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조국 수사’ 입맛따라…180도 달라진 여야의 윤석열 평가

Shawn Chase 2019. 9. 25. 23:39


입력 : 2019-09-25 14:55:08 수정 : 2019-09-25 21:38:31


“윤 총장은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쓰지 않는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윤 총장은 국민에 의해 부적격 판단을 받은 사람“ (지난 7월 자유한국당)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을 “강직한 검사”에서 “정치검사”로 평가절하했고, 윤 총장에게 부적격 판단을 내렸던 자유한국당은 어느새 검찰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민주당, 윤 총장 두고 입장 바꿔…“강직한 검사”→“정치검사”

 

민주당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자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환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6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윤 (검찰총장)후보자가 자신이 가진 검찰의 칼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검찰총장 최적임자라고 띄웠다. 홍익표 수석대변인 역시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한 부당한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을 지킴으로서 검찰 내부는 물론 국민적 신망도 얻었다”고 호평했다.

 

이후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전후해 한국당의 ‘윤석열 NO’ 공세에 맞서 ‘윤석열 YES’를 외치며 적극 엄호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다른 여권 인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이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을 겨냥해 칼을 겨눈 뒤부터 민주당 기류가 확 바뀌었다. 언제 그랬느냐 싶을 만큼 윤 총장과 검찰을 향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이해찬 대표는 24일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 “지금 온 세상이 검찰에 의해서 모든 게 다 말려드는 상황이다. 정말로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 왔다”며 “현직 법무장관 집을 11시간에 걸쳐 압수수색하는 사태를 보고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참 어이가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원내대표도 “윤석열 시대의 검찰은 어떤 경우에도 검찰의 정치 복귀가 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이 다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오명은 상상할 수 없다. 검찰 조직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오직 국민의 검찰이 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유 이사장도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영장 기각 시 윤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으로 날을 세우는 등 여권 전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은 검찰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윤 총장 청문보고서 반대한 한국당, 이젠 든든한(?) 우군으로 

 

한국당 역시 민주당과는 다른 표정이지만 윤 총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당은 당초 이명박·박근혜정권 적폐수사 사령탑이었던 윤 총장을 강하게 반대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6월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이후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인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고, 청와대는 하명을 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되면)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반 문재인) 인사들에게 휘둘려 질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연합뉴스

 

이런 기류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한국당이 ‘부적격’ 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윤 총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면서 채택되지 않았다. 청와대가 윤 총장 임명을 강행하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검찰은 공정해야 하는 조직인데 걱정이 많이 된다”며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조 장관 일가 관련 수사에 손을 댄 뒤부터 한국당의 얼굴색이 달라졌다. 윤석열 검찰의 거침없는 행보에반색하며 윤 총장에게 힘을 대폭 실어주는 형국이다. 황 대표는 지난 23일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찰이 면밀한 검토·분석한 후에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검찰 수사를 지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24일 “신청하는 압수수색 영장마다 발부되고 현직 장관 자택 압수수색 영장까지 나왔다”며 “그만큼 검찰 수사가 탄탄하게 이뤄졌고 혐의 입증 자신감도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고 검찰 수사를 호평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