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日 웨이퍼·마스크 수출 막았다...韓 반도체⋅디스플레이 타격 불가피

Shawn Chase 2019. 8. 2. 17:03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 입력 2019.08.02 10:49 | 수정 2019.08.02 13:17



    [日 화이트리스트 제외] 저격당한 ‘반도체 코리아’...글로벌 선두 디스플레이도 직격탄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 기업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을 피하려면 일본의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받아내 유지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90일가량이 걸리는 개별허가를 매번 거쳐야 한다.

    통제 대상 품목은 지난달부터 수출 제한중인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3종 소재를 비롯해 총 112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엔 웨이퍼(Wafer)와 포토·블랭크·섀도마스크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재료는 물론 관련 장비가 포함돼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산업을 견인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저격당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 웨이퍼부터 포토·블랭크·섀도마스크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소재 제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웨이퍼다. 반도체는 원판인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그려 만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없이 반도체를 만들라는 건 원유 없이 가솔린을 만들라는 얘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서로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과 섬코(SUMCO)는 각각 실리콘 웨이퍼 시장 점유율 27%, 26%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실트로닉스(13%)와 한국 SK실트론(9%) 등이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 내 수요를 충당하긴 벅차다. SK실트론 관계자는 "이미 생산 능력 최대치에 근접해 있다"며 "주문이 밀려들지만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對) 일본 실리콘 웨이퍼의 수입 규모는 약 4억7000만 달러로, 일본 수입 비중이 39.7%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는 50% 선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널리 쓰이는 포토·블랭크·섀도마스크도 수출 제한 목록에 올랐다. 포토마스크는 유리기판 위에 반도체 회로를 형상화한 것이다. 포토마스크를 올린 후 빛을 쪼이면, 웨이퍼 위에 바른 포토레지스트(감광액)가 빛에 반응해 회로를 복사한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필수 품목인 셈이다. 블랭크마스크(석영유리기판)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포토마스크와 블랭크마스크 일본산 비중은 2018년 기준 각각 74.6%, 65.5%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블랭크마스크는 국내 기업 에스앤에스텍이 물량 기준 세계 2위에 올라 있지만, 초미세공정에 쓰이는 극자외선(EUV)용은 일본 호야가 전량 생산한다"고 전했다.


    생산된 웨이퍼를 들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 /삼성전자 제공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에 필수적인 섀도마스크는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 토판프린팅(TOPPAN Printing) 두 회사가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다. 섀도마스크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얇은 철판으로, 유기물이 기판 위 특정 위치에 증착하도록 돕는다. 국내에선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APS홀딩스 등이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 반도체 핵심 장비도 포함… 업계 "공급사슬 전체 타격"

    일본의 전략물자 목록에는 소재만이 아닌, 연마기·세척기·여과기·수리장비·분석기 등 각종 공작기계가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생산 장비 32%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의 부착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90%를 넘어선다. 디스플레이는 전체 장비 수입액의 82.7%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OLED 패턴 형성장비와 건식 장비 등은 일본이 독점이다.

    더 큰 문제는 업계가 일본 수출 제재가 어느 선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과 거래중인 모든 업체가 당장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최대한 확보해놨을 것"이라면서도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생산 사슬에서 일본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두 파악해 대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각 협회와 전략물자관리원이 주최하는 설명회를 찾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허가 절차를 알아보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서류에 ‘딴지’를 걸고자 마음먹으면 대책이 없다"며 "이번 조치가 정치 논리로 이뤄진 만큼, 순순히 수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