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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가 對韓 공격 카드는?…조선산업 합병 불허·농수산물 수입 규제

Shawn Chase 2019. 8. 2. 17:09

조선비즈

  • 세종=조귀동 기자


  • 입력 2019.08.02 11:46



    대우조선·현대 합병 불허…농수산물 수입 규제 등 가능성
    CPTPP 등 다자간 통상 협정 ‘왕따’ 유도에 금융 보복 만지작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이달 28일부터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본의 추가 공격 수단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상은 조선업이다. 일본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지원을 문제 삼아 WTO 제소 절차를 밟고 있다. WTO 제소 사전 단계인 양자 협의 단계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발간한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도 "(한국은) 자국 조선업에 대해 국책금융기관이 대규모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조선업을 WTO 제소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 도크. /조선일보DB


    일본 정부는 과거의 공적자금 투입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 정부의 조선업 육성 정책도 문제 삼았다. 특히 조선사가 생산 원가 이하로 입찰가로 적어낼 경우에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무역보험공사가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선박해양과 현대상선간 선박건조 금융계약,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른 선박 신조 지원,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따른 친환경선박 건조 지원 등에 대해서도 WTO 보조금협정에 위반한다는 취지의 양자협의 요청서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핵심 절차인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수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지난 6월 1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당시 그는 "압도적인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합병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면서 내세운 명분은 한국 측의 수출 통제가 명확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문제가 아니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농수산물 검역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고 일본 국내 행정규제 위반 소지를 들어 한국산 제품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비관세 장벽이다.

    일본은 자국 어업자와 가공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에 대해 수입물량을 직접 규율하는 수입쿼터제도를 운영한다. 표준이나 시험검사 관련 제도를 까다롭게 해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기술장벽을 강화하는 것도 일본이 쓸 수 있는 전략이다. 무역기술장벽은 무역 상대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 등을 채택해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비관세장벽이다.



    김 양식장의 모습. /조선일보DB


    한국산 농수산물이 비관세 장벽 강화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농식품에서는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를, 수산물에서는 참치, 김, 전복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업무 보고에서 "아직 구체적 조치가 일본에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농산물 수출로까지 번질 경우, 일부 신선 채소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은 이미 6월부터 한국산 넙치와 생식용 냉장 조개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다자간 통상 협정과 금융 분야에서 보복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의 단초가 된 징용배상 소송과 관련해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막는 방안을 보복 조치로 검토했었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자산이 압류된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나온 경우에 대응조치를 발동할 방침"이라며 한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하면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한일 양국의 약속을 지키지 않듯이 TPP(일본에서 사용하는 CPTPP의 명칭)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본 정부 관계자가 내건 CPTPP 가입 거부 명분이다.

    금융 보복 가능성도 높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미 지난 3월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와 관련해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의 정지, 비자의 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계 금융사들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한국으로 흘러간 자금을 회수, 위기 상황을 악화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계가 자금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거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