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18 03:16
'옷 로비 스캔들'로 시끄럽던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이 '권위 있고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며 '마녀사냥식 정부 비판을 그만하라'고 했다. 조사 결과 국민 52%가 '언론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여론조사는 '언론 보도 행태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면서 선택지로 ①과장 보도 ②편파 보도 ③흥미 위주 보도 ④객관적 보도를 제시했다. 4개 중 3개를 부정적 항목으로 채워 답을 유도했다. 이 조사 의뢰처는 청와대였다.
▶아이에게 '엄마·아빠 중 누가 좋아?'라고 물을 때와 '엄마가 좋아 아니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 잠만 자는 아빠가 좋아?'라고 할 때 결과가 같을 수 없다. 걸프전 때 '이라크에 대한 핵무기 공격' 찬반을 놓고 미 여론이 들끓었다. CNN 조사에서는 절반이, 갤럽 조사에서는 71%가 찬성했다. CNN은 단순히 찬반을 물었고, 갤럽은 '미국인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써야 하나'라고 물었다. 고의든 아니든 질문 방식이나 단어 선택에 따라 수치는 춤을 춘다.
▶아이에게 '엄마·아빠 중 누가 좋아?'라고 물을 때와 '엄마가 좋아 아니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 잠만 자는 아빠가 좋아?'라고 할 때 결과가 같을 수 없다. 걸프전 때 '이라크에 대한 핵무기 공격' 찬반을 놓고 미 여론이 들끓었다. CNN 조사에서는 절반이, 갤럽 조사에서는 71%가 찬성했다. CNN은 단순히 찬반을 물었고, 갤럽은 '미국인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써야 하나'라고 물었다. 고의든 아니든 질문 방식이나 단어 선택에 따라 수치는 춤을 춘다.
▶2014년 출범한 선거여론조사심의위가 '질문지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나름 여론조사 객관성·신뢰성 확보에 애를 쓰지만, 왜곡 조사를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전교조가 의뢰한 '전교조 신뢰도' 조사 질문은 '참교육을 목표로 촌지 근절, 체벌 금지 활동을 해 온 전교조를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였다. 답을 정해주는 셈이다. 한 여론조사 회사는 불법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두 차례 조사를 하면서 질문을 완전히 바꾸는 꼼수를 부리고 "부정적 여론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KBS가 얼마 전 메인뉴스에서 '정부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가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야당에 대해서는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이라고 전제한 뒤 질문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 실정(失政)'이라고만 물었다. 정권에 유리한 결과를 뽑아내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 웃음이 나올 정도다.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만 80여개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의뢰처가 '유도 설문' 요구를 해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 고객 '심기'를 읽고 알아서 결과를 맞춰주거나, 먼저 접근해 "원하는 숫자 만들어 드리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번 KBS 조사를 한 업체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곳인데도 이러니 영세 업체들은 어떻겠는가. 여론조사를 가장한 여론 조작은 언젠가 수사로 그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KBS가 얼마 전 메인뉴스에서 '정부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가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야당에 대해서는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이라고 전제한 뒤 질문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정부 실정(失政)'이라고만 물었다. 정권에 유리한 결과를 뽑아내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 웃음이 나올 정도다.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만 80여개다. 경쟁이 심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7/20200117034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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