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31 11:32 | 수정 : 2015.10.31 13:26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남편의 친구. 가끔 지나친 스킨십을 할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날 밤(지난 10월 7일)’처럼 끔찍한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거대한 체구의 남성의 완력에 제압당했다던 그날 밤, 그의 손길이 스쳐 지난 모든 곳을 칼로 도려내고 싶었다는 A씨. 이경실 남편 최모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A씨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만났다. 그의 남편도 곁을 함께했다.
“‘내가 너를 벼르고 있었어…’ 라는 말이 아직도 환청으로 들려요”
그가 말해준 시간은 저녁 8시. 인터넷 뉴스에는 A씨와 관련된 뉴스들이 분초를 다퉈 쏟아지고 있었다. 혹여나 아이들이 아직도 집에 있을까봐 벨을 누르는 손가락 끝에 힘이 빠졌다. 자그마한 체구, 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의 A씨가 문을 열었다.
한숨도 못 잤다며 화장은커녕 집에서 입은 차림 그대로라고 했음에도, 도드라지는 외모는 행인들조차도 힐끔거릴 만한 수준이다. 수면제를 털어넣지 않고서는 잠들기 힘들다는 그의 집은 모든 게 정렬 상태로 깔끔했다.
“제가 좀 결벽증이 있어요.” 남매의 방은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아기자기하다. 칭찬이 이어지자, 첫째 아들은 얼마 전 영재 테스트를 받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평범한 어머니다.
한때 극단적인 생각에 수면제 먹어
“충격이 커서 지금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요. 몸무게도 3㎏이나 빠져서 42㎏밖에 나가질 않아요. 우선 애들이 받은 충격이 굉장히 커요. 아이들이 알아버렸거든요. 제가 이렇게 살 바엔 죽어버리겠다고 수면제 30알을 털어넣은 적도 있어요, 딸아이가 혹여나 제가 어떻게 될까봐 제 손목과 자기 손목을 실로 묶고 잠자요.”
그는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그날은 남편과 지인들이 어울려 술자리를 했어요. 저는 집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고 서울에서 술자리가 있던 용인까지 한달음에 찾아갔죠. 그런데 술자리가 파장 분위기였어요. 남편은 자리를 함께한 교수님을 모시고 나가려 하고 있었고요. 의아했죠. 나중에 들었더니 남편은 이미 그 자리에서도 술자리 분위기가 묘했다는 거예요. 당연히 그땐 그 사실을 몰랐으니까. 자리를 뜨는 남편을 따라나섰죠.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그 과정에서 말다툼이 있었어요. 화가 난 남편은 교수님을 모시고 택시를 타고 떠나버렸고. 저는 자리에 남아 있었죠. 그게 화근이었어요.”
A씨는 인터넷에서는 남편이 뺨을 때렸다는 등 사실이 아닌 루머가 나돌고 있다며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남편이 술값을 계산하려고 했던 시간은 새벽 2시 7분이에요. 그런데 한도초과로 결제가 안 되자, 최 씨가 ‘형님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하면서 결제를 했어요. 그 증거도 있고요. 남편의 휴대폰으로 한도초과 사용불가라는 문자 메시지가 전송된 게 사건을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될지는 몰랐어요,”
A씨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간 뒤 이경실의 남편인 최 씨의 차에 지인 부부 등과 함께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고 했다. A씨는 지인의 부부가 먼저 내린 시간이 2시 17분에서 20분 사이일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어느새 깜박 잠이 들어 조수석에 탔던 최 씨가 A씨 옆자리로 옮겨 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A씨는 그 시간부터 집에 도착할 3시 10분까지 40분 정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경실 측은 지인 부부를 내려준 시간은 3시. 강남구 삼성동 A씨 집에 도착한 시간은 3시 10분이라고 밝혔다. 10분간 그 모든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상의는 올라가 있고 그 안을 더듬고 있던 손”
“졸다가 깨보니 정말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죠. 육중한 남자의 몸이 느껴졌어요. 상의는 벗겨져 있었고. 최 씨가 그 안을 더듬고 있었어요. 다리도 벌리려고 했죠.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최 씨가 그걸 말리려고 하다가 팔에 멍이 생겼고요. 제가 공황장애가 있는데 극도의 불안감이 밀려올 때 죽음을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거예요. 그런데 문이 잠금 상태였어요. 잠금장치를 풀려고 하자 최 씨가 제 팔을 잡았고 저는 그의 얼굴을 밀쳤어요. 심지어 운전기사에게 호텔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A씨는 이경실 측이 “술에 취한 최 씨가 차에서 잠을 잤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만취 상태였다면 어떻게 조수석에서 뒷자리로 옮겨 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 씨는 술에 취하면 스킨십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아! 우리 형수 어쩔까, 예뻐서 어쩔까’ 하면서요. 나를 지금까지 여자로 보고 있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그날 밤 저에게 ‘내가 너를 벼르고 있었어’라고 했던 그 말이 아직도 환청으로 들려요. 그 능글능글한 목소리로, 그 풀린 눈으로.”
