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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엿들은 애플 AI ‘시리’···삼성·LG폰은 괜찮을까?

Shawn Chase 2019. 9. 3. 21:56

조선비즈

  • 이경탁 기자

  • 입력 2019.09.03 06:00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두 얼굴'로 다가온다.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기업 기밀 정보 및 고객 개인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애플이 최근 아이폰 AI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 사용자 음성파일 불법 청취와 관련해 사과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를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음성 개인정보 수집을 통해 빅스비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거부하면 빅스비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용자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등)는 적극적으로 수집하거나 이용자를 분석할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수집하지 않는다'는 대목의 모호성에 있다. 내부 기준에 맞춰 얼마든지 이용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장)는 "음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부분은 합법적일 수 있지만, 공지한 목적 외로 쓸지 안쓸지는 (이용자 입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민감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안한다는 이야기는 실제 수집행위가 일어나지만, 기록은 안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데 이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갤럭시 빅스비 동작 화면. /삼성전자 제공

    또 이용자의 ‘선택적 동의’에 따라 빅스비는 이용자의 메시지, 이메일 및 알림의 텍스트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다. 빅스비가 관련된 요청을 수행할 때 메시지, 이메일 및 알림의 텍스트 데이터 콘텐츠를 서버에 전송한다. 텍스트 데이터는 따로 기록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

    빅스비 이용자들은 이와 같은 내용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갈 확률이 크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빅스비를 처음 실행할 때 약관 동의에 대한 내용들을 터치를 통해 별도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스비의 개인정보 수집 여부 및 문제점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LG전자도 자체 개발한 음성 AI 비서 ‘Q보이스’를 최근 출시한 ‘V50 씽큐’ 등에 탑재해 서비스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를 통해 "(AI를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용 약관을 보면 위치·연락처 정보·앱 데이터 등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시리 동작 화면. /플리커 제공

    이에 앞서 애플은 아이폰 시리와 이용자가 나눈 대화를 계약업체 직원들이 듣도록 한 것에 대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공식 사과했다. 앞으로 이용자들이 시리와 주고받은 대화에 대한 음성 녹음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은 "시리 성능 향상을 위해 관련 음성 파일을 공유하는데 동의하는 고객들에 한해, 자사 직원들을 통해서만 이를 청취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아마존이 세계 전역에서 AI 서비스 알렉사(Alexa)에 녹음된 사용자의 명령을 ‘성능 개선’을 명분으로 녹취해온 사실이 알려졌고, 구글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사용자 음성을 녹취해오다 문제가 불거진 뒤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음성 정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보다 더 강한 프라이버시가 요구되는데 이용자들의 정보를 통로로 다른 차별적 행위가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에 대해) 단순히 엄격한 동의를 받거나 수집을 제한하는 것 보다는 사후 처벌 강화와 개인정보 활용 프로세스에 대한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