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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질투는 나의 힘

Shawn Chase 2019. 7. 16. 14:28



조선일보
  • 조소정 뮤지션


  • 입력 2019.05.27 03:00


    조소정 뮤지션
    조소정 뮤지션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회 성가대에서 독창 단원을 뽑았다. 무대에 오르고 싶어 밤낮없이 연습했다. 하지만 최종 선발자는 내가 아닌 다른 친구였다. 겨우 열 살이었지만, 상심이 컸다. 사흘 내내 몸살을 앓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노래가 부르고 싶어 그랬을까 싶다가도 친구를 질투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질투'는 드러내선 안 되는 감정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칫 나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찍힐 수 있다. 내 마음에 엄연히 있는데도 숨길 수밖에 없으니. 질투란 감정에선 묘한 슬픔도 느껴진다. 마음에서 사라질 때까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삭여야 하니 얼마나 답답한가.

    하지만 질투의 이면(裏面)에는 분명 사람을 성장시켜주는 요소가 있다. 사흘을 앓고 일어난 뒤, 나는 다시 노래를 연습했다. 부르기 어려웠던 높은음을 낼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명확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후 성가대에서 독창하는 기회는 다시 찾아와 주었다. 덕분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음악을 업(業)으로 삼게 된 지금, 내 어린 시절의 질투는 결국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질투에서 영감을 얻는 음악가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 노래 중 '그들에겐 꼭 맞는 어여쁜 외투인데 나한테만 어울리지 않아' '쟤처럼 힘센 날개를 달아본다면 훨훨 날아갈 줄 알았어' 같은 가사에는 질투에 대한 내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일사일언] 질투는 나의 힘


    어디선가 읽은 글이지만, 질투에 대한 라틴어 해석을 보면 죄악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질투는 라틴어로 'invidia'라고 하는데, video(본다)라는 동사에 '위'를 뜻하는 의미가 합쳐져 '위를 올려다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목표를 높은 곳에 두고 위를 바라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질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질투심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지만, 열정의 불로 이어질 작은 불씨 정도는 살려둬야 하지 않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7/20190527000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