A씨는 차 안에서 온몸으로 저항했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3시 10분쯤이라고 했다. 마침 집 근처 옷가게를 운영하는 언니가 울면서 차에서 내리는 A씨를 목격한 시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제가 그 집에서 산 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그 언니가 재고정리를 하고 있는데 차 라이트가 가게에서 보였나봐요. 그리고 운전기사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고 제가 내리는 걸 봤다고요. ‘근데 너 왜 그때 미친 듯이 뛰어갔어? 나 너 붙잡아주려고 그랬어, 왜 그랬어?’ 물어보기에 그땐 말하지 못했죠.”
녹화가 되지 않은 블랙박스
A씨는 블랙박스만이 그날 밤 정황을 정확히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랙박스에는 그날 밤 일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최 씨 측은 “블랙박스를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녹화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두 1백67개 파일이 있는데 유독 그 날짜부터 저장된 파일만 없다고 알고 있어요. 그날 저는 차 끝자리에 앉아 있었고, 최 씨는 중앙에 앉아 있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제가 아니라 최 씨가 한 행동들은 정확히 녹화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워요. 저는 블랙박스가 복구되길 바라요.”
최 씨의 운전기사는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으며, 최 씨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진 상태였고. A씨가 자신의 자택으로 가는 도중 사거리에 서자 “우회전하시면 된다”고 집 가는 방향을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이 소리에 깨어난 최 씨가 호텔로 가자고 말한 건, 사업상 술자리 등으로 귀가가 늦어지면 평소 자주 가는 호텔 사우나에서 씻고 집에 가거나 아예 그곳에서 숙박을 하는데 그 때문에 그곳으로 가자고 했을 뿐이라는 것. 또 A씨가 집에 도착해서 뛰어간 게 아니라 차에서 내린 뒤 ‘최 씨가 취한 것 같으니 빨리 모셔다드리라’고 당부까지 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이라면 그럴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A씨의 말은 달랐다.
“운전기사는 최 씨가 15년 동안 고용한 사람이에요. 당연히 편을 들 수밖에 없죠. 새벽에 제가 그렇게 애원하고 어깨를 흔들고 소리 높여가며 살려달라고 했는데도 외면했어요. 최 씨와 제가 뒷좌석에서 몸싸움을 하고 난리가 났으면 당연히 깜빡이를 켜고 세웠어야죠. 저라면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커녕, 사실이 아닌 말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최 씨가 남편에게 왜 이런 문자를 보냈겠어요?”
A씨는 최 씨가 남편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아침에 전화기를 보니 계산은 카드로 제가 했더라고요. 팔은 손톱자국이 나 있고 그래서 나오면서 오 부장한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봤네요. 들어보니 큰일이 생겼데요. 살면서 제가 제일 따지는 게 사람과의 정리란 걸 잘 아는 놈이 제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형님 가슴에 못을 박고 무슨 얼굴로 볼지 모르겠네요.” 문자 속 오 부장은 최 씨의 운전기사를 뜻한다.
