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쟁같은 하루하루서 찾는 '진짜 휴식' 5분

Shawn Chase 2020. 4. 10. 18:33

불안하고 두려운 맘 다루기

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14)

전쟁같은 하루하루서 찾는 '진짜 휴식' 5분

불안하고 두려운 맘 다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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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씨(58)는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게 엉망이 됐다. 2년 전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차렸는데 3개월째 적자다. 그것도 보통 적자가 아니다. 인건비는 커녕 매장 월세도 못낼 지경이다.
설상가상 주식에 넣어둔 돈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비교적 안전성이 좋다는 ELS(주가연계증권)에 넣었는데 이미 30~40% 손해가 났으니….    
올 봄 대학을 졸업한 큰 놈(아들)은 아예 취업문이 닫혀져 실업자 신세다. 코로나 사태는 언제 진정될지 모르고….
느는 이 한숨 정도가 아니다. 집에서나 가게에서나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잠잠하지 않는다. 불안과 두려움이 마구 엄습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밤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생각은 더 생생하고 거세게 일어난다. 걱정을 멈추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면 그때까지 없던 새로운 걱정거리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얼마 있다가 그 걱정거리는 후회와 자책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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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젊은 시절 뭐했지? 누구같이 변변한 집, 재산도 모우지 못하고…. 마누라한테 잘 한 것 없는 데도 큰 소리나 치고, 술이나 먹고. 그 돈 다 절약해 모았다면 지금 걱정 없이 살고 있을텐데.
그리고 곧 자신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 비난의 화살이 가슴에 꼽힌다.
난 무능한 남편, 나쁜 남편이야. 자식들이 자랑할 아빠도 못되고…
 
가슴이 몹시 아프다. 괴로워진다. 베개에 깊이 얼굴을 묻거나 몸을 뒤척여 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다시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밤이 깊어지는 동안 기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자신이 나약하고 무기력하며, 인생을 잘못 살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나쁜 인간’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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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알람이 울릴 즈음 기철씨는 탈진한 상태에서 잠깐 비몽사몽에 빠졌다가 깨어난다. 비참한 기분이 든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심신이 지친 상태로 출근한다. 손님이 없어 종일 파리 날리는 가게에 앉아 있는 것도 고문이다. 잠을 못자 머리는 멍한 상태. 잠시 매장 구석으로 가 눈을 붙이려고 들면 오히려 다시 말똥말똥해진다. 그리고 온갖 생각, 상념이 다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러다가 골로 가는 거 아냐…
  
겁이 덜컥 났다. 요즘은 생각나는 것 마다 부정적인 것들이다.
언젠가 마음이 복잡할 때는 명상을 해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명상이 절간에서 가부좌 틀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양 사람들도 사무실이건, 집 소파에서건 잠깐 짬 내서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같이 성공한 유명인사들도, 애플, 구글, 페이스북같은 IT기업도, 하버드, MIT같은 명문대 학생들도 모두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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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fotechnology.com/

 기철씨는 절박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로 들어가 ‘명상’이란 단어를 쳤다. 명상을 소개하고 가르치는 수많은 영상들이 떴다. 그중에서 초보자가 할 수 있는 명상 몇 개를 보고 그저 따라해 보았다.

자세도 특별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 된다. 그리고 강사가 하라는 대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한 1분 정도 지났을까.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느낌이 찾아왔다.
흙탕물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생각도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계속 심호흡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었다.
강사는 이어 몸의 감각을 느껴보라고 했다. 몸이 편안한지, 찌뿌듯한 지, 거칠고 아픈 곳은 없는지, 심장이 빨리 뛰는지 천천히 뛰는지, 몸이 차가운지 더운지 등을 느껴보라는 얘기다.
야. 내 몸이 이렇게 굳었나? 목덜미, 어깨 모두 뻣뻣하네. 팔 다리도…
기철씨가 신체 감각에 집중하다보니 복잡한 머리가 좀 쉬는 듯 했다. 또한 마음이 좀 가라앉으니 평소 빨리 뛰던 심장의 박동도 느려지고, 불끈불끈 치솟던 불안감 또는 분노도 잠잠해졌다.
손목시계를 보니 어느덧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강사는 마지막으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명상을 마무리 했다.

여러분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다 잘될 겁니다.

행복하십시오.

 
짧은 시간이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기철씨는 내면의 평화를 느껴 보았다.
복잡한 생각과 싸우지 않고, 쉴 새 없이 출렁거리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편안한 마음, 지금 여기에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날 그는 오랜만에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그의 외적 상황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장사는 여전히 죽을 쑤고 있고, 주식값도 본전을 찾으려면 멀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잠시지만 쉬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잠깐의 휴식으로 비축된 에너지가 지금 매일 치르는 ‘전쟁’같은 현실에서 '나'를 버텨나갈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