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민주당·정의당, 與비례당에 '공조' 흔들… 지역구 선거서도 혈투 벌이나

Shawn Chase 2020. 3. 1. 20:02



입력 2020.03.01 06:00 | 수정 2020.03.01 11:23

봉주, 열린민주당 창당⋯ 친여세력 비례정당 창당에 민주당 지도부, 연대 가능성 열어놔
연동형 비례제로 의석 확대하려던 정의당 "정치개혁 파트너로서 참담"
비례선거 공조 흔들리는 가운데 지역구 선거서도 경쟁
與는 심상정·여영국 지역구에 노동계 출신 공천, 정의당은 수도권에 비례 현역 배치

친여(親與) 세력이 총선 한달반을 앞두고 비례전문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 두 당은 작년 선거법 개정 때 미래통합당 세력의 반대 속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그런데 이에 맞서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친여 세력이 비례용 정당 창당 작업에 들어가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에 균열 조짐이 불거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현재 두곳뿐인 정의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만만치 않은 후보를 공천하며 치열한 경쟁도 예고했다. 정의당도 민주당 주요 후보 지역구에 당 핵심 인사들을 공천하고 나서면서 두 당이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선거에서도 정면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해찬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해찬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핵심부 비례민주당 논의⋯ 비례의석 확대 노리던 정의당 비상

민주당은 지난해 정의당 등 친여 군소 야당과 4+1 협의체를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이 선거법 개정은 군소 야당, 특히 정의당이 강하게 주장해왔다. 지역구 선거를 통한 의석 확보에 어려움을 느껴온 정의당이 비례선거를 통해 의석을 대거 늘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개정된 선거제는 민주당 의석 확보에는 오히려 불리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관심사인 공수처 신설 등을 위해 정의당 등 군소야당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의당도 작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반대하지 않는 등 민주당과 보조를 맞춰왔다.

그런데 4월 총선 한달반을 남겨놓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이런 '공조 전선'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그룹이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외곽의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 창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도 당 차원의 비례민주당 창당 가능성은 부인했지만, 비례정당 창당을 추진하는 외곽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민주당 외곽세력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이 이를 묵인할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당세를 키우려던 정의당의 계획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26일 민주당 핵심 의원 5인 회동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범여 군소 정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똥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당 사이엔 감정의 골도 생겼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정치개혁을 위한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온 정치적 파트너에 대해 혐오스러운 표현이 사용된 점에 대해서는 참담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 주류 의원들의 속마음을 알게 돼 충격적"이라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김윤기 대전 유성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대전 현장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지난 27일 오전 김윤기 대전 유성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대전 현장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심상정·여영국 지역구에 노동운동가 공천⋯ 정의당도 수도권 선거구에 비례 현역 공천

이런 가운데 두 당이 지역구 선거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균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과 정의당의 전신인 통합진보당은 220개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의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노동운동가 출신의 후보를 투입했고, 정의당도 당내 주요 인사를 지역구에 공천해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에 나선 것이다.

작년 4·3 보궐선거 때 두 당이 후보단일화를 했던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가 대표적이다. 이 곳 현역 의원은 작년 4월 보궐선거 때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 지역구다. 여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강기윤 후보에 504표(득표율 0.6%포인트)차로 신승했다.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가 없었다면 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민주당인 4월 총선에는 이흥석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 조선소 용접사 출신인 이 후보는 마산창원노동조합 총연합 의장,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을 지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창원시청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도 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문명순 고양갑 지역위원장을 공천했다. 문 후보는 한국노총에서 중앙위원을 했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금융경제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문 후보는 작년 12월 출마 선언에서 "공수처 설립과 선거제 개편을 둘러싸고 보이고 있는 심 대표 행보는 제몫 챙기기"라며 "고양갑 지역구는 문재인 정부와 개혁 동력을 지키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이 이 선거구에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할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당도 수도권 지역 민주당 주요 후보 선거구에 현역 의원들을 내보내며 경쟁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이 출마한 경기 안양동안을에는 정의당에서 추혜선(비례대표) 의원이, 정일영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인천 연수을에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출마한다. 이인영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는 정의당 이호성 후보가 뛰고 있다. 작년 정의당과의 선거법 개정 공조를 주도한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에는 정의당에서 김응호 후보가 출마했다. 이호성 후보는 지난 총선 때 득표율 2.4%, 김용호 후보는 2018년 인천시장 선거 때 득표율 2.8%를 기록했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득표율이지만 초접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수도권 선거에서 1·2위를 가를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원이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전남 목포에는 정의당 원내대표인 윤소하 의원이 출마한다. 이 곳 현역 의원은 민생당 박지원 의원이다. 전남일보·무등일보 등이 지난달 25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목포 주민 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 오차 ±4.3%p)에서 김 전 부시장은 31%, 박 의원은 29%, 윤 의원은 15.1%를 얻었다. 윤 의원 지지율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면서 당선자를 점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중앙당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구 단위에서 후보 차원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그러나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민주당 묵인 속에 합당이나 연대 수순을 거쳐 비례민주당 역할을 하게 될 경우 정의당과 지역구 후보 단일화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해 사실상 미래통합당으로 반문 연대를 한 상황"이라며 "2012년 총선 때와 같은 대규모 후보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 진영이 비례정당을 만들고 지역구 선거에서도 범여권 정당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선거 구도가 범여권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1/20200301000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