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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원봉 현행 규정상 서훈 불가, 규정 고칠 의사도 없다"…갑자기 왜?

Shawn Chase 2019. 6. 10. 23:43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6.10 15:29 | 수정 2019.06.10 20:54

"'北정권 수립 기여' 독립유공자 포상 제외 규정 당장 고칠 의사 없다"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정부 예산 지원 사실 아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10일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논란과 관련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조항상 서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의 8번 항목을 보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 수립 이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 포상에서 제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조항 때문에 김원봉 선생은 서훈, 훈격 부여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마치 이것을 바꿔서 뭘 할 수 있다든가, 보훈처가 알아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청와대, 보훈처 방침도 규정에 의해 판단한다. 이것을 당장 고치거나 할 의사도 없다"며 "더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원봉은 해방 전에 조선의용대를 이끌며 항일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방 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고 6·25 남침 전쟁 기간에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했다. 6·25 전쟁 공을 인정받아 김일성 훈장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전몰장병을 기리는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의 조용의용대 광복군 합류를 독립운동 집결의 계기로 평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날 김원봉에 대해 현행 규정상 독립유공자 서훈이 불가능하고 당장 포상 기준을 바꿀 의사도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김원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것을 일단 진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여권은 김원봉의 해방 전 항일운동만 부각하고 싶은 것인데 6·25 남침 가담 논란이 커지자 한발 빼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입장이 김원봉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해온 여권의 기존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란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피우진 보훈처장은 지난 3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김원봉을 국가보훈 대상자로 서훈할 것이냐'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 질의에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포상 심사 기준을 당장 고칠 의사는 없다"는 발언도 큰틀에선 피 처장의 언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의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서 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단체가 개별적으로 기념사업을 할 순 있으나 정부가 관여하고 지원하는 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훈처에서 예산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바 없다"며 "예산은 작년에 국회에서 다 결정됐으니 현실적으로 올해는 예산을 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0/20190610018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