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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트롯 나태주 "밥은 하루 8끼, 광고는 15개 쏟아져"

Shawn Chase 2020. 4. 6. 00:13




입력 2020.04.05 19:04 | 수정 2020.04.05 21:41


최보윤 기자의 트롯맨 열전 <5> 나태주
'미스터트롯'에서 '태권트롯'으로 인기몰이
동남아, 미국 등지에서 공연문의 쏟아져
"트로트 가수 처음 권한 사람은 장민호
미스터트롯 성공은 남자들 끈끈한 우정덕"

“무조건! 무조건!”
지난 1월 중순 ‘태권돌(태권도+아이돌)’의 상징 ‘케이타이거즈 제로(케타제로)’의 첫번째 미니앨범 ‘희로애락’ 발표회가 열린 도쿄 공연장. 200여명의 일본 팬들 입에서 “무조건 무조건이야”가 일제히 쏟아졌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태권트롯’이란 장르를 처음 선보인 케타제로 멤버 나태주를 향한 팬들의 응원. 그가 101인 예선전에서 박상철의 ‘무조건’에 맞춰 공중돌기를 하며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라는 노랫말을 외쳤던 것처럼, 나태주의 ‘태권트롯’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넘어 해외 팬들까지 빠르게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나태주/오종찬 기자
나태주/오종찬 기자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나태주는 “해외 팬분들이 미스터트롯을 챙겨보시고 노래까지 다 따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면서 크게 웃었다. 미스터트롯 ‘직장부’로 출전해 매번 경이에 가까운 무대를 연출했던 그다. ‘사랑과 정열’팀에서 선보인 폴 댄스에서 그가 봉을 잡고 가로로 몸을 곧추세우는 모습까지 선보이자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는 물론 미국에서 공연해달라는 요청까지 쏟아졌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까지 소문난 나태주의 인기는 광고업계도 들썩이게 했다. 최근 공개된 전자랜드 광고를 포함해 경연 중 15개 넘는 회사로부터 광고 제안을 받았다.

태권 퍼포먼스를 선보인 나태주. 마이크를 잡고 팔을 펴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청도 '뭐든 쉽게 할수 있다'며 완벽하게 실행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오종찬 기자
태권 퍼포먼스를 선보인 나태주. 마이크를 잡고 팔을 펴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청도 "뭐든 쉽게 할수 있다"며 완벽하게 실행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오종찬 기자


웨딩 화보를 찍는 등 각종 패션 화보 촬영 문의까지 줄줄이 들어온다. 식단 관리에 철저할 것 같은데 나태주는 스스로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고백했다. 하루 8끼는 기본, 고기 먹을 때 밥은 꼭 있어야 한단다. 미스터트롯 경연 중 회의할 때도 빵을 한가득 올려놓고 시작해야 마음이 놓일 지경. 오죽하면 ‘사랑과 정열’팀 식비가 많이 나와 담당 작가가 사비를 털어야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운동량이 워낙 많다 보니 체지방률 10% 내외의 몸을 유지한다.

날렵한 발차기를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날렵한 발차기를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어릴 때부터 몸쓰는 것과 트로트를 너무 좋아해서 한번 엮어보고 싶었어요. 2010년부터 태권도 관계자분들께만 일부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도 대중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따로 연습하는 게 아니라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최소 12시간씩 운동하는 게 삶이 되다 보니, 이젠 돌면서 밥도 먹고 글씨도 쓸 수 있을 지경이에요, 하하! 노래에 집중하려고 선보인 주현미 선생님의 ‘신사동 그 사람’을 위해선 일부러 몸을 안 움직이려고 발 위에 물통을 올려놓고 연습했습니다.”

태권도는 아홉 살 때부터 시작했다.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는데다 운동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 부모님이 권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아버지도 운동을 좋아해 권투, 무에타이, 합기도, 태권도 등 유단자로 종합 무술인에 가까운 수준. 그 덕에 중3 때 태권도 시범단인 케이타이거즈에 입단했고, 세계 태권도 품새선수권 대회 1위를 거머쥐며 ‘세계 랭킹 1위’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2010년엔 영화 ‘히어로’로 배우 데뷔도 했다. “종로 탑골공원에서 트로트로 봉사하시는 고모님을 제외하곤 저희 집안에 이렇게 끼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거든요. 그런데 팬들께서 ‘이제 시작인 태주의 날개가 돼 드릴게요’라고 적힌 어마어마한 현수막을 보내주시고, ‘꽃길 걷게 해주겠다’며 응원해주셔서 울컥하기도 하고, 정말 꿈만 같습니다.”


그에게 경연은 “공부의 시간”이었다. 음악적으로도, 태권도에서 중시하는 예의범절과 겸손 면에서도 그는 새롭게 배웠다고 했다. 준결승 때 남진의 ‘남자다잉’ 듀엣 공연으로 그에게 ‘0점’을 안겼던 이찬원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MAKE THE CALL


“찬원이가 저 뽑았을 때요? 정말 죽이고 싶었어요, 하하! 저도 찬원이 같이 ‘센 캐(센 캐릭터;강한 맞수)’를 골랐을 건데, 세도 너무 센 친구가 저를 고른 거예요. 사실 전 준결승이 마지막이 될 거라 이미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동안 경력이나 고생을 보면 신동부, 현역부 선배님들이 올라가시는 게 맞아요. 경연 무대 안팎이 제겐 모두 공부의 시간이었지요. 구수한 음성의 찬원이와 미성의 제가 만나 좋은 무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정말 신나게 준비해서 무대에 올랐어요. 노래를 더 들려드리려고 퍼포먼스도 많이 줄였지요. 찬원이 노래하는 스타일이 정말 신기해서 ‘일부러 꺾는 거냐, 알아서 꺾어지는 거냐’고 질문했을 정도예요. 찬원이가 ‘잘 모르겠다. 노래 많이 해서 절로 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또 배웠지요. 들인 시간과 노력은 드러나게 돼 있다는 것을요.”

