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수출 방산 명품](5)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아르헨티나 및 말레이시아에 5조원 이상 수출 나서

Shawn Chase 2019. 7. 3. 14:37
김한경 국방전문기자 | 2019-07-02 16:34 등록 (07-02 16:34 수정


▲ 지난 2016년 10월 21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경공격기 'FA-50' 출하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한민국은 40여년 만에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신흥 방산강국이 됐다. 뉴스투데이는 한국의 방산제품 중에서 세계로 수출되거나 수출 가능성이 높은 명품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수출 방산 명품’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김조원 사장, 아르헨티나 대통령 및 말레이시아 총리 만나 수출 논의 

[뉴스투데이=김한경 국방전문기자] 지난 4월 29일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마우리시오 마크리(Mauricio Macri) 대통령과 가브리엘라 미케티(Gabriela Micheti) 부통령 등 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갖고 FA-50 수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

아르헨티나 공군은 12대 규모의 노후 전투기 교체 사업을 추진 중인데, FA-50 경공격기를 선호하고 있으며, 사업 추진을 위해 금융 지원과 산업협력 조건이 포함된 제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원 사장은 또한 지난 3월말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국제해양항공전(LIMA) 2019' 현장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예방하고 국방총사령관, 공군사령관 등 말레이시아 주요 의사결정권자들과 FA-50 수출을 위한 면담을 갖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공군은 36대 규모의 고등훈련기 및 경전투기(LCA) 획득사업을 추진 중이다. KAI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 FA-50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파키스탄·중국 합작의 JF-17, 인도의 테자스, 이탈리아의 M346, 러시아의 Y-130과 함께 경합 중이다.

특히 경전투기는 일부 공대공 능력과 완전한 공대지 능력을 갖춘 초음속기를 저렴한 가격에 획득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건 사실상 FA-50 말고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국방부 대변인이 FA-50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기는 하다.

 
한국 공군은 2002년 8월 훈련기 T-50, 2011년 5월 경공격기 FA-50의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현재는 T-50 50대, 전술입문기인 TA-50 22대, 경공격기 FA-50 60대, 블랙 이글스 12대 등 총 144대를 보유하고 있고, TA-50 20대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다.


공대지 능력 갖춘 초음속기 FA-50, 2011년 최초로 인도네시아 수출 

T-50/FA-50은 2011년 5월 최초로 인도네시아와 16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총 4억 달러 규모로 저렴하게 판매했고 인도네시아 수송기인 CN-235 4대를 대응 구매하면서 성사시킨 계약이었다. 항공기의 경우 최초 수출 시 구매국에게 큰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수출용인 ‘T-50i’은 FA-50 규격으로 생산돼 유사시 전투임무에 사용할 수 있게 레이더 경보수신기(RWR)도 장착했다.

이어 2013년 12월 이라크에 T-50 24대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수출 규모는 이라크 수출용인 ‘T-50IQ’ 항공기와 조종사 훈련, 후속 군수지원 등을 모두 포함해 21억 달러(한화 2조2천121억 원) 이상으로 한국 항공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2017년 5월 6대, 2018년 4월 및 12월에 각각 6대씩 12대가 인도되어 현재 24대중 18대가 납품됐고, 수출대금 중 일부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4년 3월에는 필리핀에 FA-50 12대를 정부 간 무역(G2G) 방식으로 공급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4억2천만 달러 규모로 KOTRA가 G2G 주관기관으로 계약 체결을 이끌었으며, 방위사업청은 항공기의 품질을 보증하는 등 측면 지원했다. 공군은 실전 운용경험을 살려 필리핀 수출용인 ‘FA-50PH’의 평가비행을 돕고, 향후 조종사 및 정비사 훈련을 약속했다.

2015년 9월에는 태국에 T-50 4대(1억1천만 달러)를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됐고, 2017년 7월 8대(2억6천만 달러)를 추가로 수출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태국 수출용인 ‘T-50TH’는 고등훈련 및 전술입문기로 활용되며, 태국은 향후 추가로 4대를 더 도입해 총 16대로 비행중대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이라크·필리핀·태국 등에 64대 판매, 3조 원 넘게 수출 

이와 같이 T-50/FA-50은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에 지금까지 총 64대가 판매돼 수출 금액만 30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다. 게다가 필리핀은 12대, 태국은 4대의 FA-50을 추가로 도입할 생각도 갖고 있다. 또 리비아와 칠레도 T-50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리비아와는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KAI는 록히드마틴과 함께 지난해 9월 미국 공군의 훈련기 사업 입찰에 참여했으나 보잉-사브가 92억 달러라는 최저 가격을 제시해 사업을 따내면서 KAI의 원대했던 대미 수출의 꿈은 무산됐다. 최소 350대에서 최대 475대까지 구매가 예상된 사업이었고 세계훈련기 시장의 향후 판도를 좌우하는 것이어서 KAI의 타격은 컸다. 

T-50/FA-50은 초음속 기능과 경공격기 임무를 병행할 수 있는 등 성능이 뛰어나다. 따라서 순수한 훈련기로는 비싸고, 본격적인 전술기로는 약간 부족한 기종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처럼 자국 내에 반군 세력이 존재하며, 인접국과 분쟁 가능성 때문에 전력을 늘려야 하는 나라는 선호하지만, 훈련 기능만 원하는 나라들에게는 비싼 가격으로 매력이 없다. 

이런 연유로 순수 훈련기 버전에 비해 경공격기 버전이 상대적으로 수주 성공율이 좋은 편이다. 훈련기로는 가격대 성능비가 나쁘지만 경공격기로는 오히려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데다 유력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술입문기이면서 고등훈련기를 병행하는 FA-50의 기능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김조원 사장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 3월 29일 말레이시아 전시회 현장에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와 유럽에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량해 국산항공기의 경쟁 우위를 지켜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khopes58@news2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