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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 '왜 부부로 사는가'...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만난 5쌍의 부부

Shawn Chase 2020. 3. 9. 16:39

섹스·동거 없는 행복한 부부? 전통적 결혼에 의문 던지다

TV리뷰 - '왜 부부로 사는가'...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만난 5쌍의 부부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만난 첫 번째 커플. 다자간 부부로 살며 자녀들을 함께 양육하고 있다.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만난 첫 번째 커플. 다자간 부부로 살며 자녀들을 함께 양육하고 있다. ⓒ SBS


인류는 언제부터 일부일처제로 살아왔을까. 일부일처제는 여성과 남성이 한집에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형태로 굳어져왔다. 인류가 일부일처제를 오랫동안 채택해오면서 그것을 당연하고 유일한 사랑과 결합의 형태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 대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SBS 창사특집 <나를 향한 빅퀘스천> 3부 '왜 부부로 사는가' 편에선 다양한 결혼의 형태를 탐구했다.

결혼 16년차 배우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다양한 결혼과 가족관계로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해외의 부부들을 만났다. 이들이 만난 첫 번째 부부는 캐나다에서 만난 폴리아모리(Polyamory·폴리가미와 구분되는 비독점적 다자간 사랑) 부부.

[폴리아모리] 남편 1명과 아내 2명

네키는 사라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지만, 그 후에 캐서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막내인 노아를 낳았다. 이들이 한가족이 돼 함께 산 지 9년이 됐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성인 인구의 3.5%가 폴리아모리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사라는 "질투를 느낀 적이 없다"고 답하면서도 "그냥 사소한 것이다. 우린 서로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렸다. 캐서린은 "학부모 모임이 있으면 세 사람이 모두 함께 간다"고 밝혔다.

 SBS 창사특집<나를 향한 빅퀘스천> '왜 부부로 사는가'편에 프리젠터로 참여한 장현성-양희정 부부. 해외의 부부를 차례로 만나 결혼과 애정의 의미를 탐구했다.

 SBS 창사특집<나를 향한 빅퀘스천> '왜 부부로 사는가'편에 프리젠터로 참여한 장현성-양희정 부부. 해외의 부부를 차례로 만나 결혼과 애정의 의미를 탐구했다. ⓒ SBS


이들은 질투심이 없을 수 없지만 침묵하지 않고 항상 대화로 푼다고 했다. 각자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고. 와인을 마시며 하루 5시간씩 대화했다. 캐서린은 "운동을 배울 때 처음엔 힘들지만 차차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감정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랑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설렘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관계 속에서 다른 감정으로 진화한다.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서로간에 쌓이는 신뢰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코-패어런팅] 성관계 없이 아이만 공동육아

장현성-양희정 부부가 만난 두 번째 부부는 코-패어런팅(Co-Parenting·공동 육아 부모) 커플. 연인은 아니지만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다. 이들은 성관계를 하지 않고 아이만 공동으로 키운다. 코-패어런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파트너를 찾고 체외수정으로 출산했다. 상담을 함께 받고 상대가 말한 것이 진실인지 시간을 두고 검증을 하기도 한다. 상대가 좋은 부모가 될 소질을 지녔다고 판단되면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공동으로 육아한다.

장현성은 "좋은 엄마, 아빠를 쇼핑하는 것 같은 불편함과 오싹함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내 레이첼은 "가정을 꾸리는 데 감정, 로맨스는 오히려 장벽이 된다"며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이혼했다. 싱글맘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내 아이가 아빠 없이 자라는 것도 싫었다. 디즈니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연애 감정은 결합을 만드는 힘이지만, 결합을 깨는 힘이 되기도 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는 이들에게 연애감정에 기반한 전통적인 결혼방식은 이미 실패로 보였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된다고 했다.

 미국에서 만난 두 번째 커플. 이들은 체외수정으로 아기를 낳고 한집에서 살며 각방을 쓴다. 아이만 공동으로 육아하지만 감정 소모가 없어서 평화롭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만난 두 번째 커플. 이들은 체외수정으로 아기를 낳고 한집에서 살며 각방을 쓴다. 아이만 공동으로 육아하지만 감정 소모가 없어서 평화롭다고 말한다. ⓒ SBS


이들은 스스로를 자녀만 챙기고 애정이나 교감이 없는 커플이라고 설명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남편인 폴은 "로맨틱한 사랑을 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이 생길 여지가 확 줄었고 더 중요한 것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첼도 "갈등도 없고 열정의 기복도 없고 질투, 싸움도 없다"며 "굉장히 평화롭다. 나는 딸에게 최고의 아빠를 선물해주고 싶어서 이 사람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둘의 아이인 그레이스는 "행복한 때가 너무 많아서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레이스는 부모의 애정과 보호 아래 구김살 없이 행복하게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LAT] 사랑하지만 따로 사는 부부

세 번째 부부도 흥미로웠다. 부부는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리사와 마크 부부를 만났다. 작가와 드러머인 둘은 LAT(Living Apart Together·사랑하지만 같이 살지 않고 따로 사는 부부)로 살고 있다. 