이경실은 소속사를 통해 “남편이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은 남편과 A씨 남편이 오랜 파트너였고, 10년간의 관계를 이런 이유로 저버릴 수 없었기에 형수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사과한 것이지 성추행을 인정하거나, 그것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미안하다는 문자가 한 번이 아니라면서 또 다른 문자를 공개했다. “형수 거두절미하고 정말 죽을 짓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형님한테는 죽을 짓입니다.” A씨는 이게 최소한의 예의로 보낸 문자처럼 보이냐고 반문했다.
이경실 측은 “최 씨와 A씨 남편은 10년 넘게 사업자금을 대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고, 지난 5월에도 돈을 빌려줬을 정도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런 A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억울해했다.
“남편과 최 씨는 지난 오랜 시간 셀 수 없이 많은 거래를 했어요. 최근에는 지난 5월에 작은 거래가 있었고, 전에 카드 쓴 게 있어서 2천만원을 변제한 사실은 있죠. 그런데 보도자료에서 돈 거래 운운하면서 마치 저희가 돈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 것도 유감스러워요.”
또 이경실 측은 “A씨가 이경실 씨 딸에게 전화해 홈쇼핑 화장품 건으로 연락하고 싶으니 엄마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것은 이경실 씨의 연락을 유도해 대책을 세워주길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가 마카오에서 도박을 했다는 거짓내용으로 가정불화를 조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 씨의 전화번호가 바뀌었어요, 저는 몰랐어요, 그래서 이경실 씨 딸 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했어요. 제가 어떻게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화장품 홈쇼핑 했던 거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 엄마 연락처 줄 수 있겠니?라고 물어본 거예요. 그랬더니 아이가 아빠한테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정 그러면 네가 내 번호를 엄마한테 문자로 넣어줄래? 이렇게 말한 게 전부예요. 그게 어떻게 이경실 씨 연락을 유도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A씨는 최 씨에게 받은 충격만큼 이경실 소속사가 반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무엇보다 최 씨 측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A씨 측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일을 부풀린 것처럼 모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와 인터뷰를 묵묵히 듣고 있던 A씨 남편도 상처를 받은 건 마찬가지. 오랜 지인이 자신의 아내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이 사건이 명명백백 밝혀질 때까지 저희는 법적투쟁을 할 겁니다. 물론 지인을 잃게 되겠지만, 저는 가정을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과를 해도 입장은 크게 달라질 게 없습니다.”
A씨도 입장은 매한가지.
“저도 전혀 합의할 의사가 없어요. 끝까지 갈 겁니다. 집행유예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저는 항소, 항고까지 갈 생각입니다. 둘째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지난번에 제가 수면제를 삼켰을 때 충격이 컸는지 아직도 엄마가 없으면 못 산다는 말을 자주 해요.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워요. 그렇기 때문이라도 저는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현재 이경실 남편 최모 씨는 지난 10월 7일, 경찰에 의해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이경실 측은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진 직후 공개적으로 “성추행이 없었다. 떳떳하게 재판에 임해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씨 제출 증거자료
◀ 어제 차에서 저한테 하신 성추행 기억하시죠?
호텔 가라고 기사님께 차 돌리라고 하고 제 몸에 손대시고 입에 담지 못할 짓 하신 것 제가 00아빠한테 울면서 다 얘기했어요.
잠 한숨 못 자고 나가셨어요.
제가 이런 적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수치심 때문에 괴롭네요. 그 기사분도 똑같이 말려주시지도 않고요.
고소하겠습니다.
형수 거두절미하고 정말 죽을 짓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형님한테는 죽을 짓입니다.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노래방에서 형수랑 같이 놀았던 것까진 기억납니다 - 그런데 그 뒤엔 계산을 한 것부터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아침에 전화기를 보니 계산은 카드로 제가 했더라고요 - 팔은 손톱자국이 나 있고 그래서 나오면서 오 부장한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물어봤네요. 들어보니 큰일이 생겼데요- 살면서 제가 제일 따지는 게 사람과의 정리란 걸 잘 아는 놈이 제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 형님의 가슴에 못을 박고 무슨 얼굴로 볼지 모르겠네요 - 오늘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데요 조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 암튼 마음 상하고 천불나죠!!! 저도 이번 기회에 반성하며 - 살겠습니다.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00형 마음 헤아려서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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