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06.09 05:00
수정 2019.06.09 14:31
“나는 문재인 정부의 선별적 추모에 분노하는 거예요. 왜 천안함이나 연평해전 관련 행사는 찾지 않고, 이번에는 해군 사고에도 찾지 않고….”
4일 대전 국립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묘비를 닦고 나오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두 눈은 다소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른들이 울어서 나도 모르게…”
전 의원은 쑥스럽다는 듯 말하고는 다시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묘역으로 향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일부 당직자들은 현충일을 앞두고 4일 이곳을 찾았다. 국회에서 치러진 오전 행사를 마무리하고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40분. 구름 한 점 없는 31도의 날씨는 한여름처럼 푹푹 쪘다. 천안함과 연평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하고 충혼탑에 참배까지 마치고 나오는 전 의원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에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보낸다, 잠수사들을 보낸다, 대책을 서둘러 지시했잖아요. 그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왜 그런 정성과 관심이 유독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만 달라지냐는 겁니다.”
보수의 여전사, 보수의 잔다르크.
한국당 전희경 의원을 묘사하는 수식어다. 국회의원 300명 중엔 한국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어느 쪽에서 정치 생활을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의원이 적지 않다. 특히 비례대표 중에 그런 경우가 많다.
전 의원의 경우는 반대다. 초선 비례대표임에도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이라는 울타리 밖에서의 정치활동은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정치인이다. 정치 입문 후 활동을 봐도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지원 특별위원회 위원’,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 위원’ 등 색깔이 명확하다. 비교적 일찌감치 시작한 유튜브 ‘전희경과 자유의 힘’은 구독자가 11만 3600명에 달한다.
우파 색을 낼수록 인기는커녕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게 최근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기란 웬만한 강단이 아니고선 쉽지 않다. 단지 신념이 아니라 그의 탄탄한 논리와 풍부한 사례에 감복해 팬이 됐다는 이도 적지 않고, 그만큼 일정도 바쁘다. 4일 오전도 원내대책회의(오전 8시)-당 대표실 티타임(오전 8시30분)-브리핑(오전 10시)-2020 경제대전환 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오전 11시) 등 10분의 짬을 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오후 5시 현충원 참배 일정이 마친 뒤에야 겨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났다.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9번을 받았다. 김무성 대표가 영입한 '젊은 인재 6인' 중 유일한 당선자였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전 의원을 반드시 국회 입성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6일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이자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약산 김원봉을 언급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이와 관련된 질문을 전 의원에게 추가로 했다.
당내에서 전 의원은 ‘고독한 투사'로 분류된다. 한 의원은 “초선이지만 끼리끼리 뭉쳐 다니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의원은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도 대변인을 했고,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도 대변인을 맡았다.
내년 총선에서 전 의원이 과연 어디로 출마하는지도 당내에선 얘깃거리다. 전투력을 인정받은 만큼 공천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전 의원이 유년 시절을 보낸 의정부는 현역인 홍문종 의원이 4선을 한 지역이다.
[출처: 중앙일보] [밀착마크] 전희경 "김원봉이 국군 뿌리? 대통령 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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