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부산지검에서 평검사로 근무했는데 졸업한 모교를 오랜만에 찾아온 기분입니다. 부산검찰 가족과 애로사항이 없는지 들어보려 합니다.”
취임 후 200여일 만에 지방검찰청 순회
‘검찰 기소·수사 분리’ 방안에 묵묵부답
시민들 “윤석열 총장님 고맙습니다”외쳐
13일 오후 2시 부산지검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방문 소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윤 총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200일이 넘어서 진행하는 지방검찰청 첫 순회다.
검은색 양복에 파란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한 윤 총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 보였다. 윤 총장이 차량에서 내리자 부산지검 직원이 윤 총장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꽂아줬다. 이어 윤 총장은 마중 인사를 나온 양부남 부산고검장을 비롯해 권순범 부산지검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등 7명의 검찰 간부와 악수를 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역임하다 지난달 부산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된 한 차장검사에게 어떤 말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말없이 묵묵히 악수만 했다.
이후 취재진이 둘러싸자 윤 총장은 30초간 짧게 답변한 채 곧바로 부산지검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 총장 방문 소식을 들은 부산 시민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부산지검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윤 총장이 탑승한 차량이 부산지검에 들어서자 400여명의 시민은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일부 시민들은 입을 맞춰 “윤석열 총장님 고맙습니다”고 외쳤다. ‘총장님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을 수사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대형 플래카드를 펼쳐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부산지검 앞에서 기다렸다는 변상영(63)씨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윤 총장의 부산 방문 소식을 듣고 만사 제치고 인사하러 왔다”며 “추 장관이 법을 어기고 엉터리 법규와 지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분통이 터져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이규호(77)씨는“청와대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하는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윤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깐 울산시장 선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철저히 수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지방검찰청 방문은 최근 어수선해진 검찰 조직을 다잡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인사와 청와대 수사를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직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총장은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려 한다’는 말로 조직을 챙기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총장은 이날 2시부터 부산고검장과 권순범 부산지검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국장급 간부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어 오후 3시 40분부터 청사를 둘러보고 오후 4시 30분부터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오후 5시 30분 모든 행사가 끝나면 직원과의 만찬을 한다. 윤 총장은 부산고검 방문에 이어 다음 주에는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대전, 대구 등 권역별로 순회를 이어나간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취임 후 첫 부산지검 찾은 윤석열···시민 400명 몰려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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