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전 통계청장, 정부 해석 비판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규모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노사정 합의로 2003년부터 17년째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현 정부가 받아든 올해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다. 무려 86만 7000명이 늘었다. 정부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수치를 조작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조사 답변자의 심리 상태가 변해 비정규직 늘었다는 정부 해명은 어불성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한 병행조사가 부가조사에 영향을 미쳤을까. 이 또한 추정이지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만 작다는 게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학자 상당수의 의견이다.
병행조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비정규직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권고한 설문 작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경활조사를 하면서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이라고 답한 사람에게 '총 고용예상기간이 얼마냐'를 추가로 물었다. 그랬더니 답변자가 "내가 정규직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라고 마음을 바꿨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그래서 "지난해 부가조사 결과와 올해 결과를 단순 비교(시계열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변한다. 유 교수는 "시계열 비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정부가 자체 통계를 부인하고, 비판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답변자의 심리적 변화'에 대한 추적조사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부가조사 항목이나 조사분류기준, 지난해와 같아…"작년과 비교 말라"는 정부 논리 설득력 떨어져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병행조사 권고한 ILO 안보다 더 정밀하고 포괄적
"병행조사 이전에 시범조사 실시…정부가 주장하는 문제 발견 안 돼"
유 교수는 또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난 것에 대해 "이미 예견됐던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올해 실시한 고용조사에서 17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가 14.7%나 증가하고, 정부가 돈을 퍼부어 만든 공공부문의 노인 일자리도 비정규직인데, 이들도 급증하지 않았는가"라고도 했다. 그러니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난 게 추세를 반영한 것일 뿐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비정규직 증가 규모가 크다고 충격을 완화하려 왜곡하는 것은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며 "오히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재점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난 정규직 아닌가 보다" 이 설문을 통계라고 들이댄 통계청장
'국내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지소미아 종료돼도 한·미 동맹 약화 안 돼" 靑의 끝없는 안보 우기기 (0) | 2019.11.11 |
---|---|
[사설] 최악의 문 정부 2년 반, "상상도 못할 나라 만들었다"니 (0) | 2019.11.11 |
“일자리 정책 잘못” 60.1% “남북관계 개선” 51.8% (0) | 2019.11.06 |
자유한국당이 요즘 잘 안되는 진짜 이유[오늘과 내일/이승헌] (0) | 2019.11.05 |
[사설] 비판 대상 권력이 도리어 고함 삿대질, 이 정권의 특이한 현상 (0) | 2019.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