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이야기들

“아기 목에 초콜릿이 걸렸어요”…'하임리히'로 살린 경찰관

Shawn Chase 2020. 2. 8. 15:15



입력 2020.02.08 15:00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아이가 숨을 안 쉬어요!"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35분, 인천 남동구 만수지구대에 다급한 얼굴의 여성이 뛰쳐 들어왔다. 그의 품 안에는 의식 없이 축 늘어진 32개월 된 아이가 안겨있었다. "아이 목에 초콜릿이 걸렸나 봐요. 도와주세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아이 엄마는 울먹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 남동구 만수지구대 강철희 대장과 대원들이 목에 초콜릿이 걸린 32개월 아이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 남동구 만수지구대 강철희 대장과 대원들이 목에 초콜릿이 걸린 32개월 아이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조우진(50) 경위가 가장 먼저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아이를 살폈다. 저산소증으로 얼굴과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는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였다. 계속해서 숨을 제대로 못 쉴 경우 자칫, 쇼크나 합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시가 급했다.

조 경위는 먼저 아이가 입고 있던 겉옷부터 벗겼다. 그사이 강철희(60) 지구대장도 자리에서 뛰쳐나와 아이 엄마에게 아이를 받았다. 강 대장은 아이의 몸을 뒤집은 채, 왼손 손바닥 위에 아이의 가슴팍을 받혔다. 이어 오른손으로 양 날개뼈 사이를 ‘탁탁' 세게 쳤다. 막힌 이물질로 기도가 막힌 아이에게 하는 응급조치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한 것이다. 그사이 다른 동료들은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
당장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경직 증상이 나타났다. 조 경위는 아예 아이 입을 벌린 뒤, 검지를 집어넣고 목구멍을 자극했다. 이물질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강 대장이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한 지 5분쯤. 마침내 아이가 ‘으앙' 소리와 함께 숨을 내뱉었다. 호흡이 돌아온 것이었다. 기도를 막고 있던 초콜릿도 함께 뱉어냈다. 놀란 아이가 조 경위의 손가락을 꽉 깨물었지만, 조 경위는 아프면서도 ‘아이가 살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강 대장도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마침 119 구급대도 지구대에 도착에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아이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도중 목에 초콜릿이 걸렸다고 한다. 황급히 버스에서 내린 아이 엄마의 눈에 들어온 곳이 만수지구대였다. 놀란 마음에 119에 전화도 못 하고 지구대로 바로 달려 들어왔다고 한다.

지난 4일 인천 남동경찰서 만수지구대에서 만난 강철희(왼쪽) 지구대장과 조우진 경위. /이소연 기자
지난 4일 인천 남동경찰서 만수지구대에서 만난 강철희(왼쪽) 지구대장과 조우진 경위. /이소연 기자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당시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수사, 형사, 강력계 등을 두루 거친 37년 경력의 ‘베테랑' 강 대장도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했다"고 했다. 다행히 지난 2011년 인천 경인아라뱃길 경찰대에 근무하면서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하임리히 요법도 이때 배웠다고 설명했다.

강 대장은 "경찰들 모두 기본적으로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 요법을 배우지만, 오래전 경인아라뱃길경찰대에서 여러 사람을 구한 경험이 있어 이번 위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경위는 "처음엔 아이가 깨어나지 않아 눈 앞이 캄캄했는데, 다행히 의식이 돌아와 눈물이 왈칵 났다"며 "동료들과 함께 위험에 처한 시민의 목숨을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이는 현재 건강을 회복한 상태라고 한다. 최근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덕분에 아이가 살았다"며 감사인사를 보내왔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8/20200208008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