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정치꾼이 법복 입고 판사인 척하고 있었다

Shawn Chase 2020. 1. 19. 18:55


조선일보



입력 2020.01.18 03:19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 수색을 거부하는 데 판사 출신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상이 특정돼 있지 않다'는 등의 거부 논리를 만들고, 검찰의 협의 요구마저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장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대한민국 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이것이 집행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법이 통하지 않으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진보 성향 판사들조차 청와대의 영장 집행 거부를 "위헌 위법한 행동" "구속영장도 불응할 건가"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그런데 다른 기관도 아닌 대통령과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하고 있고, 다른 사람도 아닌 판사 출신이 법 집행 거부의 행동대로 나서 있다. 근래에 상상을 넘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지지만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출신인 김 비서관은 판사 시절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며 양승태 대법원 공격에 앞장섰다고 한다. 그러다 법복을 벗은 지 3개월 만에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부 독립 주장과 청와대 직행은 명백한 모순이지만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청와대에 갈 것이라는 보도를 "명백한 오보"라며 곧 드러날 거짓말까지 했다. 그러더니 대통령의 충견이 돼 불법적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 이 사람의 본색은 정치꾼이었다. 정치꾼이 법복을 입고 판사인 척하면서 위장 정치를 하다가 이제 때를 만났다고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요즘 청와대 사람들을 보면 상식과 양식을 거부하기로 무슨 결의를 한 것 같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오히려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하고 검찰 내부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전체 검사의 3분의 1에 가까운 600여명이 '봉건적 명(命)에는 거역하라'는 검사 글에 실명 댓글을 달았다. 전례 없는 일이다. 대통령 대학 후배인 서울중앙지검장이 만든 직제개편안을 그 중앙지검장 앞에서 간부들이 단체로 반대했다.

전직 대한변협회장 5명을 포함한 변호사 130명은 17일 "권력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이처럼 노골적인 검찰 인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일시적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7/20200117034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