인생이 ‘도전’이라는 그에게도 폴 댄스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 “너무 아프고, 마냥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닌 걸 깨달으니 자신감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정말 다음날 도망가버리고 싶었어요.” 격파부터 회전, 격투기까지 안 해본 게 없는 그에게 그간 가장 어려웠던 운동은 의외로 필라테스. 정적(靜的)인 운동은 체질에 안 맞는다고 했다.

카디건을 벗고 남성적인 매력을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카디건을 벗고 남성적인 매력을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살랑살랑 가벼운 몸짓에 인터뷰 중간중간 비음 섞인 노래를 부르고, 그윽한 눈웃음을 건네는 모습에서 미스터트롯에 함께 출연했던 가수 영탁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태주에게 곡을 만들어주면서 “나태주는 우리 둘이 몰래 저기 가서 도망가서 살자, 그런 느낌의 끼 부리는 남자”라고 했다. “영탁 형님이 경연 중 밥 먹다가 ‘너를 위해 썼다’고 노래를 보여주시는데, 듣자마자 홀딱 빠져들었어요. 요즘 유행하는 세미트로트 풍인데, 악기들마저 섹시하게 조합되는 거에요. 후배를 위한 울타리가 돼 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때 알게 되었지요.”

트로트 가수로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봐준 건 장민호였다. “민호 형은 8년 전쯤 연예인 봉사단체(컴패션)에서 알게 됐어요. 제가 노래하는 모습 보시더니 ‘우리 회사 와서 트로트 가수 해보자’고 하셨지요. 그땐 제가 무르익지 못했다 생각해서 거절했는데, 이후에도 용기를 북돋워주셨어요. 경연에서도 제 칭찬을 얼마나 하셨던지 영탁 형님을 비롯해 다른 출연진들이 ‘민호형이 너무 괜찮은 친구라더니 나태주가 당신이었군요’라고 했을 정도예요.”

팔뚝 힘줄로 남성미를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팔뚝 힘줄로 남성미를 선보인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그는 ‘미스터트롯’에 대한 성공의 비결을 ‘맏형’ 장민호와 ‘큰 형님’ 영탁에게 돌렸다. “태권도에서 가장 중시되는 게 예의범절이잖아요. 근데 여기서 형님들이 보여준 겸손함과 배려에 놀랐어요. 세상은 넓고도 더 배울 게 많구나 뼈저리게 깨달았지요. 저희가 말도 못 걸 정도의 경력이 대단한 선배님이니 목에 힘주셔도 될 텐데, 더 낮은 자세로 바라보며 출연진을 챙겨주세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제작진과의 대화에서 문제가 좀 있어 보이면 나서서 정리를 다 해주시고, 저희가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경연에 돌입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형님들은 그 다음에 연습하세요.”

장민호와 영탁은 경연장 밖에서도 수시로 연락하며 컨디션은 좋으냐, 이번에 무대 좋았다는 등 출연진에 격려 전화를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전 미스터트롯을 한마디로 ‘거짓 없고 열정적인 남자들의 순수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현장에서 눈빛만 봐도 알아요. 사실, 태권도 경기에서 상대가 발목이 좀 아프다 싶으면 ‘이길 수 있겠다’라고 해요. 미스터트롯은 경연인데도, 달라요. 누군가 아프면 서로 더 챙겨줘요.” 나태주는 “단언컨대 형님들의 솔선수범 덕분에 서로 무대를 더 잘 꾸밀 수 있게 됐고, 시청률 역시 좋게 나왔다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쭉 뻗은 발차기의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쭉 뻗은 발차기의 나태주/사진=오종찬 기자

그의 롤모델은 트로트가수 김용임과 주현미. 동명이인인 나태주(75) 시인도 좋아한다. “두 분 가수 선생님과 무대에 같이 서거나, 직접 지도받을 수 있다면 그날이 제 또 다른 생일이 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이거 네가 쓴 시야?’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 박히게 듣게 한 나태주 시인님도 뵙고 싶어요. 데뷔하고 나서 포털에 ‘나태주’ 이름을 수시로 검색했는데, 시인님이 저보다 먼저 나오면 살짝 질투하기도 했거든요, 하하! 경연 때엔 제가 더 위에 있었는데, 시인님이 신작 발표하시면 기사가 또 뜨는 거에요. 그 예술혼에 정말 깜짝 놀랐죠. 많이 배웠어요. 저도 그분들 못지않게 오래오래 무대에 설 수 있는 예술인이 되고 싶어요.”

하트와 함께 귀여운 모습도 선보인 나태주. '경연이 끝난 뒤 동거동락했던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공허함이 몰려오면서 얼굴이 확 뒤집어졌다'며 '피부 트러블에 대한 팬 분들 걱정에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오종찬 기자
하트와 함께 귀여운 모습도 선보인 나태주. "경연이 끝난 뒤 동거동락했던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공허함이 몰려오면서 얼굴이 확 뒤집어졌다"며 "피부 트러블에 대한 팬 분들 걱정에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오종찬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5/20200405013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