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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달려간 인도 닷새만에 시진핑 날아가는 까닭…세계 2위 5G 시장 선점 경쟁

Shawn Chase 2019. 10. 8. 11:59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입력 2019.10.08 06:00

    미국, 화웨이 제재 동참 인도 압박...‘어부지리’ 기대하는 韓
    이재용 日 방문 후 5G장비 수주 인도에서도 재연될까 기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는다. 앞서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도를 찾았다. 중국의 국가지도자와 한국 간판기업 리더의 잇단 인도 방문엔 공통점이 있다. 세계 2위 5G(5세대)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그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5G 기술 굴기를 대표하는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인도에서의 경쟁 결과는 향후 글로벌 5G 시장의 주도권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온 인도에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한국이 ‘어부지리'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7일 AFP통신은 지난해 4월 중국 우한에서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첫번째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2번째 회담을 인도 남부 힌두교 유적지인 마말라푸람에서 11일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화웨이 5G 통신시스템을 인도 시장에 개방해줄 것을 모디 총리에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전해진 이재용 부회장의 인도 방문기간 면담자에는 인도 3대 통신사업자인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를 소유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그룹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있다. 현재 인도는 통신가입자, 인터넷 사용자, 앱 다운로드 횟수에서 모두 세계 2위에 올라 있으며 "향후 10년내 5G시장에서도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이 될 것"(화웨이)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5G가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내수시장서 5G 굴기 탄력 기대하는 화웨이

    중국 테크웹에 따르면 중국이 이달 안으로 5G 통신을 상용화할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5G 사전 예약 가입자가 이미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차이나모바일 532만명, 차이나유니콤 175만명, 차이나텔레콤 175만명 등이다. 지난 4월 세계 처음으로 5G 통신을 상용화하는 한국에서는 5G 가입자가 9월 기준 35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는 5G를 통해 산업 부흥을 꾀한다. 기존 LTE(4G)보다 약 10~40배 빠른 5G는 단순히 통신 인프라가 아니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혁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제프리(Piper jaffray)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5G 네트워크에 4410억 달러(약 528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설치될 5만5000개의 5G 기지국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 배치된다. 화웨이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세계 최대규모가 될 5G 내수시장에서 5G 기술 굴기를 가속화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연합뉴스
    ◇화웨이 인도 진출 견제하는 미국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패권 전쟁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5G 굴기의 선봉대장 역할을 하는 ‘화웨이’성장에 제동을 걸려고 한다. 미국이 유럽, 일본, 한국, 호주 등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청하고, 화웨이를 수출 금지 대상업체로 선정한 주요 배경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와중에도 50여개 국가에서 60여건의 5G 기지국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28 곳, 중동 11곳, 아태 6곳, 중남미 4곳, 아프리카 1곳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중립을 유지하던 인도에도 5G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인도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안보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릴라이언스 지오,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와 같은 인도 3대 통신사들은 모두 화웨이 5G 장비를 고려하고 있다. 이미 에어텔과 보다폰은 인도 일부 지역 2G, 3G, 4G 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구축한 바 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의 경우 4G를 삼성전자 장비로 구축한 만큼 5G에서도 삼성과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화웨이에게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인도 만큼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닐 샤 애널리스트는 "인도는 화웨이에게 남은 유일한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 인도 입장에서 5G 구축에서 값싼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면 중국의 보복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5G 도입 시간도 지연될 수 있지만, 전략적 핵심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는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의 불행이 삼성의 행복?

    만약 과거 냉전시대부터 중립을 표방하며 강대국 간 균형추를 잡았던 인도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화웨이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인도는 오는 2020년까지 5G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인도의 5G 가입자수는 8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3대 통신사가 향후 5년간 5G에 직접 투자하는 규모만 총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도 5G 네트워크 시장 파급 효과가 약 1조달러(119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웨이가 주춤하는 사이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행보가 빨라진 이유도 높은 잠재력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뛰는 게 이를 보여준다. 암바니 회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후 약 7개월만에 인도를 다시 찾은 것이다.

    이 부회장의 릴라이언스 방문은 지난 5월 일본 2위 통신기업인 KDDI 방문을 떠올리게 한다. 이후 7월 한⋅일 경제분쟁이 격화되는 곡절이 있었지만 KDDI는 5G 기지국 장비 주요 공급업자로 삼성전자를 선정했다. 공급규모는 약 5년간에 거쳐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화웨이 제재에 일본이 적극 동참한 덕을 봤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5G를 기점으로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5G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전체 통신장비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한편 SK텔레콤도 최근 국내 통신사 중 처음으로 5G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최근 일본 제4 이통사 라쿠텐에 5G 네트워크 기술 수출 계약을 한 것이다. LG유플러스도 20여명 규모로 5G 수출을 전담하는 CEO(최고경영자) 직속 TF(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연내 5G 콘텐츠 및 솔루션을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5G를 국가 후방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5G+전략’을 추진 중이다. 4월 5G 세계 첫 5G 상용화 이후 9월 기준으로 국내 5G 가입자가 3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관련 산업 육성으로 5G 리딩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이다.

    이에 정부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7일 △5G+ 핵심서비스 융합보안 강화방안 △5G 시대 선도를 위한 실감콘텐츠산업 활성화 전략 △ICT기금제도 합리화 방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실행계획 등 4건을 서면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