장현성은 마크의 집에 가서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는 등 자유롭게 지냈다. 아내 양희정도 리사의 집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집 구경을 했다. 희정과 리사는 잡지에서 소망하는 글귀를 오려 액자로 구성하는 '드림 콜라주'를 했다. 양희정은 아내와 엄마의 삶을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편 오랜만의 자유에 젖어 노래를 부르다 낮술을 마신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영상전화가 오자 술병부터 치웠다. 

마크와 리사 부부는 주중에 떨어져 있고 주말에 함께 지낸다. 여전히 설레는 관계의 비결은 '떨어져 살기'다. 그리움은 사랑이 습관이 되는 것을 막아주고 관계에 집중하게 해준다고.

이들의 선택과 삶이 먼 나라 이야기 같아도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졸혼'이라는 화두가 유행하고 있다. 결혼생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 자기 삶을 돌아보며 각자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졸혼을 택하는 부부가 얼마나 될지 객관적인 지표는 없지만 따로 살며 가끔씩 만나는 관계가 오히려 관계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세번째로 등장한 사랑하지만 따로 사는 부부. 이들은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주말에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세번째로 등장한 사랑하지만 따로 사는 부부. 이들은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주말에만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낸다. ⓒ SBS


리사는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관계가 특별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하면 바람을 못 피운다고 생각하곤 한다. 어딜 가나 어리고 예쁜 여자가 많겠지만 결국 우리 관계가 굳건하고 특별하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남편 마크도 "나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기 때문에 공허한 부분을 여자로 채우지 않는다"며 "나는 혼자서 나 자신을 채울 수 있는 법을 배웠다"고 자신했다.

장현성은 "우리는 '저 사람은 내가 없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긴다"며 "그런데 독립적으로 충분히 자기 삶을 가꿔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행복해야 그게 진짜 행복한 거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아내 양희정은 "한이불 덮고 지지고 볶고 살아야 부부"라며 "두 집으로 나눠 살면 생활비가 배로 든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인도네시아 인드라마유로 가서 다음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막 결혼식 중인 커플로, 아내인 마에사로는 27세지만 8번째 결혼이다. 그동안 결혼한 남편들은 일할 의지가 없거나 해고를 당했다. 인드라마유는 높은 실업률로 인해 이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곳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쉽게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한국도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다.

 인도네시아의 네 번째 부부. 아내는 8번째 결혼이지만, 그간의 실패는 모두 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연관이 있었다. 그동안 만난 남편들은 모두 해고됐거나 일할 의지가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네 번째 부부. 아내는 8번째 결혼이지만, 그간의 실패는 모두 이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연관이 있었다. 그동안 만난 남편들은 모두 해고됐거나 일할 의지가 없었다. ⓒ SBS


장현성-양희정 부부의 마지막 여정은 스코틀랜드. 이곳에서 줄리와 저스틴 부부를 만났다. 저스틴은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자가 됐다. 줄리는 저스틴을 "전 남편이자 아내"라고 설명했다. 아내와 사는 아내인 셈이다. 

이들은 자녀들이 쓸 사회적 오명 때문에 헤어지자고 결심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혼을 극복한 것은 함께 있을 때 서로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몸은 바뀌었지만 퍼스낼리티는 똑같다"고. 자녀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해해줬다. 저스틴은 "부모에게도 받지 못했던 이해와 지지를 아내와 자녀들에게 받았다"며 감사해했다. 하지만 아들이 갑자기 죽으면서 부부는 죄책감을 심하게 느꼈다.   

줄리의 마지막 말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아들의 죽음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을 배울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있는 거다. 우리 부부는 좋은 일도 함께하고 나쁜 일도 함께했다. 우리를 시험했던 일들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했다. 천국에서든 지옥에서든 당신을 사랑하겠다."

 마지막으로 만난 줄리-저스틴 부부. 이들은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앞으로도 늘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줄리-저스틴 부부. 이들은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앞으로도 늘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 SBS


한편에선 현재와 같은 결혼제도가 영속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탈리는 가까운 미래에 개인주의와 시장원리로 인한 가족의 유연화, 즉 중혼을 예견했다. 2004년 사망한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결혼이라는 단어와 개념, 모호함, 종교적 위선을 제거하고 섹스 파트너들 또는 강제되지 않은 여럿 사이에 보편화되고 정제된 유연한 계약인 '시민결합(Union Civil)'으로 결혼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에게 혼인한 부부와 같은 수준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면서 '시리얼 매리지(Serial Marriage)' 개념이 생기기도 했다.

사람들은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결혼 이후와 그 지속에 대해선 무지하다. 사랑에 대해 무모한 기대와 환상을 갖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노력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 또 인류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 발전해온 것만큼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모습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도 가족의 의미와 그 다양한 형태에 대해 좀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