 민주화 이후에 성장한 세대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른다. 이들이 10~20대 때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경제가 고도 성장을 멈춤에 따라 당연히 되던 취직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된 고통을 몸으로 겪은 세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값에 절망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이나 통합당 후보의 '3040은 논리가 없다' '세월호' 발언 등은 이들을 사전투표장으로 몰려나가게 만들었다.
'지역+3040+계층'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이번 선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득표는 통합당에 비해 서울에서 11.4%포인트, 경기에서 12.6%포인트, 인천에서 11.8%포인트 앞섰다. 수도권에서만 771만표를 얻어 통합당을 176만표 능가했다. 승자 독식인 소선거구제에서 이 정도 표 차이는 싹쓸이를 가능케 한다. 중도층을 상당수 흡수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성상 '지역+3040+계층'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극보수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과 그의 탄핵을 계기로 달라졌다. 4년 전 총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지역+3040+계층'은 조금씩 굳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 갈등, 세대 차이, 계층적 불만 의식은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소득 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조국, 울산 선거 공작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이 근본 문제와 맞서게 될 때 사람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분명하다.
통합당은 이번에 다시 한 번 '강남당(黨)'임이 드러났다. '강남'은 우리 사회에서 선망을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위화감 내지는 반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통합당이 유권자들에게 '강남당'으로 인식되는 한 앞으로 얼굴과 간판을 바꿔도 완패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지역+3040+계층'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3040 세대와 계층적 비판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 민주당을 '같은 편' '우리 편'으로 여기게 되고, 통합당을 '가진 자들의 편' '너희 편'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한국 선거는 민주당 독주 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울산 선거 공작 혐의로 기소된 사람 3명이 모두 당선된 것은 불법행위를 했느냐보다 '우리 편'이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3040 세대 직장인들이 "문재인이 잘한 것도 없지만 통합당은 정말 못 찍겠다"고 하는 것은 아예 '편'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정권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해도 이 '우리 편' 의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거 구조가 이렇게 굳어지면 한국에서도 일본식 '1.5당 체제'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선거마다 만들어지던 절묘한 균형은 역사의 유물이 되는 것이다. 일본 중의원은 야당이 여당의 2분의 1이지만 존재감은 10분의 1도 되지 못한다. 진짜 야당 역할은 여당 내 반대파가 한다. 그래서 일본은 다른 민주 국가처럼 여야 양당 체제가 아니라 1.5당 체제라고 한다. 한국에서 2년 뒤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한국식 1.5당 체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 지금은 그 초입 지점이다.
통합당이 1.5당 체제를 막으려면 근본을 바꿔야 한다. 지역 갈등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이지만 3040 세대의 마음을 얻고 계층 문제를 푸는 것은 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6/2020041604426.html
'국내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교안, 사퇴직전 김종인에 "비대위 맡아달라" (0) | 2020.04.17 |
---|---|
환호 대신 몸낮춘 민주당 (0) | 2020.04.17 |
[사설] 국가 모든 권력을 쥐게 된 정권, 스스로 견제하고 중심 잡아야 (0) | 2020.04.17 |
“보수표만 뭉치면 이긴다고 착각…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해야” (0) | 2020.04.17 |
"아직도 보수가 다수라 착각… 강경 지지층에 휘둘려 중도층 잃어" (0) | 2020.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